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여성가족부 윤지오 씨 지원, 적절했나?

여가부, "산하기관 기부금으로 지원"

노유진 기자 knowu@sbs.co.kr

작성 2019.05.10 10:54 수정 2019.05.10 11: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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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의 윤지오 씨 지원, 적절했나?

최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증인인 윤지오 씨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상조사단 내부에서도 윤지오 씨의 일부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그동안 증인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윤지오 씨의 신변보호를 위해 예산을 사용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경찰보다 먼저 윤지오 씨 보호를 시작한 건 여성가족부였다. 윤지오 씨가 지속적으로 신변위협을 느낀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3월 8일 윤지오 씨를 신변을 보호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자, 여성가족부가 나선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윤지오 씨에게 숙소를 지원한 것은 3월 12일부터 3월 15일까지다. 그 이후 윤지오 씨는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임시 숙소로 이동했다.
신빙성 낮은 윤지오 진술● 법적 근거 없는 보호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증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여성가족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단,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구성원에 대한 지원 근거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윤지오 씨는 여성 폭력 피해자가 아니고, 또 피해자의 가족도 아니다. 또 '미투'를 하거나 '미투'를 증언하는 발언을 해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2차 피해를 겪은 것도 아니어서 2차 피해자라고 정의하기도 애매하다. 즉, 여성가족부가 윤지오 씨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없다는 뜻이다.

● 여성가족부, "산하기관 기부금으로 윤지오 씨 지원"

그렇다면 윤지오 씨를 지원한 돈은 어디서 났을까? 취재를 통해 돈의 출처를 알 수 있었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하 진흥원)의 기부금 100만원을 받아 일부를 사용한 것이다.

왜 윤지오 씨에게 법적 근거가 없는 지원을 했는지 묻는 SBS 질문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부는 직접 숙소나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100만원 출처에 대해선 "익명의 기부자가 산하기관에 기부한 것으로, 익명의 기부자는 '여성 폭력 피해자'와 '윤지오 씨'를 특정해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기부금 내역을 분석해봤더니 단 한 명의 익명 기부자도 없었다. 기부자는 대부분 단체이고 가끔 개인 기부자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실명은 전부 공개되어있다. 그러다가 2019년 처음으로 나타난 익명의 기부자가 윤지오 씨의 신변보호가 필요한 3월 초쯤 100만 원을 기부했다. 심지어 이 익명의 기부자는 '여성 폭력 피해자'와 '윤지오 씨'를 특정해 돈을 기부했다는 건데 어딘지 석연치 않았다.
여성가족부● 거짓으로 밝혀진 여성가족부의 답변

정말 신원을 알 수 없는 이가 윤지오 씨를 위해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100만 원을 기부했는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직접 물어봤다. 그런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익명의 기부자가 있긴 했지만, 윤지오 씨를 특정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여성가족부의 답변은 거짓이었다. 100만 원이 뭐 그리 큰 액수이길래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기부금은 데이트 폭력, 스토킹, 가정 폭력 등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실질적인 여성 폭력 피해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 폭력 가해자에게 쫓기고 맞을까 봐 이름을 바꾸고 주소를 바꾸고 숨어서 살아가는 그런 피해자들 말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지난 2018년 말,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말 공(公)법인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그동안 민간재단 형태로 여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는 했지만, 예산 부족과 인력 부족 등으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렇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법까지 바꿨는데, 예산도 부족한 와중에 '기부금 지정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기부금을 썼고, 정부 부처가 거짓 해명까지 했다는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 대상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윤지오 씨였기 때문에, 절차와 규정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