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북·미, 와이즈 어니스트 호와 푸에블로호 맞교환 논의 해볼 만"

조성현 기자 eyebrow@sbs.co.kr

작성 2019.06.11 13: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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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북·미, 와이즈 어니스트 호와 푸에블로호 맞교환 논의 해볼 만"
"와이즈 어니스트호와 푸에블로호의 교환을 논의해 보는 것도 대화에 물꼬를 트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스캇 스나이더(Scott A. Snyder) 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선임 연구원은 꽉 막힌 북미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와 북한이 1968년 나포한 미군 정찰함 푸에블로호의 교환을 논의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실현 가능성과 별도로 해법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현 교착국면을 풀어가기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달 5월 28일과 29일 워싱턴에서 만난 싱크탱크 관계자의 북미 관계 진단을 Q&A 형식으로 요약해본다.
북미● 스캇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Q. 북한은 스스로 시한으로 삼은 연말까지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는지? 또 트럼프의 재선 도전에 북한의 도발 이슈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지?

A.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이 트럼프의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대선 전에 어떤 액션을 취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북한에 어떤 한계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어디까지가 트럼프의 한계인지를 보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계속 시도할 것 같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최근의 발사체 도발도 그렇고, 북한의 언사를 봐도 그렇고 김정은이 다소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시험하고 있는 단계인데, 북한의 여러 차례 도발 끝에 어떤 한계에 다다르면 결국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까 한다.

Q.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입지가 줄어든 상태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올 수 있게 당근을 줘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할 것 같다.

A.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만 해도 한국이 북미 간 직접적인 대화 채널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하노이 결렬 이후 문 대통령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현재 한국은 북미 대화를 지켜보면서 의견차를 줄일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최고위급이 아니더라도 실무자급이라든가 북미 양국이 회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최근 방미 때 여전히 정상들이 이끄는 방식의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던데, 제가 보기엔 북미 간의 물밑 작업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지 않나 싶다.

Q. 여전히 탑다운 방식에 대한 기대가 있고, 트럼프도 김정은에 대한 개인적 신뢰를 얘기하고 있는데.

A.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이유는 실무자급에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정상들이 잘 알아서 하겠거니 미룬 게 문제였다. 북미가 제대로 대화하려면 미국에서 평양을 방문해 워킹 레벨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정도의 인사가 팀을 이끄는 게 좋을 것 같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정도면 그런 역할을 잘 해내지 않을까 한다.

Q.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 결국 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또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A. 북한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것은 트럼프가 '예측 불가(unpredictable)'하다는 점이다. 또다시 도발을 했을 때 트럼프가 (5월 두 차례 미사일 발사 때처럼) 괜찮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선과 관련해 북한 문제는 큰 이슈는 아니다. 북한이 대선을 활용해 북한을 압박하려 하겠지만, 트럼프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미국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더 있는데, 바이든을 비난하는 부분이다. 폼페이오를 비난한 것처럼 바이든을 비난했는데, 이걸 트럼프가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당선 확률이 높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난한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누가 당선이 되든 김 위원장은 새로운 미 대통령과 대화해야 하는데 비난을 할 필요가 없다. 북한이 트럼프를 선호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전략도 좋지 않다. 다만 정치적으로 봤을 때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대화를 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이 협상 프레임을 새롭게 짜서 북한이 고려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 건은 2005년 BDA 사건만큼 심각한 사안이어서, 협상 재개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푸에블로호와 교환을 논의해보는 것도 대화 재개를 위해 괜찮은 소재일 것 같다. 정치적 해결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스캇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왼쪽)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오른쪽) 스나이더 연구원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와 푸에블로호의 맞교환 논의를 교착 국면을 풀 정치적인 해법으로 제안했고, 클링너 연구원은 제재를 통한 압박 기조를 강조했다. (사진=조성현 기자)●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헤리티지 재단 선임 연구원

Q.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A. 하노이 회담 결렬이 준 교훈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현재 진행 중인 제재가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제재 때문이었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딜'은 과거 아버지, 할아버지가 내놓았던 안과 다르지 않다. 셋째,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도 북한이 외교적 노력이나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넷째, 트럼프가 내세운 톱다운 방식의 접근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노이 결렬 후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김 위원장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두고 봐야 한다.

Q. 북핵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인식 차,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간 인식 차가 있다고 보는지?

A. 미국 입장에선 한국 정부가 너무 멀리, 너무 빨리 (too far, too fast) 가려고 하는 걸로 느끼고 있다. 북한 경제 지원 등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데, 자칫 유엔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한국은 비핵화를 미국이 주도적으로 해나갈 사안이라고 보는 것 같고, 미국은 유엔과 전 세계가 같이 해나갈 문제라고 여기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간의 인식 차도 있는데, 북한 기업 제재나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우려 표명 측면에서도 대통령과 행정부가 각각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

Q. 진행 중인 미 대선 일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영향을 줄 것 같은가?

A. 외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 이슈가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미 트럼프를 뽑기로 한 사람은 트럼프를 뽑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뽑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까지만 해도 성공"이라고 하면 그걸 믿을 것이고, 반대자들은 비판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본다면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특별히 북한과 관계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쫓기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Q. 외교적 방법을 통한 해법은 결국 실패할 것으로 보는지, 새로운 해법을 찾자면?

A. 외교와 압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유엔과 함께 제재를 하거나, 핵, 미사일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 다른 범죄 행위와 관련된 제재를 장기간 해나감으로써 북한이 결국 행동 양식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진=미 법무부 홈페이지 자료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