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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루수, 오지환, MLB' 안치홍 롯데행 키워드 3

[취재파일] '2루수, 오지환, MLB' 안치홍 롯데행 키워드 3
한파가 몰아치던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롯데는 어제(6일) FA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형태였습니다.

먼저 롯데와 안치홍은 보장 기간 2년, 보장 금액은 20억 원(계약금 14억 2천만 원, 연봉총액 5억 8천만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옵션은 최대 6억 원인데, 6억 원에는 바이아웃 1억 원이 포함됐습니다.

다음 계약이 다소 흥미로운데 2021시즌 종료 후 롯데 구단과 안치홍은 '동행'과 '결별'을 각각 선택할 수 있습니다. 롯데는 '동행'을 요청하면서 계약 기간 2년, 최대 31억 원의 연장 계약을 제안하게 됩니다. 그러면 안치홍은 계약 연장 또는 자유계약 신분을 고를 수 있습니다. 만약 롯데가 '결별'을 택한다면 위로금 성격의 바이아웃 1억 원을 안치홍에게 지급합니다. 즉, 롯데와 안치홍의 계약 규모는 2년 보장 21억에서 최대 4년 56억 원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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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계약이 성립된 건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2루수' 안치홍의 가치입니다. 2009년 KIA에서 데뷔한 안치홍은 지난 10년 동안 광주구장 2루를 지켰습니다. 골든글러브를 3차례 수상할 정도로 리그 정상급 2루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안치홍은 지난해 2루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했습니다. 수비 효율은 리그 80경기 이상 소화한 2루수 중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출처 스탯티즈). 설상가상으로 타격 성적마저 떨어졌습니다. 반발력이 떨어지는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안치홍은 2019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315(362타수 114안타) 5홈런 4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2를 기록했습니다. FA 시장이 열리자 KIA 구단은 '2루수 안치홍'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습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건 당연했습니다.

반면 롯데는 '2루수 안치홍'이 매우 필요했습니다. 조성환 이후 롯데 2루는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훈이 자리를 잡지 못했고, 번즈와 아수아헤 등 외국인까지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안방 불안까지 겹치면서 롯데는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불리는 센터 라인이 약해졌고, 이는 성적으로 직결됐습니다. FA 시장이 열리자 성민규 롯데 단장은 전력 강화를 위해 '2루수 안치홍' 영입을 염두에 뒀습니다.
KIA 선수 시절의 안치홍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안치홍의 우선순위는 'KIA 잔류'였습니다. 때문에 안치홍 측은 KIA 구단이 구체적인 조건을 제안해주길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KIA 구단은 12월 중순이 넘어갈 때까지 이렇다 할 계약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입장차가 있어서 좁히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잔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2월 20일, 얼어붙었던 FA 시장에 계약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FA 내야수 오지환이 원 소속팀 LG와 4년 40억 원에 잔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오지환의 계약은 KIA 구단의 기준점이 됐습니다. 내부 의견을 조율하던 KIA 구단은 새해가 밝자 안치홍 측에 계약 기간 4년에 총액 40억 원이 넘는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구단 관계자는 "보장액은 오지환보다 적지만, 총액 규모는 오지환보다 많다"고 밝혔습니다.

KIA의 제안을 확인한 안치홍 측은 롯데와 협상에 나섰습니다. FA 시장에 나온 만큼 안치홍 측은 안정보다 모험을 택했습니다. 김현수와 박병호, 강정호를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킨 이예랑 에이전트는 KBO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옵트아웃, 바이아웃 등 메이저리그식 조항이 삽입된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메이저리그 근무 경험이 있는 성민규 단장은 안치홍 측의 제안을 바로 이해했고, 협상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안치홍은 첫 2년의 계약 조건은 낮지만, 부활에 성공할 경우 옵트아웃을 통해 '보상 없는 자유 신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야구 선수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33살에 이적을 통해 다시 한번 대박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롯데 구단은 바이아웃을 통해 안치홍이 향후 2년간 부진할 경우 계약을 끝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안치홍이, 결별을 선택할 수 있는 '플레이어 옵션'을 인정했습니다. 롯데 관계자는 "안치홍이라는 리그 정상급 2루수를 2년 동안 연평균 10억 원에 영입하지 않았나. 그 금액이라면 우리는 결별의 선택권을 선수에게 줘도 괜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후 연락이 닿은 안치홍은 KIA에 '고마움'을, 롯데에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KIA 구단과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 차례 우승은 야구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마음 단단히 먹고 올 시즌을 준비하겠다. 롯데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2루 걱정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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