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어린이 통학 차량 안전 사각지대…'그들'만의 문제일까?

김덕현 기자 dk@sbs.co.kr

작성 2019.06.10 09:14 수정 2019.06.10 16: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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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승자 문제는 영세 도장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보조교사를 태워야 하잖아요. 할 수 있는 도장이 몇 개나 있겠어요. 솔직히."

지난 6월 2일 8 뉴스 리포트에 나왔던 한 검도관장의 이야기입니다. 함께 들어온 카메라와 손에 움켜쥔 마이크에 놀라면서도, '중요한 건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수긍하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솔직히'라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한 그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통학 차량에 동승자를 태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러지 못했을까? 그는 혼자서 검도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 상담을 하고, 통학 차량을 운전하는 것 모두 혼자의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고용할 경우 검도관을 운영할 수 없었습니다. 최저임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1명을 추가로 고용하기 위해 월 180만 원 가까운 추가 지출이 생깁니다. 수강료로 이를 채워보자니 20~3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의 강습료가 적게는 6만 원에서 많게는 9만 원가량 늘어나게 됩니다. 보통 월 단위 강습료가 10만 원 안팎인 상황에서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는 셈입니다.

법을 지키기 위해 통학차량을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비용으로 이미 200만 원을 넘게 썼다는 그. 관장 혼자서 운영하는 영세업체들이 수없이 많아, 동승자 문제는 이들의 생존과 직결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야기를 끝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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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통학용 차량● 해결책은 '정부 지원'일까?

기사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시도 차원의 통학 차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승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우미 인력을 공공 차원에서 확충하자는 요지였습니다. 실제 그런 사례는 없었을까요?

경기 광명시에서는 지난 2017년 '어린이집 통학차량 도우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지원을 희망하는 어린이집에 도우미를 배치하고 인건비는 전액 시에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생활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해 사업 참여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어린이집과 학부모도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수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했던 현실적인 어려움과는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누리과정'이라고 불리며 공적 지원, 즉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어린이집과 달리 태권도장, 학원 같은 시설들은 사적인 재원에 의해 운영되는 '영리성'을 지닌 곳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혹은 각 가정의 기호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니는 곳인 만큼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반대 주장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외치기에는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수백대 무허가업체서 튜닝● 15만 대의 통학차량…'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것

법과 현실의 간극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통학차량 속 어린이들. 법률 개정, 정부 지원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 과정과 동시에 당장이라도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해답입니다.

바로 위 문장을 읽고 어이없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세상 모든 문제에 해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뻔한 단어를 대단한 것처럼 써놓은 것 아닌가?' 네, 맞습니다. 뻔한 답이죠. 하지만 이런 뻔한 답이 나올 만큼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우리들의 무지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어린이 통학차량이 멈춘 상태에서 점멸등이 켜져 있을 때, 바로 뒤 차량은 물론이거니와 옆 차로를 주행하고 있는 차량도 멈춰 서야 합니다. 모든 차량은 예외 없이 어린이를 태우고 있는 통학차량을 추월할 수 없습니다. 모두 도로교통법 제51조에 규정된 사항들입니다. 이 내용을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 하루 종일 서울 시내를 누볐던 취재진은 이 법을 준수하는 차량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차로를 막고 있는 통학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거나, 추월하는 모습만이 수없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량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통학차량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법과 현실의 차이에서 비롯된 위험 요소를 없애야 합니다. 통학차량을 운행해야 할 대상을 늘리고, 동승자 의무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어린이용 안전벨트를 새롭게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이어져야겠죠. 이와 동시에 우리 스스로 통학차량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평소에 이 차량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제 기사의 마지막 문장에서처럼 전국의 통학차량은 약 15만 대. '남의 일'로 치부하고 우리의 무지를 덮기에는 너무도 많은 숫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