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정숙 여사 실루엣' 가짜뉴스 누가 퍼날랐나?

최호원 기자 bestiger@sbs.co.kr

작성 2019.07.05 17:45 수정 2019.07.05 17: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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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시판 사이트 '클리앙'에서 처음 <스브스 미친것들>이라는 글을 발견한 것은 오전 10시 전후였다. 어제(4일) 8시뉴스 '폭스테리어 물림 피해자 더 있다...안락사 논란' 리포트에 사용된 견주의 실루엣 CG가 영부인 김정숙 여사라는 주장이었다.
4일 SBS 8시뉴스 견주 실루엣 CG그럴 듯하게 김 여사 사진과 실루엣CG를 겹쳐 비교하며 "김정숙 여사님, 평소 사진찍는 자세만 봐도 알 수 있는데 합성해보니 머리스타일은 반전시킨 것 같고 평소 자세와 똑같네요. 이놈의 일베놈들은..."라고 비판했다.
김정숙 여사와 잘못 합성한 사진당장 보도CG실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터무니 없다"는 설명이다. 보도CG실이 해당 원본 파일을 보내왔다. 전세계 방송국들이 정식 유료 계약을 통해 사용하는 게티 이미지(getty image)였다. 파일 이름은 Asian senior woman(아시아 중년 여성).
관련 사진실루엣 작업 중의 '아시아 중년 여성' 게티 이미지클리앙 게시글의 초기 댓글에는 "아닌 것 같은데...", "무리한 주장이다", "근거가 부족하다"는 글들이 있었다. 그런데, 10분 20분이 지나자 제목처럼 '스브스 미친것들'이라는 댓글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SBS의 과거 일베 이미지 사건들을 떠올리며 욕을 쏟아냈다. '좀 이상하다'던 네티즌의 글이 1시간만에 '사실'이 됐다. 결국 클리앙에 정식 게시글 삭제를 요청했다. 1~2시간 뒤 원본 글과 댓글이 함께 삭제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트위터로 번졌다. '김정숙 여사 실루엣'을 퍼나르는 사람들도 얼마 전까지 가짜뉴스를 욕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지금은 이게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퍼나른다. 욕을 한다.
트위터로 번진 가짜뉴스이제 댓글에 '좀 이상하다'는 글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앞선 사람이 퍼날랐으니 뭐 맞겠지? 안 되겠다 싶어 개인 트위터로 '게티 이미지였다'는 설명 글을 올렸다. 답글이 달렸다.

"전과가 하루아침에 지워지는게 아니라는 걸 알기를 바란다. 시방새야."
"오늘쪽 머리카락이 오히려 김여사 실루엣과 더 일치되는데요?"
"찾느라 애썼네"
"그래서요?"
"합성 후에 실루엣 처리를 한 것 같은데..."

질타가 이어진다. 조금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도 안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안 믿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사이 대구 모 신문이 온라인 기사를 썼다. "클리앙에 이런 글이 올라왔는데, 이 네티즌은 실루엣이 김정숙 여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SBS는 현재 이 주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화를 걸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에 기사를 써야 하지 않나?" "클리앙에 글이 올라와서..." "네티즌 글을 어떻게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없이 쓸 수 있나? SBS에 취재를 했나?" "그때까지 SBS가 입장을 밝히지 않아서" "입장을 물어나 봤나? 누구에게 전화 걸었나?" "죄송하다. 지금 삭제하겠다."

보배드림, 디씨인사이드, 82쿡, 네이버 카페들와 블로그들에도 가짜뉴스가 올라온다. 전화를 걸고, 게티 이미지 파일을 메일로 보내고, 삭제를 요청한다. 하지만, 삭제 요청 속도는 퍼나르기 속도를 절대 못 따라간다.

맞다. 모두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SBS는 더욱 꼼꼼해져야 한다. 더욱 신뢰를 쌓아야 한다. 꾸준히 SBS를 본 시청자들이 "내가 쭉 봤는데, 걔들 그렇게 편파적이지 않아", "제대로 깊이 취재하려고 노력하던데" "시청자들이 지적하면 귀 기울이고..."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 가장 많아도, 20-49세 시청률이 가장 높아도...가짜뉴스를 막는데는 이런 신뢰가 먼저 필요하다.

보도CG실은 오늘 다시 시스템을 점검한다. 보도국 기자들은 취재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가짜뉴스를 욕하며 스스로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사람들은 또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