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늬만 5G ① - 뚜껑 열어보니…5G는 안 터지고 속만 터진다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작성 2019.04.13 09:50 수정 2019.04.13 09: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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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무늬만 5G ① - 뚜껑 열어보니…5G는 안 터지고 속만 터진다
'세계 최초 5G 개통' 타이틀을 얻기 위해 우리 정부는 기존 개통을 예정된 날짜보다 이틀이나 앞당겼습니다. 그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고 기대감은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4월 5일, 정확하게는 이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개통이 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5G 전파 측정● 5G가 잡히지 않는다

5G가 잡히질 않습니다. 5G 단말기를 사고 5G용 고가 요금제를 선택했는데, 단말기에 5G가 뜨질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LTE 단말기엔 우상단에 'LTE'라고 쓰이듯이 5G는 '5G'라고 뜨고 어느 정도 잡히는지 안테나 표시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단말기 우상단엔 'LTE'만 뜹니다. 5G라고 뜨더라도 속도가 나오질 않습니다. 5G 단말기를 개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박진명 / 5G 서비스 이용자
(실제 써보니까 어떤가?) 사실 LTE랑 비교했을 때 막 확연하게 좋다 이런 느낌은 사실 잘 못 받고 있어요. 오히려 LTE가 좀 더 빠른가? 이런 생각도 좀 들 만큼 5G에 대한 기대치에 좀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집에서도 잘 안되나?) 집에서도 잘 안 잡혀가지고. 그리고 요금제가 비싸다보니까 5G를 한다기보다 와이파이 잡아서 와이파이로 쓰고 있어요.
실제로 속도를 재보면 얼마나 나올까요. 일반 소비자들이 개통하는 지난 5일, 저희 취재진도 5G 단말기를 KT에서 개통해 도심을 돌아다니면서 측정해봤습니다. (5G – 삼성 S10 5G 단말기, 통신사 KT / LTE – 삼성 S8+ 단말기, 통신사 SKT)
*Mbps/ 초당 1백만 비트(12만 5천 바이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속도

1. 강남역
LTE보다 조금 빠른 정도(LTE 158Mbps < 5G 208Mbps) 5G
2. 강남역 골목길
갑자기 뚝 떨어지는 속도(LTE 178Mbps >> 5G 20.2Mbps)
5G
3. 경기도 안양
LTE와 거의 같은 속도(LTE 38.3Mbps < 5G 40.0Mbps)
5G
4. 잠실역사
측정 불가(5G 전파 수신 안됨)
5G
● 기지국 10% 깔고 시작한 '세계 최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6월에 이동통신 3사에 5G 주파수 경매를 하면서 목표 기지국 수를 정했습니다. 3.5 기가헤르츠(GHz) 대역 기지국을 '15만 국' 설치해야 된다고 공표했습니다. 이동통신사별로 전국에 15만 국은 설치해야 제대로 5G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겁니다. 그렇다면 각 이동통신사별 기지국 수는 얼마나 될까요. 4월 3일 기준, SK텔레콤은 15,207곳입니다. KT는 17,236곳, LG유플러스는 11,363곳입니다. 지난해 6월 과기정통부가 설명했던 기지국 수의 10% 수준입니다.
기지국 구축 목표 및 현황물론 당장 15만 국을 다 설치하라는 건 아닙니다. 당시 과기정통부가 이동통신 3사에 제시한 5G 기지국 구축 계획에 따르면, 3년 안에 15%, 그러니까 22,500국을 설치하고 5년 안에는 30%인 45,000국을 설치하라고 의무화했습니다.

이런 기준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박윤규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5G는 우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당시 계획은 LTE 기지국 설치된 걸 참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5G는 LTE보다 고주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합니다. 그걸 감안하면 15만 국보다 훨씬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당장 목표 기지국 수의 10%를 설치하고선 '세계 최초 5G 상용화'만 홍보하고 있다는 건 조금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 이동통신사 "2년 뒤에나 일상적인 사용 가능"

당초 5G 서비스의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던 이동통신사들도 개통 뒤에는 조금 뒤로 물러난 모습입니다. 당장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이런 내용들은 언론사들을 통해서 계속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2년은 지나야 '일상적인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는 비관적인 예측들도 나옵니다. 여기서 '일상적인 사용'이라는 건 일상적인 생활 반경에서의 사용을 말합니다. 가령 산을 올라가거나 지하 깊숙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겁니다. 전파의 특성 때문에 집 안에서도 당분간 사용이 어려울 거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139만 7천 원짜리 갤럭시 S10 5G 단말기를 사고 8~9만 원 5G용 요금제로 개통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5G이동통신사들은 "기다려달라"는 말 외엔 아직 해줄 말이 없다고 합니다. LTE보다 고주파라는 특성도 있고 실제로 기지국도 많이 설치돼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입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 역시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합니다. 당장 완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시장과 다르게, 네트워크 산업은 구축하면서 시장을 만들어간다는 겁니다. 설명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5G 시장의 장밋빛 미래만 보고 스마트폰을 구매해 개통한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터지라는 5G는 안터지고 속만 터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