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90억 횡령·배임' 수배자 유병언 차남에 '매달 거액'

백운 기자 cloud@sbs.co.kr

작성 2019.06.05 20:35 수정 2019.06.05 22: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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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은 올해로 5년째 인터폴에서 가장 강력한 적색 수배를 받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가계도부터 한번 보시겠습니다.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씨가 숨진 뒤에 큰아들인 유대균 씨와 딸 유섬나 씨는 회삿돈 횡령과 배임 혐의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실질적인 후계자라는 둘째 아들 유혁기 씨는 외국에서 계속 버티면서 아직 한 차례도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인터폴 적색 수배자가 바로 유혁기 씨입니다. 그런데 매달 수억 원에 이르는 돈이 미국에 있는 유혁기 씨 회사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사실을 저희 취재팀이 확인했습니다.

도피 자금으로도 쓰일 수 있는 돈이 얼마나, 어떻게 계속 가고 있는 것인지 백운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월 8일 경기도 수원 지역 구원파 신도들의 SNS에 올라온 공지 사항입니다.

'시즌글라스'라는 인터넷 사이트 설명회라며 일정을 안내하는데 현재 구독자가 1천200명 넘는 수준이라고 밝힙니다.

'시즌글라스'는 매달 구독료를 받고 유병언 회장이 찍은 550여 장의 사진을 제공하는 사이트입니다.

이 '시즌글라스'의 운영 회사는 미국 뉴욕에 주소를 둔 '아해 프레스'.

지난 2011년 유병언 회장 1인 주주로 세워졌습니다.

현재 CEO는 590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5년째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고 있는 유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입니다.

월 구독료는 150달러부터 460달러까지 단계별로 있습니다.

구독자 1천200명이 가장 비싼 구독료를 내면 우리 돈으로 매달 6억 4천만 원이, 가장 싼 구독료를 내도 매달 2억 1천만 원이 유혁기 씨 회사로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만난 구원파 신도들은 미국의 유 씨 회사로 빠져나가는 돈이 그나마 줄어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애초 구원파 교단은 유병언 일가의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천 명에게 사진을 팔아 360억 원을 모은 뒤 이 돈을 미국에 보내는 '콜렉터3000'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는 겁니다.

[금수원 종교행사 (지난해 2월) : (유병언 회장 사진) 550여 점의 값이 미국 돈으로 한 1만1천 달러, 한국 돈으로 한 1천 2백만 원,  이렇게 됩니다. 3천 명이 사신다고 그러면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이 어려운 일(유병언 일가 빚), 이것이 정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신도들이 법원이 가치 없다고 판단한 사진을 고가에 사주고 그 돈을 미국에 보내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그 대안으로 매달 구독료를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이 나온 겁니다.

['시즌글라스'설명회 (지난해 10월) : 회장님 계실 때는 안성, 한국 안성이 수도였다가 이제는 뉴욕에, 미국 뉴욕이 수도야 이제. 거기서부터 명령이 시작이 돼서 그다음에 한국에 와. '콜렉터3000'이 이름이 '시즌글라스'로 바뀌었습니다. (유병언 일가의 빚) 200억 원이 없었으면 '콜렉터3000'이 없었어요.]

적색수배자의 도피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거액의 돈이 매달 미국으로 흘러간 정황인 셈입니다.

[석근배/변호사 :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외국으로 자금을 송금한 것이라면 국가의 형사사법 절차를 방해한 것으로 '범인도피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구원파 측은 유병언 회장 일가의 빚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마련하려 한 것은 맞지만 위법 소지가 있어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즌글라스'는 교단과 전혀 관계가 없고 구독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와 장녀 유섬나 씨는 각각 70억 원, 40억 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과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혐의 액수만 590억 원에 달하는 유혁기 씨는 해외에서 버티며 아직 단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김남성, 영상편집 : 조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