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금 40배 장담"…'이중 사기' 덫에 걸린 사람들

가상화폐 투자자들에 도박까지 부추겨

배정훈, 김덕현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19.10.30 20:51 수정 2019.10.30 22: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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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금의 수십 배를 벌게 해주겠다며 가상화폐에 투자하도록 하고 그 돈을 빼돌린 혐의로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가 구속됐습니다.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로 사설 도박까지 하도록 부추겼다는데 요즘에 이런 가상화폐 투자 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배정훈, 김덕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한 가상화폐 거래소 홈페이지입니다.

'역대급 배당 한번 찍어보자', '거래소 수익 100% 배당' 같은 문구와 달리 반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 와중에 2천만 원을 날린 투자자도 있습니다.

[피해자 A : (수익성 있는) 외부적인 사업도 계속해 나가겠다. 뭐 그런 식으로 해서 거짓말들에 속아서 계속 이제 좀 더 투자를 하게 되고…]

최초 발행된 가상화폐 가격은 개당 25원.

거래소 측은 사업 수익으로 가상화폐를 사들여 가상화폐 가격을 40배인 1천 원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장담했지만 말뿐이었습니다.

거래소 대표 30살 김 모 씨는 직원 계좌를 이용해 허위 거래를 계속하는 수법으로 가상화폐의 장부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사이트 운영 권한을 이용해 거액의 투자금과 수익금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고 조작해서 거래소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처럼 꾸민 뒤 실제로는 돈을 빼돌렸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입니다.

현재 알려진 피해자만 60여 명, 피해 금액은 12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이들이 개설한 가상화폐 '주사위 게임'도 피해를 키우는 데 한몫했습니다.

해외 유명 도박사이트와 제휴했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 이 사이트를 이용할수록 투자수익이 늘어난다며 도박을 하도록 유도해 돈을 뜯었다는 겁니다.

[피해자 B : 주사위 게임이 잘 돌아가야 (거래소 측) 얘네도 수익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투자자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얘네가 이벤트를 했어요.]

심지어 외국 사이트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영어 번역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경찰은 운영자 김 씨가 애초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가상화폐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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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가상화폐와 사설 도박장을 접목한 등의 혐의로 거래소 대표 김 씨를 구속해 오늘(30일)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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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상화폐 피해가 끊이지 않자 일부 투자자들은 추가 피해를 막겠다며 자체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무실로 올라가 만나보겠습니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직접 나서 부실 업체를 가려내고 피해를 막겠다며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이들이 받은 제보만 수백 건,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유튜버 코인캅스 : (제휴 업체 목록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넣고 이래서 도대체 이런 회사들이랑 무슨 제휴를 맺은 건지 싶어서 알고 보면 우리는 아마존 서버를 쓰고 있어, 그냥 엑셀을 쓰고 있어…]

하지만 민간 차원의 활동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버 코인캅스 : 자료를 요청하거나 뭐 서버를 열어보거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수사당국도 가상화폐 범죄를 밝혀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가상화폐 전문 지식을 갖춘 수사 인력이 부족할뿐더러 가상화폐는 현행법상 금융투자상품 범위에도 들어가 있지 않아 적용할 법 조항조차 마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과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법률안들이 발의돼 있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입니다.

[한호현/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 : 정교하게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좀 더 강한 관리 체계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양산되는 피해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2년 3개월간 적발된 가상화폐 관련 범죄만 206건에 달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서진호·양현철,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종갑, 자료제공 : 코인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