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바흐 위원장의 속내는 이재용 IOC 위원?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05.09 09:35 수정 2019.05.09 16: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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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오는 22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열립니다. 다음 달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는 제134차 IOC 총회에 상정될 안건들이 이번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됩니다.

여러 안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신임 IOC 위원 선임 문제입니다. 15명의 집행위원들이 신임 IOC 위원 후보를 정하는데 집행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들이 총회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얻으면 최종 당선의 영예를 안게 됩니다. 지금까지 집행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들이 총회에서 거부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집행위원회가 IOC 위원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집행위원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은 역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입니다. 그럼 바흐 위원장은 한국인 가운데 누구를 신임 IOC 위원 후보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지난 2017년 8월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IOC 위원직을 자진 사퇴한 뒤 지금까지 대한민국 체육계는 일반 IOC 위원(기본 정년 70세) 배출에 실패했습니다. 2017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추천 자격으로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현 정권에서 밀었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나섰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습니다.

탁구 선수 출신으로 2016년에 당선된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있기는 하지만 임기는 2024년 8월에 끝납니다. 만약 이번 집행위원회에서도 한국인 IOC 위원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건희 회장 이후 공백 상태가 2년이 넘게 됩니다.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했던 대한민국의 위상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인 것입니다. 국제 체육계 사정에 정통한 A 씨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그동안 도전했던 인물들이 결국 바흐 위원장의 기준에 맞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또 전략도 신통한 게 없었다. 체육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 사람, 저 사람이 제각각 나서며 IOC에 통일된 시그널도 주지 못했다. 스포츠 정책 부재와 외교력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외국 언론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이 이번 집행위원회에서 최근 부패 혐의로 사임한 다케다 츠네가즈 IOC 위원의 후임으로 '일본 유도의 전설'인 야마시타 야스히로(1984년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를 후임 IOC 위원으로 추천할 것이라고 합니다. 바흐 위원장은 다케다 츠네가즈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올림픽 개최국이며 올림픽 운동의 막강한 구성원이므로 우리는 가능한 조기에 일본인 IOC 위원을 선정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Japan not only being the host and a very strong member of the Olympic Movement, we are interested in having as soon as possible a member in Japan.")

하지만 남북한 후보에 대한 보도는 현재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장웅 IOC 위원이 '80세 정년'에 의해 물러난 이후 IOC 위원이 한 명도 없는 상태입니다. 만약 바흐 위원장이 이번에 신임 남북 IOC 위원을 동시에 추천할 경우 현재로서는 한국에서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북한에서는 김일국 체육상이 거론되지만 실제로 지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입니다.
지난 2월 15일 스위스 로잔 IOC본부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 사진 왼쪽부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 바흐 IOC위원장, 김일국 북한체육상이런 상황과 맞물려 이건희 전 IOC 위원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난해 12월에는 2020년 말에 끝나기로 돼있던 올림픽 스폰서십을 2028년으로 8년이나 더 연장하는 계약을 IOC와 체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1998년부터 2028년까지 무려 30년 동안이나 막대한 금액을 후원하게 된 것입니다.

국내 체육계의 B 씨는 "바흐 위원장이 만약 내년 도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도 한국인 신임 IOC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과가 나오고 추후 별다른 법적 문제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2023년 이후에는 IOC 위원 자격을 갖추게 된다. 만약 그 이전에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면을 받게 되면 더 빨리 IOC 위원이 될 수도 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까지로 2023년이나 그 이전에 이재용 부회장을 추천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합니다. 현재 IOC 위원 정원은 115명인데 2019년 5월 현재 95명만 활동하고 있어 최대 20명을 더 뽑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