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함대 사건이 기강해이?…"목선에 놀란 군수뇌의 '오버'!"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7.14 10:05 수정 2019.07.14 16: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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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입니다. 군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해군 2함대 거동 수상자가 대공 용의점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단지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던 병사로 드러났습니다. 군대 다녀온 남자라면 잘 알겠지만 야간 경계 근무 설 때 주전부리 생각 많이 납니다. 몰래 뭐든 구해다가 먹는 이른바 ‘고문관’이 부대마다 종종 있습니다. 그런 짓 해서는 안되고 군법으로도 금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떠들썩하게 군을 흔들 일도 아닙니다.

사실, 그제(12일) 이 사건이 폭로되고 국방부 기자실 주변에서는 "부대 내 병사 누군가가 먹거리 찾아서 밤마실 다닌 것 같다"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밤 10시 넘어서 랜턴 들고 부대 안을 뛰어다닌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데 부대 주변을 비추는 CCTV의 녹화본을 비롯해 어디에도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으니 십중팔구 입이 심심한 병사의 소행이었습니다. 그래서 해군 헌병도 당시 초소 야간 근무자들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여 그제 오전쯤엔 용의자(?)의 윤곽을 잡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함대 지휘통제실 소령이 공명심 많은 한 병장에게 거짓 자수를 하라고 제안하지만 않았어도 이번 사건은 그저 해프닝입니다. 참 못났고 이해못할 장교입니다. 하지만 소령의 일탈 건도 2함대 안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돼야 할, 또 그렇게 되고 있었던 ‘한 부대의 사건’입니다.

오히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데는 군 수뇌부의 미덥지 못한 대처입니다. 북한 목선 귀순 사건으로 혼쭐났던 군 수뇌들은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의 설익고 자극적인 폭로가 나오자 당황해서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여론의 질타가 걱정된 나머지 장관, 해군참모총장 모두 허둥지둥 호들갑 '오버'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병사들을 중죄인 취급하며 '오버'했습니다.

군 수뇌부는 반성해야 합니다. 한 치 앞 분간도 어려운, 불확실성의 연속인 전쟁터에서 나라 지킬 장수들이 이 정도 혼란에 오판하고, 서로 등 떠밀고, 흔들리면 곤란합니다.
2함대 사건을 제기한 김중로 의원(오른쪽)과 정경두 국방장관● 조사본부와 참모총장 전격 투입…적절했나

김중로 의원의 폭로가 있던 그제(12일) 오전, 정경두 국방장관의 첫 조치는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으로 구성된 특별 조사단의 2함대 급파였습니다. 딱 봐도 '견적'이 나오는 사건인데 장관은 무언가에 쫓기듯 조사본부를 가동했습니다. 이로써 2함대 거동 수상자 사건은 해군 한 부대의 사건의 아니라 군 전체의 사건으로 커졌습니다.

그때 이미 2함대의 해군 헌병은 수사망을 특정 병사들로 좁혀놨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2함대 병사들을 거의 전수 조사했고 그제 오전에는 거동 수상자 발견 당시 주변 초소 근무자들로 수사망이 좁혀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장관은 해군 참모총장이나 조사본부를 통해 해군 수사 상황을 면밀히 점검한 뒤 차분히 대응했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성급하게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어 심승섭 해군 참모총장이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사태를 더 키웠습니다. 참모총장은 본인 의지로 기자실을 찾은 게 아니었습니다. 등 떠밀려 마지못해 나섰고, "해군 참모총장 선에서 모든 일을 책임지라"는 숨은 메시지가 읽혔습니다. 이토록 거창하게 벌일 소동도 아닌데 책임의 경계를 긋는 모습이 무척 불편하게 비쳐졌습니다.

"북한 목선에게 동해 뚫린 데 이어 거동 수상자에게 서해도 뚫렸다"는 김중로 의원의 과도한 공세에 군 수뇌부가 제대로 말려들었습니다. 군 수뇌부의 헛헛한 밑천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 병사들 범인 취급하는 무지한 조사본부

조사본부는 2함대 파견 단 하루 만에 거동 수상자를 찾아냈습니다. 전광석화였습니다. 수사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해군 헌병이 이미 다 차려놓은 밥상에 조사본부는 앉아서 숟가락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모두 제 공인 양 "현장수사를 실시하던 중 7월 13일 01시 30분경 거동 수상자를 검거하였다"며 떠들썩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자료 곳곳에는 써넣은 '검거'라는 단어도 눈에 거슬립니다. 조사본부는 경계 임무 중 자판기에 음료수 뽑아 먹으러 갔다는 이유로 병사를 중대 범죄자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어제(13일)는 현장 검증도 했습니다. 원래는 기자들을 2함대 탄약고 앞으로 불러들여서 공개 현장 검증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병사들을 마치 강력범죄 피의자처럼 고개 숙이게 하고 당시 상황을 재연시켜 뉴스에 내보내겠다는 발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겨우 뜯어말렸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음료수 먹고 싶었던 그 병사는 중대 범죄인이 아닙니다. 군이 아무리 변화에 뒤처진다고 하지만 조사본부는 일제시대 칼 찬 헌병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깟 일에 흔들린 군 수뇌부

어제부터 김중로 의원은 이번 건을 '진실 은폐', '책임 전가', '보고 누락'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음료수 병사'의 내부 소행 덕에 경계 실패는 김 의원의 지적 사항에서 빠졌습니다. 잘 따져 보면 병장에게 거짓 자수를 제안한 소령의 잘못을 책임 전가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진실 은폐, 보고 누락은 올바른 규정 같지 않습니다.

해군 참모총장에게 보고된 상태에서 2함대에서 수사하고 2함대에서 종결했어야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건을 해결한 뒤 국민들에게 알릴지 말지는 해군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즉 진실 은폐, 보고 누락은 없었습니다. 기강 해이도 부적절한 비판 같습니다.

그럼에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군 수뇌부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군 수뇌부가 이렇게 강단 없고 바깥 여론에 휘둘려서는 전쟁 못합니다. 수시로 전황(戰況), 공수(攻守), 우열, 기상, 그리고 운(運)과 기(氣)가 변하는 전장에서 지휘관은 냉철해야 합니다. 평시 사건에도 우왕좌왕하는데 유사시에는 어떨지 걱정입니다.

또 군 수뇌들은 북한 목선의 6월과 거동 수상자의 7월을 보내면서 참모들 중 누구 말이 옳았고 누구 말이 틀렸는지 분간이 될 겁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옳은 직언들은 기각됐고 잘못된 조언은 채택됐습니다. 송영무 장관 시절, 군을 멍들게 했던 세치 혀들이 떠오릅니다. 모름지기 고급 지휘관은 참모들 잘 골라 써야 합니다.

끝으로, 장관과 참모총장은 자판기에 가서 음료수 뽑아먹으려다가 먹지도 못하고 줄행랑친 병사와 거짓 자수한 병사를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동안 벌어진 난리 통에 이 병사들은 말 그대로 십년감수했습니다. 벌써 충분히 혼났습니다. 높은 지휘관들이 어려움에 처한 병사들 넉넉하게 안아주면 병사들은 용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