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소수의 반란(?)은 성공할까…국회 소집 요구 서명 의원 26人이 궁금한 이유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9.06.13 09:14 수정 2019.06.13 12: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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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 등이 12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개원 요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인내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6월 임시회 소집을 요구합니다"

12일 오전 9시 30분 국회 본회의장 바로 앞 로텐더 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 소집"을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교섭단체도 아닌 소수당 의원 5명이 마이크도 없이 카랑카랑한 육성으로 "일 좀 하자"고 외쳤지만, 국회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텅텅 빈 회의장이 익숙함을 넘어 당연시되면서 '무능 국회'라는 비판은 사라진 대신, 국회 담장 밖에선 "국회 해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담장 안에선 여전히 귀를 막고 있는 듯 보인다. 올해 법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는 고작 4번(3월 7, 13, 28일, 4월 5일).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발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말 그대로, '역치'를 넘어섰다.

● 자장면 회동 이후 한 달…철저히 무시된 국회법

지난 4월 29일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민주·한국·바른미래당 교섭단체 3당은 국회 정상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자장면 회동을 기산점으로 삼으면 딱 한 달째다.

유감 표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더니,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합의 처리한다,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합의 처리 정신을 최대한 지킨다'는 등 문구를 두고 줄다리기를 거듭했다. 합의가 성사되나 싶더니, 예상 못한 변수가 톡 튀어나온다. 오늘은 "내일이면 합의될 듯", 내일이 되면 또 "내일이면 합의될 듯", 이런 모호한 답변이 반복된 채 6월을 훌쩍 넘겼다.

협상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고, 합의는 서로 다른 두 손이 마주한 결과물이기에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협상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라도 진정성이 없다면, 달리 말해 '국회 정상화에 대한 진심'이 없다면, 애당초 협상은 성사될 수 없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에 진심이 없다"고 말하고, 한국당 의원은 "제1야당의 굴종을 강요한 여당의 횡포"라고 항변한다. 이런 간극을 좁히는 게 협상이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된 게 있다. 바로 '법', 그것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목적(1조)'으로 제정된 '국회법'이다.

● "보리 베고 모내기하는 망종인데 국회 좀 열자"…법 보다 관행이 우선?

"이 정도까지 왔으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윤소하 원내대표)
"어떤 당론도 국회법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추혜선 정의당 의원)


정의당이 한국당을 비판하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을 향해선 결단을 촉구한 근거가 바로 국회법이다. 국회법 5조 2엔 '2월·4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열어도 그만, 안 열어도 그만이 아니라, '집회한다'는 구문 그대로, 반드시 열어야 하는 게 6월 국회다. 6월 1일 국회를 열지 않는 건, 쉽게 말해 위법이다. 국회는 이런 위법을 당연하게 받아 들여왔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일 때도, 지금의 야당이 여당일 때도, '협치와 합의'로 포장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물론, '협치와 합의'는 중요한 가치이고 존중받을 관행이다. 다수당의 횡포를 막아 건강한 논의를 보장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소수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교섭단체들이 전제하는 '협치와 합의'엔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을까.

이런 차원에서 정의당은 당을 떠나 개별 의원을 상대로 국회 소집 요구서 서명 작업에 돌입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전체 의원(5·18 망언 의원 3명 제외)들에게 '친전(親展-편지를 받는 이가 직접 봐주기 바란다는 뜻)'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틀 뒤면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하는 망종(芒種 6월 6일)인데, 풍성한 결실을 맺기 위해 농가에선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할 국회는 6월이 돼서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야를 떠나, 모든 당리당략을 떠나 함께 6월 국회를 소집합시다"<편지 내용 중>
국회 소집요구 동참 요청 친전 들어보이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당리당략 떠난 의원 20人…민주당 14명 바른미래당 1명도 서명

소수당 원내대표의 편지에 응답한 의원은 몇 명이나 될까. 12일 오전 10시 기준, 모두 26명이라고 한다. 정의당 의원 6명을 제외하고, 다른 당 의원 20명이 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아직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교섭단체로 협상 주체인 민주당 의원 14명과 바른미래당 의원 1명도 포함돼 있다. 평화당 4명, 무소속 1명도 서명을 했다고 한다. 국회 소집 요건(재적의원 4분의1)을 충족하기 위해 40여 명의 추가 서명이 필요하다. 로텐더 홀에 앉아있는 윤소하 대표는 "지나가는 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아 기필코 70명을 채우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이를 두고 한 여당 의원은 "의도는 좋지만 실익이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113명의 의석 수, 7개 상임위 위원장을 확보한 한국당과 합의 없인 추경도, 민생 법안 처리도 쉽지 않다. 한국당 협조 없인 국회를 열어도 실익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당연한 이 사실을 국회 소집에 서명한 의원들이 모를 리 없다. 짐작건대 20여 명 의원들은 당리당략을 떠나 '법을 지켜보자'는 바람에서 서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의 독재를 막는 '협치와 합의 관행'이 도리어 횡포가 된 정치, 시민을 외면하는 현실을 바꿔보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 성공 가능성 낮은 소수의 반란(?)…이들이 남다른 이유

이런 소수의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법 위의 헌법마저 매년 부정했던 국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 11월 30일,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야당 원내대표들이 예산안 심사 연장을 요구하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원내대표 합의가 헌법보다 우선 될 수 없다." 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정부 여당의 입장이 반영된 발언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헌법 54조엔 '예산안은 회계연도 30일 전까지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헌법에 정한 시한은 12월 2일이었다. 그러나 2019년 예산안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이 '합의'가 '헌법'보다 우선했다. 게다가 국회의 반헌법적 행위는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정부 정책, 인사, 쟁점 법안 등 여야 갈등 요인은 산적해 있어 국회 파행은 반복될 것이다. 그때마다 헌법과 법은 무시될 것이다.

부끄러운 현실이 명칭에 녹아있는 일명 '일하는 국회법'이 지난 4월 통과됐다. 국회법 49조와 57조에 상임위(소위원회) 회의를 정례 의무화시킨 게 골자로, 내달 17일 시행 예정이다. 취지는 좋지만, 지금의 정치 현실에서 이 법이 지켜질 수 있을까. 이미 법에 명시된 임시 국회마저 '합의가 우선'이라는 관행을 들어 개의도 못하고 있으니, 당연한 의문이다.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파행되면, '의사 일정 합의'를 전제로 '소위원회 의무화'는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

결국 위법을 당연시하는 국회 현실이 바뀌지 않은 이상, 어떤 법이 만들어져도 마찬가지일 테다. 국회 소집 요구서에 서명한 의원 26인, 이들이 현실 정치를 모르는 순진한 정치인이 아니라, 잘못된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는 남다른 정치인으로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이 궁금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