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지면 못 나온다…야생동물 죽음으로 모는 농수로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9.06.14 21:25 수정 2019.06.14 21:5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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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사일을 위해 설치된 콘크리트 농수로가 야생동물에게는 죽음의 덫이 되고 있다는 첫 실태조사가 나왔습니다. 농수로가 생각보다 가파르고 깊어서 한번 떨어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텅 빈 농수로 안에 고라니 한 마리가 죽어있습니다. 농수로에 떨어진 뒤 빠져나가지 못한 것입니다.

집에서 기르던 개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정숙/주민 : 못 나와요. 탈출구가 없잖아요, 이렇게 뛰어넘고 언덕을 타고 못 올라와요.]

농사철인 요즘 수로에는 물이 한가득 흘러갑니다.

1964년에 준공된 이 농수로는 폭이 10여m, 깊이 2m에 길이만 26km에 이르는 콘크리트 농수로입니다.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 이 콘크리트 농수로에서는 야생동물 폐사체 흔적이 1km당 3.1건이나 발견됐습니다.

자치단체별로는 강원과 충남, 충북 순으로 피해가 컸습니다.

최근 2년간 야생동물 구조 건수도 14개 자치단체에서 650건에 이릅니다.

고라니와 개, 너구리 순으로 많았습니다.

특히 깊이가 깊은 직각 형태의 콘크리트 농수로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콘크리트 농수로는 5만km, 하지만 탈출로가 있는 곳은 1.6%에 불과합니다.

[우동걸/국립생태원 연구원 : 야생동물 이동도 함께 고려하고 생태 친화적인 농수로 설치가 필요합니다.]

환경부는 국립생태원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수로의 설치, 관리기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강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