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대한민국 '음주 살인' 보고서 -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9.12 09:00 수정 2019.09.15 09: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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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대한민국 음주 살인 보고서 -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피해자는 이제 우리 나이 19세의 꽃다운 소년으로 긴 터널과도 같은 고3 수험생활을 마치고 새로 합격한 대학교에서 보낼 대학생활을 기대하는 한편...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자신의 젊은 날을 채우기도 전에 고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렸다..."

지난 5월 24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선고한, 도주치사와 음주운전 사건 1심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고 차태현 군. 차 군은 석 달 전인 2월 22일 새벽 2시쯤 대전의 집 근처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열흘 뒤면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가해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뺑소니치다 체포됐는데 혈중 알코올 농도 0.137%,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4년 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에 처해진 전력이 있었다. 1심 법원은 징역 6년을 선고했고 검찰과 피고 모두 항소해 2심은 진행 중이다.

고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그 결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제1 윤창호 법', 음주운전 기준을 더 낮게 조정한 '제2 윤창호 법'이 마련돼 잇따라 시행됐다. 법 정비를 마쳤으니 이제 음주운전은 근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 전반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음주운전 사고 자체에 대한 자료와, 최근 5년간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단속 자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내용을 살펴봤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중 상당수는 사실상 '음주 살인'과 다름없다고 보고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번 기사가 앞으로 음주운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② '음주운전 적발' 전국 1위 경찰서는?
③ '음주운전 사고' 전국 1위 동네는?
④ "별 문제 없어서 음주운전 한다"는 그들

● 음주운전이 부른 참극... 2007~2018 사망자 8,355명

고 윤창호 씨가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건 2018년 9월 25일이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윤 씨는 40여 일 만에 숨졌다. 윤 씨 사망을 계기로 음주운전자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고 이른바 '윤창호 법'이 통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윤창호' 이름 석 자는 음주운전이 부른 참극의 대표적인 피해자이자, 음주운전 실태를 개선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마부작침]음주운전<마부작침>은 윤창호 씨, 그리고 지난 2월 숨진 차태현 군과 같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를 추려봤다. 도로교통공단이 음주운전 사고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정보를 따로 분류해 통계를 작성한 건 2007년부터다. 그래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을 살폈다. 이 기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전체 사고 수는 30만 3,389건, 이 중에서 사망사고는 7,769건이다. 비율로 보면 2.6%다. 사망자 수는 8,355명이다.

● 또 다른 '윤창호들'...'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음주사고 사망자 중에는 음주운전을 직접 했던 가해운전자와 피해자(운전자, 보행자, 동승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가해운전자의 음주운전 사고 이후 상태에 따라 다시 분류했다. 그 상태는 사망, 부상(중상, 경상), 상해 없음, 기타 불명으로 나뉜다. 가해자는 사망하지 않고 피해자만 사망한 사고, 다시 말해 가해자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해자만 숨진 사고에 대해 우리는 사실상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음주 살인'이라고 명명했다. 반면 가해자는 사망하고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은 음주사고는 '음주 자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부작침]음주운전음주운전 사망사고 중 피해자만 숨진 '음주 살인'은 지난 12년 간 전체 사고의 47.2%인 3,669건이다. 피해자는 고 윤창호 씨를 비롯해 3,899명이다.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만 숨진 '음주 자살'은 전체 사고의 52.8%인 4,100건, 숨진 가해자는 4,456명이다.

실제 살인 사건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살인미수를 제외하면 12년 합계 살인(기수) 사건은 4,605건으로 음주 사망사고 7,769건에 비해서는 3천 건 정도 적다. 그러나 2018년만 놓고 보면 살인 322건, 음주 사망사고 323건으로 별 차이 없다.

'윤창호 법'을 이끌어낸 주역인 고 윤창호 씨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기사 첫머리에 언급한 고 차태현 군의 이모부는 "음주운전은 기본적으로 살인"이라며 "피해자와 가족, 주위 사람들에게 극복할 수 없는 아주 큰 상처가 된다"라고 비판했다.

● '윤창호 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얼마나 줄었나

고 윤창호 씨의 이름을 딴 '윤창호 법'은 두 가지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제1 윤창호 법'의 원래 이름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으로 음주운전 사고의 형량을 높이는 내용이다. 사망사고의 경우엔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상해사고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년~15년 징역 또는 1000만 원~3000만 원 벌금'으로 강화했다. '제2 윤창호 법'은 지난 6월 25일부터 시행했으며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음주운전 면허정지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했다.

경찰청은 '제1 윤창호 법'과 '제2 윤창호 법' 시행 이후인 지난 3월과 6월, 8월에 각각 "교통사고 사망자가 이전보다 줄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대체로 음주사고가 감소 추세인 건 사실이다. 다만 조금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마부작침]음주운전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은 12,791건, 12월엔 2천 건 정도 줄어서 10,697건이었다.(잠정치) '윤창호 법'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제1 윤창호 법'은 2018년 12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전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껏 고조되던 시기였다. 경찰 단속이 강화됐는데도 적발 건수는 계속 줄어들었다. 12월, 2019년 1월, 2월까지 감소세였다.

음주운전 사고도 줄어들었다. 2월엔 1천 건 미만으로까지 내려갔다.

주목해서 봐야 할 건 2019년 3월부터다. 음주운전 적발도, 음주사고도 다시 늘어났다. 5월에는 작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6월 25일부터 '제2 윤창호 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전후해 경찰 단속도 다시 강화됐고 언론과 사회의 관심이 재차 집중됐다. 5월에 정점을 찍었던 음주운전 적발과 사고 건수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 추세대로면 곧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3회 이상 적발' 비중, 늘고 있다
[마부작침]음주운전
경찰백서(2018)에 따르면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3회 이상 적발은 2015년까지는 오히려 증가했다. 2016년부터는 감소했으나 전체 음주운전 적발에서 3회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3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발간된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에서 명묘희 교통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체 음주운전 단속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3회 이상 반복적인 음주운전 행위의 비중은 결코 줄어들고 있지 않은 심각한 실정"이라며 "상습 음주운전자를 위한 관리방안의 강구가 절실히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장유선 브랜드디자이너
이유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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