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생하면 인류는 굶어 죽는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9.30 09:40 수정 2019.09.30 10: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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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연감에 따르면 2019년 1월 현재 전 세계가 보유하고 핵탄두는 모두 13,865개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3,750개가 실전 배치돼 있는데 미국이 실전 배치한 핵탄두가 1,750개로 가장 많고 러시아가 1,600개로 뒤를 잇고 있다. 실전 배치하지 않고 보유 중인 핵탄두는 미국이 4,435개, 러시아는 4,9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자료: SIPRI, 아래 그림 참조).
전 세계 국가별 핵탄두 보유 현황 (자료: SIPRI)가정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전면적인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유튜브에 'PLAN A'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시뮬레이션 영상이 하나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핵 미래 실험실(Princeton University Nuclear Futures Laboratory)에서 제작한 것으로 되어 있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면 미국과 NATO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생하면 처음 몇 시간 안에 3,410만 명이 사망하고 5,740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전쟁 초기 몇 시간 만에 모두 9,15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방사능 낙진이나 장기적인 영향에 따른 결과는 빠져 있는 수치다.
 
▲ 전면적인 핵전쟁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영상만으로 이 결과가 어느 정도 믿을 만한 것인지 핵전쟁 시나리오가 근거가 있고 제대로 된 것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핵전쟁의 결과는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영향이 있겠지만 핵전쟁은 지구촌 기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 럿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와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 콜로라도대학교(CU Boulder) 연구팀이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몰고 올 수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Coupe et al., 2019).

연구팀은 핵전쟁이 대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기후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모델(WACCM4: Whole Atmosphere Community Climate Model version 4)을 이용했다. 이 기후 모델의 연직 층수는 66층, 수평 격자는 위도, 경도 각각 2도 간격으로 했다.

이에 앞서 2007년에는 미국 고다드 우주과학연구소(Goddard Institute for Space Science)가 핵전쟁이 지구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바 있다. 당시 이용했던 기후 모델은 지상부터 80㎞까지의 고도를 23층으로 나누고 수평 격자는 위도, 경도 각각 4도와 5도로 이번 시뮬레이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긴 격자를 사용했었다.

연구 결과는 격자를 조밀하게 한 이번 실험이나 성긴 격자를 사용했던 지난 2007년 실험이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하는 모델이 달라도 전면적인 핵전쟁이 지구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생할 경우 약 1억 5천만t의 검댕(그을음)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인 대류권(지상부터 약 10~20㎞까지의 고도)과 성층권(약 10~50㎞까지의 고도)에 퍼져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핵무기가 폭발하고 지상에서 건물을 비롯한 각종 물체가 탈 때 발생하는 검댕이 대기로 퍼져 들어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대기에 퍼져 들어간 검댕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0년 이상 대기권에 머물면서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기후 모델을 이용해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발생한 1억 5천만t의 검댕이 지구 대기로 퍼져 들어갔을 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전 지구 연평균 기온이 최대 8℃ 이상 곤두박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시용하느냐 또는 어느 지역에 핵무기를 투하하느냐 등 핵전쟁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생한다면 어김없이 핵겨울(Nuclear Winter)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핵전쟁 이후 5년 정도까지는 핵전쟁 이전보다 전 지구 연평균 기온이 8℃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2007년 실험과 비슷한 결과다. 5년 이후부터는 떨어졌던 기온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해 10년 정도는 되어야 핵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핵전쟁 후 전 지구 평균 기온 및 강수량 변화 (자료: Coupe et al., 2019)기온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핵전쟁 이후에는 강수량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전쟁 이후 6년 정도까지는 전 지구 평균 강수량이 핵전쟁 이전보다 5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전쟁 이후 6년 정도 뒤부터는 강수량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12년 정도는 지나야 핵전쟁 이전 수준 가까이 강수량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위 그림 참조). 핵전쟁으로 대기 중에 검댕이 늘어나면서 햇볕을 차단하는 효과가 단순히 기온 하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 순환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강수량까지 큰 폭으로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최고 8℃ 이상 떨어진다는 것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서는 핵전쟁 이전보다 평균 기온이 20~30℃나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핵전쟁 전후의 기온 변화를 살펴보면 겨울철의 경우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 핵전쟁 이전에 비해 최대 10~20℃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전쟁 이전에 겨울철 기온이 0℃이었다면 핵전쟁 이후에는 기온이 영하 10℃, 영하 20℃로 떨어진다는 뜻이다(아래 그림 참조).
핵전쟁 전후 계절별 기온 편차(자료: Coupe et al., 2019)특히 여름철에는 기온이 더 큰 폭으로 떨어져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는 핵전쟁 이전보다 최대 20~30℃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위 그림 참조). 여름철 평균 기온이 20~30℃ 떨어진다는 것은 북반구 많은 지역에서 여름철에도 기온이 영하에 머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름철에도 말 그대로 핵겨울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강수량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구 결과를 보면 1년에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25일 미만인 지역이 핵전쟁 이전에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불과했지만, 핵전쟁 1년 이후에는 북미 대부분 지역과 북유럽,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25일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전쟁 이후에는 북반구 대부분 지역에서 사실상 작물을 재배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핵전쟁 이후에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남미와 아프리카 등 열대 지역으로 국한되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핵전쟁 전후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 (자료: Coupe et al., 2019)연구팀은 이 같은 이유로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생하면 핵무기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77억 지구촌 인구 대부분이 기아에 허덕이게 되고 상당수가 굶어 죽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전쟁으로 발생하는 검댕이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변화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핵전쟁으로 발생한 검댕 가운데 5백만t 정도가 성층권으로 들어가면 성층권 기온이 큰 폭으로 올라가면서 오존층이 크게 파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예, Mills et al., 2014).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생할 경우 전례가 없을 정도로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해로운 자외선이 지표까지 그대로 내려와 지구촌 생명체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6천6백만 년 전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유는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이때 발생한 먼지가 햇볕을 차단해 기온이 크게 떨어져 공룡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소행성 충돌 정도는 아니지만, 전면적인 핵전쟁은 인류와 지구촌 생태계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참고문헌>

* SIPRI, Yearbook 2019

* Joshua Coupe, Charles G. Bardeen, Alan Robock, Owen B. Toon. Nuclear Winter Responses to Nuclear War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Russia in the Whole Atmosphere Community Climate Model Version 4 and the Goddard Institute for Space Studies ModelE,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 2019; DOI:10.1029/2019JD030509

* Mills, M. J., Toon, O. B., Lee?Taylor, J., Robock, A., 2014: Multidecadal global cooling and unprecedented ozone loss following a regional nuclear con?ict. Earth's Future, 2, 161–176. https://doi.org/10.1002/2013EF0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