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JSA 비선 보고·북핵 오판…靑 안보실 왜 이러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11.10 09:37 수정 2019.11.12 00: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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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의 임 모 중령이 김유근 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뉴스1 촬영)동료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선원 2명을 지난 7일 북한으로 추방하는 과정에서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측 대대장이 청와대 안보실 김유근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관련 내용을 직보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JSA의 한측 병력은 미군이 관할하는 유엔사의 작전통제를 받기 때문에 안보실로 직보 할 수 없습니다. 즉 JSA 대대장의 김유근 1차장 직보는 공식 보고계선이 아닌 비선(秘線)을 탄 겁니다.

안보실은 또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에서 북핵에 대한 놀라운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동창리 폐쇄되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못 쏜다", "북한은 TEL(이동식수직발사대)로 ICBM을 못쏜다"고 정의용 안보실장이 발언하고 김유근 1차장이 확인한 건데 지금까지도 말을 바로잡지 않고 있습니다. 동창리와 TEL 모두 북한 비핵화의 대상인데 안보실은 그 가치를 근본적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청와대 안보실은 국방, 외교, 통일, 북한 비핵화 정책을 총괄하는 안보 컨트롤타워입니다. 이런 안보실의 JSA 비선 운용은 군, 유엔사와 협조 및 소통이 안 된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안보실의 북핵 오판은 북한 비핵화 촉진자의 자격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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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비선 보고 논란의 중심에 선 김유근 청와대 안보실 1차장● 안보실 1차장과 JSA 중령의 비선 운용

김유근 1차장과 JSA 한측 대대장 임 모 중령의 비선은 지난 7일 국회 예결위에서 찍힌 사진 한 장으로 드러났습니다. 모 매체의 사진기자가 김유근 1차장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임 중령이 김유근 1차장에게 북한 선원 2명의 북송을 보고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잡혔습니다. 임 중령이 1차장에게 문자메시지 보고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JSA 한측 대대는 군수와 인사는 우리 군이 관할하지만 작전은 유엔사 즉 미측의 지휘와 통제를 받습니다. 북한 주민의 송환과 추방은 모두 작전의 범주여서 지난 7일 집단살해 혐의의 북한 선원 2명 추방은 유엔사가 주관하는 작전입니다. 안보실은 물론 우리 군도 직접 손댈 수 없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JSA 한측 대대장인 임 중령이 김유근 1차장에게 직접 보고할 근거는 애초에 없습니다.

안보실 1차장이면 통수권자이자 한국군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방장관을 통솔해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구현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1차장과 중령의 위계상 거리는 멀어도 너무 멉니다. 직보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국방부가 안보지원사를 통해 지난 8일부터 이번 직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지만, 결과가 나오기는 할지 또 나온 들 공개될지도 의문입니다. 비선 보고의 책임을 물어 임 중령 한 명 징계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안보지원사가 김유근 1차장에 대해선 처분은커녕 조사도 할 수 없습니다.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진상 조사이다 보니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와대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안보실 1차장이 조용히 중령한테 JSA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하라고 하면 중령이 거부할 수 있겠냐"며 "JSA 일이 궁금하면 군이나 유엔사에 협조를 구하면 될 텐데 안보실 행정관도 아니고 육군 중장 출신의 안보실 1차장이 직접 중령과 비선을 튼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 내용이 기밀, 대외비는 아니어서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1차장과 JSA 대대장의 비선 운용은 그 자체로 비극입니다. 비선을 돌려야 할 정도면 안보실과 군, 그리고 안보실과 미군의 신뢰 관계는 바닥이라는 뜻으로도 읽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안보실은 유엔사를 통해 북한 선원 추방 과정을 직접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 안되면 우리 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보실은 유엔사, 우리 군 모두에게서 그런 협조를 받지 못했는지, 비선이라는 비정상적 수단에 손을 댔습니다. 단순히 안보실 1차장이 아니라 안보실 전체의 존재와 기능의 위기입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동창리 폐쇄하면 ICBM 못 쏜다니…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에서 나온 정의용 안보실장의 북핵 관련 발언 논란도 은근슬쩍 진화되고 있지만 반드시 정리돼야 할 사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9월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동창리 폐쇄하면 ICBM 못 쏜다"는 말을 정의용 실장이 청와대 국감에서 다시 똑같이 언급했습니다. 정 실장은 이어 "북한은 기술적으로 TEL로 ICBM을 못 쏜다"고도했고 김유근 1차장은 정 실장의 제1 참모로서 정 실장의 발언을 확인했습니다.

동창리가 지도에서 사라져도 북한의 핵 능력은 변함없습니다. 동창리에는 크게 두 가지 시설이 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장과 엔진 시험장입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장에서는 탄두가 탑재된 미사일은 쏘지 않습니다. ICBM과 무관합니다. 엔진 시험장에서는 80tf(톤포스) 추력의 백두산 엔진의 지상 연소 시험을 했습니다. 연소 시험 성공을 거쳐 완성된 백두산 엔진은 중거리 화성-12형과 ICBM인 화성-14, 15형에 장착돼 쓰이고 있습니다.

동창리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면 북한은 엔진 개발에 애로를 좀 겪을 수는 있지만 북한 핵의 현재 능력인 백두산 엔진은 미동도 안 합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한 예비역 장성은 "동창리 시험장 외에도 엔진 시험할 장소는 북한에 여럿 있다"며 "동창리 없어도 북한 정권이 결심만 하면 엔진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새로운 엔진 개발도 가능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대통령과 안보실장은 동창리의 몸값을 과도하게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창리의 가격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북한 핵의 상징은 맞지만 북한 핵능력을 움직이는 요인은 아닙니다. 북핵의 기념품 같은 동창리는 비핵화의 후순위에 불과합니다. 폐기한들 미국의 특별한 상응조치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동창리 몸값 부풀리기는 비핵화 협상에 장애가 될 뿐입니다.

반면 ICBM용 TEL은 북한 핵 능력의 실체입니다. 청와대는 북한이 ICBM을 TEL에 붙인 채 쏜 게 아니라 TEL에서 떼어내서 쐈다고 해서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가혹하게 말하면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ICBM을 TEL에서 분리한 뒤 거치대에 올려 쏴도 몇 분의 시간차만 있을 뿐 TEL 본연의 장점인 이동성, 기동성, 은닉성은 백분 발휘됩니다. 정의용 실장, 김유근 1차장처럼 "TEL로 ICBM 못 쏜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이번 정부는 오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편입니다. JSA 비선 운용과 동창리, TEL에 대한 오판은 명백한 안보실의 잘못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인정할 건 인정하고 안보실 조직을 정비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국정 운영, 안보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버티면 버틸수록 야당과 보수 진영의 '안보 무능', '안보 실패' 공격 프레임은 공고해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안보에도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