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부활한 정조국 "동국이형만큼 오래 뛰어야죠"

강원 상승세 비결…"전술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하성룡 기자 hahahoho@sbs.co.kr

작성 2019.07.03 10:01 수정 2019.07.03 10: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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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부활한 정조국 "동국이형만큼 오래 뛰어야죠"
축구 팬들에게 잠시 잊혔던 이름. 2016년 K리그 득점왕이자, MVP인 36살 베테랑 공격수 정조국이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정조국은 K리그 개막 후 4개월이 지난, 지난 17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뽑아내더니 2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강원의 2연승을 이끌었습니다.

순도도 만점입니다. 지난달 23일, K리그 역대 최고의 역전승으로 주목받은 포항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헤딩골을 터뜨려 5대 4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고, 지난 주말에는 인천전에서 홀로 2골을 몰아치며 2대 1 역전승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마치 그의 축구 인생처럼 위기마다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습니다.

2017년 강원 이적 후 잦은 부상과 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스스로 '한물갔다'는 평가를 뒤집으며 오랜만에 K리그 중심에 우뚝 선 정조국 선수를 SBS 팟캐스트 골라듣는 뉴스룸 '축덕쑥덕'에서 전화 인터뷰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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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한때 10위까지 추락했던 강원은 6월에 열린 4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하며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김병수 감독 특유의 짧은 패스 플레이 '티키타카'가 선수들에게 완벽하게 이식됐다는 평가입니다. 공격수에게 많은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강조하는 김 감독의 축구에 정조국도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완벽하게 적응했습니다. 정조국은 강원의 상승세 비결을 '디테일'에서 찾았습니다.

Q. 2경기 연속 역전 결승 골을 터뜨린 소감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인데, 저희 팀 선수들이 실점하고 나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줬습니다. 열심히 뛰어줘서 차근차근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골을 누가 넣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후배들이 굉장히 잘해준 덕분입니다."

Q. K리그뿐만 아니라 외신도 주목한 최고의 역전승, 포항전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거든요. 단 한 번도 이런 경기는 해본 적이 없고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프로에서 올해 17년 차인데 단 한 번도 없었던 경험이라 저도 굉장히 놀란 경기였습니다."
관련 사진Q. 지난달까지만 해도 출전 기회가 적었는데, 김병수 감독의 축구에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저는 항상 제 자리에 있으려고 노력했고 똑같은 자리에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항상 자신 있었고 경기에 투입됐을 때 제가 해야 될 일이 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깐 좋은 경기 결과도 났습니다.

김병수 감독님뿐 아니라 현대 축구를 보면 공격수가 공격만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해야 하고 연결고리도 해줘야 합니다.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발전하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축구화를 벗는 순간까지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강원의 상승세 비결은 '김병수 감독의 축구'가 완벽하게 자리 잡은 덕분인가요?

"전술적인 부분에서 디테일한 것 같아요. 어떨 때 보면 굉장히 독하게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세요. 그리고 선수들과 (전술에 대해) 소통하십니다. (유연한 전술 변화에) 다른 팀이나 다른 선수들이 강원과 경기할 때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디테일한 부분이 작은 차이를 만들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올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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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대표팀 고마워!"

정조국은 인천전 킥오프 전 20세 이하 대표팀의 18살 '막내형' 이강인 선수와 짧게 인사했습니다. 1984년생 공격수 정조국은 자신의 프로 데뷔 2년 전에 태어난 2001년생 이강인을 보며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습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연령별 대회를 거치며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정조국에겐 과거의 '그날'들이 생각났을 순간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지 않나요?". 기자의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습니다. 옛 추억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그렇지만 축구 선배 입장에서 굉장히 고마운 것 같아요. 워낙 좋은 성적을 거뒀고 한국 축구 열기를 계속 이어줬습니다. 이강인뿐만 아니라 20세 이하 대표팀 후배들이 거둔 성적에 팬들이 K리그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선배들이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만들어준 좋은 분위기를 이제 선배들이 이어가야죠.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모일 수 있도록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하고, 팬들이 원하는 멋진 골을 많이 보여줘야 해요. 그래야 팬들이 더 많이 찾아와 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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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형만큼 오래 뛰고 싶다"

프로 17년 차 정조국은 몸 관리 비결 중 하나로 '맛집 탐방'으로 꼽았습니다. 팀 동료인 오범석 선수와 강릉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또 몸에 좋은 음식으로 체력 보충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넘어선 축구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경기력의 비결은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띠동갑 이상 어린 선수들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무기, 바로 '경험'입니다.

"지금 당장 그만둔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래서 더 항상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피지컬적으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제가 그동안 해온 경험이라는 큰 무기가 있습니다. 팀 동료들이 워낙 잘 뛰어주고 있기 때문에 경험을 토대로 '편하게' 뛰고 있습니다."

정조국이 꼽은 두 가지 비결이 더 있었습니다. 가족, 그리고 '5년 선배' 이동국입니다. 2015년 FC 서울에서 11경기 출전 1골에 그친 정조국은 "아들에게 경기장에서 뛰는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광주 이적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득점왕에 오르며 스스로 다짐처럼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고, 올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며 첫째 아들, 둘째 딸 앞에서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Q. 요즘 활약에,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데요?

"네. 워낙 첫째야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선수 정조국을 굉장히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저한테 가장 동기부여가 되고 저한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둘째는 어려서 잘 모릅니다. 둘째가 좀 더 커서 '아빠가 축구 선수였다'라는 걸 알게 될 때까지 오래 뛰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뛰어야 할 것 같아요."

Q. 이동국 선수보다 오래 뛰겠다는 각오인가요?

"저는 딱 동국이형 만큼만 하고 싶어요. 동국이형이 저보다 5살이 많거든요. 동국이형이 한 만큼만 딱 한다면 더는 욕심 없습니다. 득점에서는 동국이형하고 워낙 차이가 많이 나서 넘볼 수 없는 '넘사벽'입니다. 득점(이동국 219골, 정조국 118골 *K리그 기준)을 넘어서는 건 아닌 것 같고 저는 그냥 소박하게 축구화 벗는 날까지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히 이어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축구를 한 날보다 앞으로 축구를 할 날이 적은 건 사실이에요. 한 경기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동국이형을 나이로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한 번 노력해보겠습니다."

Q. 올 시즌 목표를 공개해주세요.

"개인적인 목표는 딱히 없습니다. 제가 지금 한 게 없기 때문에… 제가 워낙 숫자는 관심이 없고, 그럴 시기도 지났다고 생각해요. 공격수라면 가장 잘하는 게 골을 넣는 거고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매 경기 골을 넣으려고 하고 있고 개인 아닌 팀을 위해 뛰려고 합니다. 팀을 위해 뛰면서 팀이 상위 스플릿에 먼저 들어가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차근차근 한 단계 이뤄가다 보면 모든 분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습니다. FA컵도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습니다. 한 경기 잘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