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전기차 구매 3년 차의 여름…"같이 타요!"

김지석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SBS 뉴스

작성 2019.08.16 11:13 수정 2019.08.17 10: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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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전기차 구매 3년 차의 여름…"같이 타요!"
"하이브리드 차량이에요? 전기차예요?"
"전기차예요!"
"그런데 왜 번호판이 하얀색이에요?"
"아, 제가 파란색 번호판 나오기 전에 산 전기차라서 그래요. 주차비 얼마예요?"
짧은 정적이 흐른 후 관리인 아저씨는 말없이 게이트를 올려줬고 나는 1초 망설인 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물었다. 왜 우리는 주차비를 안 내냐고.
"어 우리 차는 전기차라서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아서 그래."

얼마 전 저녁에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으려고 아이들과 시내 중심상가를 가는 길에 차를 가져갔다. 가까운 거리를 가는 데는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요금이 성인 1,050원, 청소년 840원이니, 4인 가족 기준 왕복 7,560원이다. 거의 스파게티 1인분 값인데 이게 굳었다. 주행거리가 5㎞ 정도였으니 나는 충전비로 따지면 50원 정도를 썼다. 교통비가 151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뭐, 휘발유차나 디젤차를 탔어도 마을버스 대비 비용이 많이 줄기는 한다. 내연기관차였다면 대략 500원 정도를 기름값으로 쓰고 주차비를 2천 원 정도 냈을 거다. 2,500원이면 내가 쓴 돈 50원의 50배이기는 하나, 그 차이 2,450원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

장거리 여행을 가게 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교통비 차이가 좀 더 커진다. 여름이면 나는 3박 4일 일정으로 강원도로 가족들과 휴가를 간다. 오대산 월정사, 평창, 강릉 해변 정도를 적당히 섞어서 다녀오는데 포털 지도로 작년 경로를 검색해 보니 주행거리가 약 550㎞ 정도다.

휘발유차로 다녔다면 통행료 2만 6300원, 주유비는 6만 5000원 정도가 든다고 나온다. 합쳐서 9만 원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나는 전기차로 다닌다. 그래서 통행료는 50% 할인해서 1만 3150원, 충전비는 1만 2000원 정도면 된다. 내연기관차 대비 6만 5000원 정도 절약된다. 그 정도면 4인 가족이 저녁 먹고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전기차가 저녁을 내는 느낌이랄까? 물론 휴가비 6만 5000원 절감도 어른들의 세계에선 뭐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다.

내 경우엔 지방에 강의를 하러 갈 때도 종종 전기차를 이용한다. 직접 운전하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대중 교통으로 이동하면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 대비 시간이 두세 배 드는 곳도 많다. 게다가 KTX와 택시 등을 이용하면 10만 원쯤 나오는 출장길도 전기차를 몰고 가면 2만 원 정도면 해결된다. 2년 반 동안 출퇴근을 제외한 용도로 약 2만 5000㎞를 주행했다.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걸 한꺼번에 모아서 보면 좀 차이가 난다. 간단하게 휘발유차와 비교를 해보면 2만 5000㎞를 탈 때 주유비는 약 400만 원 정도 쓰게 된다. 반면 2년 반 동안 전기차 충전비는 약 40만 원 정도 썼다. 약 340만 원 차이다. 이 정도 차이면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나름 의미가 있다.

또 내가 휘발유차를 탈 때 몇 달에 한 번씩 나를 귀찮게 했던 엔진오일 교체 비용이 모두 내 지갑 안에 단단히 굳었다. 자동차 세금도 연간 13만 원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적다. 일반 준중형차의 경우 차를 새로 사면 30만 원 정도가 나가니까 매년 17만 원 절약하는 셈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아직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은 많은 사람이 자신들이 전기차에 대해 들었던 단점들을 우려 섞인 목소리로 얘기한다.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건 주변에 충전소가 없다, 충전시간이 오래 걸린다, 보험료가 많이 나온다더라, 배터리 교체 비용 내고 나면 손해다, 차 값이 너무 비싸다 정도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는 10년 또는 20만㎞ 보증해주는 업체도 있다. 보험료는 나의 경우 40만 원 초반대를 내고 있다. 충전소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에 '전기차충전소'라고 검색하면 생각보다 많이 보인다. 가격도 보조금을 감안하고 유류비 절감액을 감안하면 나름 착하다. 충전시간에는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주변을 산책을 하거나 에어컨을 켜고 차에 앉아서 핸드폰 게임을 해도 된다.

게다가 전기차는 엔진이 없으니 진동이나 소음이 없어 승차감도 아주 좋다. 환경 문제나 유지비와 상관없이, 운전하는 게 즐거운 차를 몰고 싶은 이들에게도 전기차를 추천할 만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팔린 전기차는 이미 8만 대 가량 된다. 물론 전기차를 타게 되면 몇 가지 배워야 할 것들이 좀 있지만,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듯이 조금 익숙해지면 된다. 그게 싫어서 휘발유차나 디젤차를 사겠다는 분들까지야 어찌할 수 없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정보 혹은 막연한 우려 때문에 전기차를 꺼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서 마치 전기차 영업사원처럼 이야기를 하곤 한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그린피스에서 '전기차 구매의 모든 것'이라는 무료 전자책도 만들었다. 환경단체가 전기차 구매를 권하는 게 좀 어색할 수 있지만, 대안 기술이 없던 과거의 환경운동과 대안 기술이 있는 요즘의 환경운동은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귀를 기울이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p.s. 전기는 어디서 오냐는 말을 하는 분들이 꼭 계신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비중이 매우 높은 게 현실이지만, 전기는 태양광, 풍력으로도 만들 수 있다. 내가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 3개로만 전기차 약 750대를 운행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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