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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APEC' 취소까지…분노에 휩싸인 칠레 "시작은 단돈 50원"

지구 반대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지금 매캐한 연기와 시뻘건 불꽃에 휩싸였습니다. 10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수십명이 숨졌습니다.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칠레 정부는 31일 다음 달 열릴 APEC 정상회의까지 전격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이 모든 혼란의 도화선이 된 건 단돈 50원이었습니다.

잦은 공공요금 인상, 과도한 교육비와 의료비, 치솟은 생활 물가…그럼에도 임금은 턱없이 낮았습니다. 칠레는 OECD 36개국 가운데 소득불평등 1,2위를 오가며 수십년 째 최고 수준의 양극화를 겪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만이 점차 높아진 가운데, 지난 6일 정부가 유가 상승을 이유로 800칠레페소에서 830칠레페소로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0원 인상입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그때 폭발했습니다. "칠레는 깨어났다!" 구호를 외치며 100만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위대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불길 속 깃발을 휘둘렀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지하철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연금과 임금 인상, 의료비 부담 완화, 개각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내무·경제·재무·노동부 등 장관 8명까지 교체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열흘 넘게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지금까지 2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연행됐습니다. 지하철역과 건물 곳곳이 불에 탔습니다. 지난 25일에는 1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1990년 민주화 회복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칠레 정부는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우리 정부로서는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웠지만, APEC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개막을 불과 17일 앞두고 내린 전격적 발표였습니다. 그러나 칠레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중 두 나라 정상이 만나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기로 알려져 있었는데, 미중 무역 협상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영상편집 : 이은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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