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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 의족에 춤춘 아프간 소년…"평생 30여 개 의족 더 필요"

의족을 얻고 기뻐 춤추는 5살 아프간 소년 영상이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영상 속 주인공은 5살의 아프가니스탄 소년 아마드 사예드 라만입니다. 수도 카불에서 남동쪽으로 60km가량 떨어진 로가르 지역에 사는 라만은 생후 8개월 때 내전으로 오른 다리에 총상을 입고 상태가 악화해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라만이 사는 로가르 지역은 정부군과 무장 반군 탈레반 간 전투가 치열한 곳으로 꼽힙니다. 사건 당시에도 집 근처에서 교전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라만과 라만의 누나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같이 집에 있던 외삼촌과 외사촌은 불행히도 숨졌습니다. 라만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급히 병원에 데려가 살릴 수 있었지만 라만의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라만은 한 달 반 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의족과 목발 사용법을 수년 동안 연습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어린 나이에 의족을 사용했기 때문에 라만은 거부감 없이 의족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라만은 발육 상태에 맞춰 의족을 교체하는데, 이번에 4번째 의족을 새롭게 갖게 됐습니다. 라만은 새 의족 덕분에 편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되자 기쁜 마음에 카불 국제적십자위원회 병원에서 춤을 췄고 이 장면이 SNS에 퍼져 나가게 됐습니다.

라만은 밝은 성격의 아이로 항상 뛰고 춤추며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어머니는 말합니다. 어머니는 라만이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며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라만을 치료한 물리치료사들에 따르면 라만은 인내심이 강하고, 학습이 빨라 가르쳐 준 것들을 바로바로 해낸다고 합니다.

이제 새 의족을 착용했지만 라만이 성장하면서 몇 년 안에 새로운 의족이 또 필요합니다. 담당의에 따르면 2~3년마다 의족을 교체하기 때문에 평생 동안 적어도 35개의 의족이 필요합니다. 또 치료비도 큰 부담입니다. 의족은 무료로 지원되지만 부상치료와 진료 등 의료비 때문에 어머니는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혼자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라만의 어머니는 농사일을 하면서 라만과 아이들 그리고 아픈 남편을 돌보고 있습니다. 또 병원에 갈 때는 라만을 안아서 가야만 합니다. 의족을 한 상태로는 먼 거리를 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춤추는 라만 / 이창재 취파용 (사진=유튜브 'euronews (in English)' 캡처)
이것은 라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간 어린이들은 죽음과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어린이 900명 포함, 3천804명의 민간인이 내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올 들어서도 3월까지 1,773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582명은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50명은 숨지고 432명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프간에서는 매년 500~600개의 새 의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30개는 어린이용입니다.

아프간을 완전히 장악했던 탈레반은 2001년 미군 공습으로 정권에서 쫓겨난 뒤 정부군·미군 등을 상대로 공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 탈레반과 미국은 평화협상을 벌이며 종전 선언과 외국군 철수 등을 추진하는 상황이지만 아프간의 평화가 언제나 찾아올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사진=유튜브 'euronews (in English)'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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