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사]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2017)

이주형 기자 joolee@sbs.co.kr

작성 2019.05.10 14:45 수정 2019.05.11 09: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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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책영사 74 :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2017)

이번 주 [책영사: 책과 영화 사이]에서는 <인디와이어>가 32개국 232명의 평론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의 영화 설문(2018 기준)에서 2위를 차지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 <퍼스트 리폼드>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퍼스트 리폼드>로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제24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톨러(에단 호크)는 2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지금은 등록교인도 거의 없고 그저 관광객들만 찾아올 뿐인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담임목사입니다. 어느 날, 예배를 마친 그에게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찾아와 상담을 부탁합니다. 자신이 아닌 바로 자기의 남편 마이클과 말이죠. 그녀의 남편은 급진적인 환경 운동가로 구금된 경력이 있었고, 추악하고 더러운 세상에 아이를 낳는 것은 또 다른 죄라며, 메리의 배 속에 있는 아이마저 부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창고 깊숙한 곳에 폭탄 조끼를 제조해 두기도 했습니다. 톨러는 조심스럽게 마이클과 대화하며 그를 바꿔나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톨러에게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홀로 남은 메리를 위로하며 톨러는 마이클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장례식을 환경 보호를 위한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 행동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지역 거대기업의 수장이자 교회 후원자인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죠. 메리 부부를 만나고, 신께서 만든 자연에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을 인식하게 된 톨러는 혼란을 느낍니다. 다른 목사는 어느 정도는 현실과 타협하자며 톨러 목사를 설득하지만, 톨러는 더 깊은 절망에 빠질 뿐이죠. 그리고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재봉헌식이 열리는 날, 톨러 목사는 모종의 결심을 내립니다. 그의 숱한 고뇌가 만들어낸 결과는 과연 무엇일까요?

<퍼스트 리폼드>는 로맨스 분위기를 풍기는 포스터와는 다르게 아주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한 사람의 독백을 눈으로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잔잔하다고 해서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조용해도 무언가 내재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힘은 영화의 절제된 스타일 덕분에 더 돋보입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칼 드레이어, 로베르 브레송, 오즈 야스지로 등 절제된 카메라 무빙, 카메라 앵글 등으로 명성이 자자한 감독들과 그 연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해온 바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출 스타일이라 할지라도 이를 흉내 낼 수는 없다.' 밝혀왔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는 내가 그들을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퍼스트 리폼드>에는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로베르 브레송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를 오마주한 연출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 합니다. 혹시 이중 본 영화가 있다면, 어떤 장면을 오마주 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도, 상영 일정도 꽉 잡고 놓지 않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이러한 영화는 균형과 관객들의 취향 존중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퍼스트 리폼드>가 지적인 영화인지, 지적인 '척'하는 영화인지는 책영사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퍼스트 리폼드>에 관심이 생기신 분이시라면, 영화를 감상해보시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인턴 설선정, 감수: MAX, 진행: MAX, 출연: 남공, 안군, 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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