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재산, 11년 만에 4㎡ 환수…후손들 반격에 졌다

이완용 땅도 아직 남아 있다…재산 환수 움직임 無

김학휘, 심영구 기자 hwi@sbs.co.kr

작성 2019.08.15 20:33 수정 2019.08.16 16: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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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우리 안에서 풀어야 할 숙제인 친일 청산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이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친일파 재산 환수입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최대한 그 재산을 환수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친일파 후손들이 소송으로 맞서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친일파 후손이 가진 막대한 땅을 둘러싼 소송에서 정부가 딱 4제곱미터, 거의 1평 정도만 돌려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친일파 재산 환수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저희 데이터 저널리즘팀 마부작침과 이슈취재팀이 관련 소송을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김학휘 기자, 심영구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기자>

이우영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 회장은 조선의 왕족이자 일제의 후작이었던 친일파 이해승의 친손자입니다.

최근 법원이 이우영 회장 땅에 대해 국가로 소유권을 이전하라고 판결했는데 이게 화제가 됐습니다.

11년에 걸친 소송 끝에 국가가 환수할 수 있게 된 땅은 제가 서 있는 이 4제곱미터에 불과합니다.

이 땅은 친일파 이해승이 일제의 토지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땅으로 인정받고 이해승이 숨진 뒤 손자인 이우영 회장이 상속받은 땅입니다.

12년 전 친일재산조사위는 190만 제곱미터가 넘는 친일파 이해승의 땅을 국가에 귀속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우영 회장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90여만 제곱미터 땅을 모두 되찾아갔습니다.

그러자 정부가 다시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단 4제곱미터만 국가 소유로 인정하고 나머지 땅은 그대로 이 회장 소유로 인정했습니다.

어떤 심정으로 소송에 나섰는지 물어보기 위해 이 회장을 찾아가봤습니다.

[(회장님 안 계세요?) 안 계세요. 요즘 안 들어오는 것 같은데.]

집에도, 호텔에도 찾아갔지만 이 회장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우영 회장 회사 관계자 : 지금 한국에 안 계셔서 뵙는 게 좀 어려우시거든요.]

친일파 후손들과 정부 간 소송은 124건에 이르는데 환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이 가장 많았습니다.

확정 판결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정부가 승소했지만 친일파 측이 승리한 것도 9건.

이에 따라 국가가 환수한 친일재산 중 16.2%는 다시 친일파 후손에게 돌려줘야 했습니다.

[이준식/前 친일재산조사위 상임위원 (現 독립기념관장) : (친일 재산 환수 작업을) 너무 늦게 시작해서 전체 친일 재산 가운데 극히 일부만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아쉽고요.]

이우영 회장과의 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정부와 친일파 후손 간 법정 다툼은 일단 마무리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황지영, VJ : 김초아, CG : 장성범·조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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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친일재산 규모<기자>

친일파 이완용이 소유했던 땅은 2,234만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이중 친일 재산으로 규정해 국가가 환수한 것은 단 0.05%, 1만 제곱미터뿐.

해방 전 대부분 팔아치워 현금화했기 때문에 환수가 불가능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땅은 없을까.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야산을 찾아갔습니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이완용이 가졌던 땅이 근처에 있다고 알려줍니다.

[고 모 씨/주민 : (이완용 땅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이거 아닌가, 맞아요, 이쪽 편에. 저 위에 것까지 다.]

이 주변을 포함해 이완용 일가가 용인에 갖고 있던 땅만 약 16만 제곱미터, 옛날 기준으로는 4만 8천 평이나 됐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이완용 후손 명의로 돼 있던 땅입니다.

임야대장을 확인해보니 상당수가 매각됐지만 각각 298, 198제곱미터 규모의 필지 2곳을 이 모 씨가 지금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캐나다로 이민 간 것으로 알려진 이완용의 증손자입니다.

친일 재산으로 인정된다면 환수가 가능한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제외하면 정부 차원의 환수 움직임은 멈춰 있습니다.

2010년 10월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해산한 뒤 친일 재산을 조사하거나 환수를 추진할 정부부처나 기관이 10년째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정철승/광복회 고문 변호사 : (친일 재산 환수는) 영원히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수 처분이 내려진 친일 재산은 실제로 친일행위를 해서 치부한 재산의 아주 극히 미미한 비율에 불과하거든요.]

국가송무를 담당하는 법무부는 광복 70주년이었던 지난 2015년 "마지막 1필지의 친일 재산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VJ : 정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