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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佛 '핵합의 특사'에 "우리만 지키는 기간은 끝났다"

이란 정부는 9일(현지시간) 테헤란을 찾은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안보비서관을 만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둘러싼 이란의 단호한 태도를 전달했다.

알리 샴커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0일 본 비서관에게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뒤 1년간 말미를 줬지만 유럽은 이 기회를 놓쳤다"라며 "그 기간 우리는 혼자서 핵합의를 지켰으나 이제 그런 기간은 끝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상대방(유럽)이 핵합의를 지키는 만큼 그에 비례해 지키겠다"라면서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결정은 이란의 변함없는 전략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결정한 핵합의 이행 범위 축소는 이를 위반한 게 아니라 핵합의의 조항에 따른 합법적인 조처다"라며 "이행 축소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이란의 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기구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달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의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샴커니 사무총장은 또 "오늘날 미국은 유럽연합(EU)의 주권을 인질로 잡고 있다"라며 "유럽은 정체성과 자주를 지키기 위해 미국의 일방주의와 맞서야 할 때다"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를 유지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이란과 교역을 회피하면서 핵합의를 충실히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유럽이 이런 교류를 재개하면 이란은 언제든지 핵합의에 다시 완전히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본 비서관은 이 자리에서 프랑스는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중단하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한다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10일 본 비서관에게 "미국이 계속 압박하는 데 협상할 수는 없다"라며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했으니 유럽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제한을 계속 준수하라고 이란을 설득하기 위해 본 비서관을 9일 테헤란으로 급파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6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15일까지 핵합의를 유지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본 비서관의 방문에 대해 이란 언론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테헤란타임스는 10일자에 '본 씨, 이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경 보수성향의 이란 신문 케이한도 전날 유럽 핵합의 서명국(영·프·독)이 함께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촉구한 데 대해 "유럽은 약속은 이행하지 못하면서 강압에는 발빠르다"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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