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록적 가을 황사' 왔는데, 예보는 '보통'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10.31 09:31 수정 2019.10.31 09: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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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의 10월 황사…연평균보다 최고 7배나 높은 고농도 미세먼지

불청객 10월 황사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황사가 몰려오면서 지난 29일 전국 각 지역의 미세먼지(PM10) 최고 농도는 200~330㎍/㎥ 정도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보다 최고 4~7배 정도 높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난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10월 29일 지역별 미세먼지 최고 농도 (자료: 국립환경과학원)미세먼지 농도가 큰 폭으로 올라가면서 서울, 경기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 미세먼지 주의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전국 곳곳에서 10월 황사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인천과 청주, 대구, 부산, 울산, 창원, 여수, 제주, 서귀포 등에서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10월 황사가 관측됐다.

● 예측은 했을까?…하루 전까지 몰랐다

10월 황사로 인한 기록적인 고농도 미세먼지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의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기 하루 전인 지난 28일 17시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9일 미세먼지 예보를 보면 "전 권역이 '보통'으로 예상됨. 다만, 전 권역에서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상됨"으로 되어 있다. 원인 분석에서는 "대기 상태가 대체로 '보통' 수준이겠으나, 황사의 영향으로 오전부터 남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아래 통보문 참고).
10월 28일 17시 발표 29일 미세먼지 예보 (자료: 국립환경과학원)29일 전 권역의 미세먼지 예보를 '보통'으로 낼 정도로 국립환경과학원은 황사로 인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하루 전까지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8일 황사로 인한 중국 동북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높지 않아 황사가 들어와도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이었던 29일 미세먼지 예보를 '나쁨'에서 일시 '매우나쁨'까지로 바꾼 것은 황사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안지역을 공습한 이후인 28일 23시 예보부터다.

기상청도 황사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이 생산한 황사 관련 정보를 보면 "어제(27일)와 오늘(28일) 몽골 남부와 중국 북부지역에서 황사가 발원함. 이 황사는 주로 북한과 우리나라 상층을 지나겠으나, 그 일부가 오늘(28일) 밤부터 내일 오후까지 일부 서해안지역과 일부 남부지역의 지상 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으로 되어 있다. 황사가 주로 북한과 우리나라 상공을 지날 것으로 보여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 황사 예측 못하는 대기질 예측모델

10월 황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한반도 대기질 예측모델이 황사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황사로 인해 기록적인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지난 29일 국립환경과학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대기질 예측모델의 결과를 보면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하늘색)'에서 '보통(녹색)' 수준이 될 것으로 모델은 예측하고 있다. 아침 6시쯤 광주와 일부 전남지역에 일시적으로 '나쁨(노란색)' 수준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을 뿐이다(아래 그림 참조).
10월 29일 대기질 모델예측 결과 (자료: 국립환경과학원)대기질 예측모델이 황사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예측모델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CMAQ(Community Multi-scale Air Quality, 미국 환경보호청 개발) 모델에는 기본적으로 황사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황사 관련 정보가 빠져 있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단순히 인터넷에 결과를 공개하는 예측모델 하나만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황사가 발생하면 대기질 모델예측 결과가 빗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흔히 예측모델은 예보관과 관측 자료와 함께 예보정확도를 높이는 3대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특히 예측모델의 결과가 전체 예측의 30~40%를 좌우한다는 것이 현업 예보관들의 말이다. 예측모델 결과가 예보의 전부는 아니지만 예측모델이 빗나가면 전제적인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황사 분석·모델예측 결과 공개할 수 없나?

황사가 몰려온 지난 29일, 현재 황사 상황이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기상청에 물었다. 하지만 황사 관련 업무는 국립환경과학원으로 넘어가서 설명해 주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물어보라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황사의 발원과 이동 감시, 분석, 예측 시뮬레이션, 예보 자료 생산 업무는 기상청이 맡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맡고 있는 것은 기상청이 생산한 황사 관련 정보에 대해 기상청과 토의하고 그 결과를 미세먼지 예보에 반영하고 또 예측 결과를 외부에 발표하는 일이다. 관측부터 분석, 예보 자료 생산까지 황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는 기상청이 맡고 있지만 황사를 포함한 미세먼지에 대한 종합적인 예측과 통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맡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황사에 대한 거의 모든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이 같은 업무 분담을 이유로 외부에 황사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1년 365일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는 다른 날씨 정보와 달리 황사 예측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 3월에서 5월까지만 황사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가을이나 겨울에 발생하는 황사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황사가 우리나라를 강타하는 경우에도 외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겨울 태풍에 대한 정보와 예상 진로까지도 친절하게 제공하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아래 그림 참조).
황사모델예측 자료는 봄철(3~5월)에만 제공합니다기상청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봄철에만 모델예측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으로 여름과 가을, 겨울은 황사 발생이 적어 효율성 측면에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황사 발생 일수를 보면 전체 황사 발생 일수 가운데 25% 정도는 봄철이 아닌 가을철과 겨울철에 발생한 황사의 영향이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을 황사나 겨울 황사가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기상청이 분석한 황사 자료나 모델예측 결과는 기상청의 사전 양해가 없는 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무 협력과 통합이 이뤄지면서 어찌 보면 외부에 공개하는 황사 관련 정보는 줄어든 것이다.

● 황사 뒤 따라가는 예보

한 차례 10월 황사를 가지고 예보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할 수는 없다. 예보는 언제나 틀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 차례 예보가 빗나갔다고 해서 다른 예보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보가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10월 황사로 인한 기록적인 고농도 미세먼지를 계기로 황사 분석과 예측, 그리고 그에 따른 미세먼지 예측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점검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또한 황사를 포함한 미세먼지에 대한 예측과 통보 업무를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일원화한 것은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따로따로 발표하는 황사와 미세먼지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 황사에 대한 정보 공개를 줄여 깜깜이 황사를 만들자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섬지방부터 또다시 황사가 관측되고 있다. 내일(11월 1일)까지 또 한 차례 가을 황사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다. 오늘 황사에 대한 정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 17시 예보부터다. 오후 늦게부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보였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새벽에 백령도부터 황사가 나타나면서 부랴부랴 예보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보가 황사를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예보가 황사를 뒤따라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가을 황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예측은 정작 단 하루 24시간 앞을 내다보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