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더불어 학교체육진흥회인가?"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10.29 08: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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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지난해 12월 출범한 '학교체육진흥회'는 말 그대로 학교 체육을 진흥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학생 선수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반 학생은 운동을 등한시하는 풍토를 바로잡아 학교 체육을 정상화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른바 '운동하는 일반 학생', '공부하는 학생 선수'란 모토가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출범하자마자 체육계 이곳저곳에서는 학교체육진흥회를 둘러싸고 온갖 잡음이 흘러나왔습니다. 급기야 지난 1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안민석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김재원 의원(자유한국당)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전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더 구체적으로 학교체육진흥회에 대한 여러 의혹을 조목조목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체육진흥회 측은 28일 SBS와 통화에서 일부 사실은 인정하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등록지는 성남시, 실제 사무실은 서울시

인터넷을 통해 '학교체육진흥회'를 검색하면 주소지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로 나와 있습니다. 법인 등록 소재지는 성남시이지만, 실제 사무실은 분당이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습니다. 법인 주소지와 실제 사무실이 다르기 때문에 형법 제228조(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생체육진흥회 측은 "성남시에 사무실이 없는 것은 맞다. 법인 승인 기관인 경기도교육청이 서울시 소재 별도 사무실을 인정하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다. 이후 교육부에 주소 변경을 신청했는데 교육청에 위임한 사항이라고 주장해 결국 변경이 되지 않았다. 향후 총회를 연 뒤 정관 개정을 통해 법인 등록 소재지를 서울로 바꿀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2. 이사장은 서울시교육감, 허가한 사람은 경기도교육감

학교체육진흥회라는 사단법인의 이사장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맡고 있는데, 법인 설립 허가는 경기도교육청이 내줬습니다. 광역자치단체 교육청 수장이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 소속 법인장을 맡은 것입니다. 조 교육감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 제23조(겸직의 제한)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학교체육진흥회 측은 "서울시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상황에서 이 법인을 서울시교육청 산하에 둘 경우, 학교체육진흥회를 관리 감독하는 사람과 피감 기관장이 동일인이 되는 모순이 생긴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경기도교육청 산하에 둔 것이다"고 해명했습니다.

3. 법에는 학교체육진흥원, 실제는 학교체육진흥회

2011년에 제정된 <학교체육진흥법>은 교육부 장관의 관리 감독을 받는 '학교체육진흥원'을 만들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출범한 것은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학교체육진흥회'입니다. 이에 대해 학교체육진흥회 측은 "2013년과 2014년에 정부가 예산 확보 등 여러 이유로 학교체육진흥원 설립을 승인하지 않아 계속 연기되다가 결국 학교체육진흥회로 출범한 것이다. 공공기관인 학교체육진흥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4. 공모 없이 6억 원 정부 지원, 불법인가?

가장 뜨거운 쟁점은 정부로부터 공모 절차 없이 직접 받은 돈이 6억 원이라는 것입니다. 설립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1월에 3억 원을 받은 데 이어, 석 달 만인 4월에 또 3억 원을 거머쥐었습니다.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 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공모 없이 보조금을 따내는 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공모 없이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불법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재량으로 6억 원을 지급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학교체육진흥회 측은 "2019년 1월에 받은 3억 원은 2018년도 예산이고, 4월에 받은 것이 2019년도 예산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소년체전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 (사진=연합뉴스)5. 소년체전 폐지와 관련 있나?

문체부가 주도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지난 6월 지금의 소년체전을 개편해 학교 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습니다. 만약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던 기존의 소년체전이 사실상 폐지되고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변경될 경우 이 행사를 학교체육진흥회가 맡을 수도 있습니다.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을 주관하는 단체를 결정하는 권한이 사실상 정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행사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체육계는 예상하고 있는데 학교체육진흥회가 운영 주체로 확정될 경우, 100억 원이 넘는 운영 비용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문체부와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학교체육진흥회가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단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민간 사단법인에 거액의 국민 세금이 그토록 단기간에 지원되기 위해서는 합법성은 물론 정당성까지 갖춰야 한다는 게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국내 체육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생각입니다.

학교체육진흥회에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의 가장 큰 비판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기에는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설립부터 운영까지 특정 정파와 특정 인맥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체육학과 교수 출신인 안민석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제가 학교체육진흥법을 만든 사람"이라고 공언할 만큼 <학교체육진흥법> 제정과 학교체육진흥회 설립에 깊숙이 관여돼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창립총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동료 의원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체육진흥회 이사장인 조희연 교육감은 참여연대 출신의 진보 인사이고, 이 법인을 허가한 경기도교육청의 이재정 교육감은 새천년민주당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낸 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까지 역임한 인물입니다.

공교롭게도 소년체전을 사실상 폐지하고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바꾸라고 권고한 인물이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인데 문 위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인입니다. 더군다나 학교체육진흥회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이사들을 비롯해 사무처장 등 모두 6명이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모교가 바로 서울대 체육교육과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내 체육계의 A 씨는 "사실상 '더불어 학교체육진흥회'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특정 정파 인사와 특정 인맥이 학교체육진흥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한체육회의 B 씨는 "학교체육진흥회의 행태를 보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도무지 무엇이 크게 다른지 모르겠다. 문제가 있는 단체인데도 문체부는 이례적인 지원을 하기에 급급하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하계 스포츠인 승마선수 출신인데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운영을 총괄했습니다. 문체부는 이 센터에 약 7억 원을 지급한 것도 모자라 삼성그룹을 끌어들여 거액을 지원하게 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학교체육진흥회는 학생 체육 진흥을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정치적 색깔이 배제돼야 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특정 정파와 특정 인맥으로만 이뤄진 단체라는 의혹을 받는다면 정부가 주는 돈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 학교체육진흥회'란 말이 본인들에게는 억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왜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문체부도 공공성이 부족한 사단법인이라고 확인될 경우 국민 혈세를 지급해서는 안 됩니다. 3년 전 '최순실 게이트'로 문체부는 호된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당시 그들은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여권 실세가 아니라 일반인이 학교체육진흥회 설립에 관여해도 이렇게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했을까를 자문자답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