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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선량한 차별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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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09 :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최규석의 웹툰 '송곳'에서는 지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의 모습을 이렇게 꼬집어 말한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사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나는 어디에 서서 어떤 풍경을 보고 있는가. 내가 서 있는 땅은 기울어져 있는가 아니면 평평한가. 기울어져 있다면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이 풍경 전체를 보려면 세상에서 한 발짝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이 세계가 어떻게 기울어져 있는지 알기 위해 나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사람과 대화해보아야 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中


'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는 말, 들으실 겁니다.
'전 그런 사람 아니에요.', 우리가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저도 '그런 사람' 일 수 있다는, 아니 때때로 그런 사람이라는,
그래서 '그런 사람'이 아니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팟캐스트 '북적북적'에서 오늘 함께 읽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의 김지혜 교수입니다. 대학에서 전산과학을,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로스쿨을 나온 뒤 서울시 아동상담치료센터, 헌법재판소 등에서 일했던 저자는, 이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에서 '불평등'을 바라봅니다.
내가 특권-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조건으로 이익을 누리는 상태-을 누리고 있는지, 누군가를 차별하는지, 우리는 거의 잊고 삽니다. 특권을 잃은 뒤에야 알아차리죠. 마치 공기처럼요.

저자는 차별하는 사람과 차별받는 사람 모두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해버리는 차별들을 일깨우고, 자신이 '선량하다'고 믿는 평범한 우리 안에 어떻게 '차별주의자'가 자리 잡는지, 언제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 보여줍니다. '능력이 다르니 차별한다'는 주장의 허점을 알려줍니다. '난 그런 사람들이 실으니까 내 눈에 띄지 마'라는 말속의 혐오를 꼬집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정체성 속에서 차별을 받기도ㆍ하기도 하고, 차별에 차별이 겹쳐지기도 하는 '다중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덜 차별받는- 좀 더 평등해지는' 상황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차별받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고달프고 불안합니다. 자칫 삐끗하면 '차별받게' 되고, 그러지 않으려면 불리함을 '극복'해야 하니까요. 저자가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힘주어 말합니다.

그러니 내가 모르고 한 차별에 대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몰랐다" "네가 예민하다"는 방어보다는,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경청함으로써 은혜되거나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을 감지하고 싸울 수 있다. 우리가 생애에 걸쳐 애쓰고 연마해야 할 내용을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옮기는 것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中


저자는 '아무런 저항 없이 평등이 진보한 역사는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렇게 강조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소수자이며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정신이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선량한 차별주의자' 中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출간 두 달 만에 8쇄를 찍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생보다는 '불공정한 능력주의'를 먼저 체득하고 일터의 경쟁으로 밀려 나오는 우리에게, 그만큼 와 닿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자와 출판사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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