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회피 자금, 장기국채에 몰려…100년물 거품 기미

SBS 뉴스

작성 2019.08.16 15:50 수정 2019.08.16 15: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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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에 채권매입 붐이 일고 있다.

미·중 대립과 세계 경기둔화 우려로 주식 등의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만기가 무려 100년에 이르는 각국 국채로 몰리고 있다.

오스트리아 등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의 100년 만기 국채는 물론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멕시코 등의 100년 만기 국채도 인기다.

다만 2017년 발행된 100년 만기 아르헨티나 국채가 최근 현지 통화 가치 급락으로 한때 액면가의 절반 이하로 폭락한데서 보듯 위험을 도외시한 거품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2117년 만기 유로화 표시 오스트리아 100년물 국채는 올들어 80% 이상 올랐다.

더블A 플러스로 일본 국채 보다 3단계 높은 신용등급이다.

플러스 이율이 기대되는 채권으로 유럽 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각국 투자가들에게 인기다.

채권 가격이 오르자 2017년 발행 당시 2.1%였던 금리가 올 6월 추가발행시에는 1.2%로 떨어졌다.

이미 발행된 채권의 금리는 15일 시점에서 이보다 더 낮은 0.6%로 내려가 초장기채권의 이자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유럽의 투자운용회사) 수준까지 하락했다.

오스트리아 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만이 아니다.

트리플B 플러스인 멕시코의 100년만기 채권도 연초 이래 20% 상승했다.

더블B 마이너스로 투자적격미달 수준인 브라질의 40년 만기 채권도 30% 이상 올랐다.

작년에 5-6%대였던 이자율은 3%대로 하락했다.

신용등급이 싱글B격인 케냐와 가나의 초장기 채권은 8월에 발매됐지만 이자율 하락은 제한적이다.

세계적인 금리인하 경쟁이 격화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 규모는 16조 달러를 넘어섰다.

8월 들어 2주 동안 3조 달러나 증가, 작년 말에 비해 배로 늘었다.

채권시장에 자금이 넘쳐 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플러스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을 살 수 밖에 없는 투자가가 적지 않다.

장래 지출에 대비해 자산을 운용하려는 생명보험회사 등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투자가들에게는 듀레이션(잔존기간)이 긴 채권일수록 금리동향에 따라 채권가격이 크게 출렁일 위험성이 있다.

또 발행주체에 따라서는 신용위험도 져야 한다.

미국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은 저명한 펀드 포트폴리오에 아르헨티나 국채를 10% 산입했다 이달 1일 현재 18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경기둔화에 박차가 걸리면 이런 사례가 다른 곳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에서도 100년 앞을 내다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100년 전 오스트리아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붕괴했다.

신흥국에서는 정권의 안전성과 경제정책 여하에 따라 경제가 위기 또는 성장의 어느 쪽도 될 수 있다. (M&G인베스트먼트 신흥국 채권담당 클라우디아 카릿치)

아르헨티나는 위험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11일 실시된 대선 예비선거후 정국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페소화가 급락, 2017년 발행한 100년물 채권이 한때액면의 절반 이하가 되기도 했다.

작년에 100년물 채권을 매입한 한 미국 채권투자가는 "금리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위험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한 가지 자산에 '몰빵'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