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할머니처럼 살래요"…'오팔 세대'에 꽂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20.01.06 10:09 수정 2020.01.06 13: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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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6일)은 우리 경제, 특히 소비 분야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특정 세대 얘기를 갖고 오셨네요. 오팔세대라고요. 이분들 어떤 분들인가요?

<기자>

네. 먼저 '오팔세대' 뜻을 말씀드리면요. "활동적인 인생을 계속 이어가는 노년층"이란 뜻의 영어 구절 첫 자들을 이은 말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탄생한 신조어인데요, 굳이 O, P, A, L 오팔이란 단어로 연결한 이유가 있겠죠.

오팔은 지금 화면에 나오는 알파벳에 입힌, 바로 저런 희뿌연 빛깔의 준보석입니다. 평생 쌓인 경험과 지혜를 지닌 노년층을 모든 보석의 빛깔이 은근히 다 담겼다고 하는 오팔에 비유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58년 개띠 베이비붐을 전후한 세대란 뜻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른바 '신중년'이라고도 합니다.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해마다 연말에 이듬해 한국의 경제 문화를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를 뽑습니다. 바로 이 오팔세대가 2020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신생산층이자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꼽혔습니다.

<앵커>

이 오팔세대 신중년이 과거의 50~60대와 어떻게 다른 건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먼저 이 오팔세대의 어떤 특징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분들을 같이 한번 보시죠.

[매일 출근하는 지적인 여자의 옷이에요. 자기처럼 날씬하고 키 큰 사람은 명품이 필요 없어.]

지난 10월에 '밀라논나' 밀라노 할머니란 별명으로 유튜브를 시작해서 2개월 만에 20만 구독자를 모은 장명숙 씨입니다.
밀라노 할머니우리나라의 첫 밀라노 유학생이었고요. 86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의 무대의상을 디자인했던 분입니다.

재밌는 것은 자신의 경력을 나누는 68세 신생 유튜버에 열광하는 20만 명 대부분이 20~30대 젊은이들이란 겁니다.

[장명숙/'밀라논나' (패션 컨설턴트) : 극기훈련하듯이 살았어요. 그래서 젊어지고 싶지도 않고, 부러운 것도 없어요. 나이 드니까 24시간이 내 것이라 너무 좋아요. (유튜브는) 모르는 거니까, 도전. 내가 하고 싶은 거, 이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좋잖아요.]

또 69세 유튜버 차산 선생은 박일환 전 대법관입니다. 역시 지난 1년 동안 무료 법률상담으로 4만 3천 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앵커>

설명을 해 달랬더니 인터뷰를 해 온 걸 보여주셨는데, 은퇴할 나이에도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분들이다. 이런 얘기인가요?

<기자>

네. 방금 보신 대로죠. 여전히 체력이나 의욕은 젊은이들 못지않고 경제적, 정신적인 여유와 경험은 훨씬 넉넉한 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이 세대의 특징입니다.

58년 개띠를 전후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일단 전쟁의 참상을 겪지 않았고요. 고도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낸 데다 현대적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첫 세대입니다.

이들이 시니어층이 되니까 먹고살기 바빴던 젊었을 때는 엄두를 내지 못한 나 자신의 충족감과 성취에 몰두하는 도전적인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탈피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첫 세대이기도 하고요. 전에 여기서도 한 번 보여드렸는데요, 2018년 라이나전성기재단 설문조사를 보면 결혼한 자녀의 집에 거의 안 간다는 응답이 30%에 육박했고요.
50~60대 삶의 우선순위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이 절반 이상, 그다음이 배우자, 자녀, 그리고 부모형제입니다. 며느리나 사위는 반려동물에도 한참 못 미쳤습니다.

며느리나 사위를 아끼지 않는다기보다 자녀의 독립된 삶을 인정하고 나한테 집중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첫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소비 시장에서도 요즘 이 오팔세대들이 이른바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일단 사람이 많아요. 전체 인구에서 5060 세대가 3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IT 기술에 이들이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몇 년간 온라인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구매층입니다.

젊은 사람은 적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이들의 구매력이 커지는데요, IT에까지 익숙해지다 보니 성장잠재력이 여전히 가장 큰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요새 유명 브랜드들이 잇따라 60~70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아예 시니어 모델을 뽑고 시니어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는 게 그만큼 이들의 구매력과 영향력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이향은/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는 세대입니다. 지금 전 세대 중에서 가장 왕성한 탐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것이 소비로 이어지게 되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 이 세대는 이런 분들만 있는 게 아니죠. 가치관이나 경제적 여유에서 그 어느 세대보다도 세대 안 격차가 크다는 게 이 세대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그동안 노년층의 빈곤이나 은퇴 준비 부족이 더 주목돼 온 건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죠.

정부 정책이나 시장이 이런 세대 안의 간극, 복잡성을 유념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하는 세대고요. 그게 2020년의 숙제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