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마스터스 골프, 휴대폰 'No!'…'관중'이 아닌 '후원자'

서대원 기자 sdw21@sbs.co.kr

작성 2019.04.11 17: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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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마스터스 골프, 휴대폰 No!…관중이 아닌 후원자
저는 이번 주 미국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취재하기 위해 현지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TV 중계로만 접했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을 처음으로 직접 와 보게 됐고,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할 수 있게 돼 골프 담당 기자로서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마스터스를 현장에서 경험해본 선배, 동료들이 제게 가장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 것은 바로 '휴대폰'이었습니다.
[취재파일] 마스터스 골프, 휴대폰 'No!'…'관중'이 아닌 '후원자'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대회 기간 동안 갤러리(입장객)의 휴대폰 사용을 절대 금지합니다. 꺼내서 사용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아예 대회장에 입장할 때부터 휴대폰을 들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 공식 연습일에도 휴대폰은 안되고, 디카 같은 일반 카메라만 휴대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회가 개막하면 일반 카메라도 반입 금지입니다. 그만큼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될 만한 어떤 가능성조차 원천 차단하는 건데, 그건 전세계에서 온 취재진도 예외가 아닙니다. 약간의 예외가 있다면 휴대폰을 대회장에 반입은 할 수 있고, 취재진의 작업 공간인 미디어센터나 국제방송센터(IBC. International Broadcasting Center) 안에서는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서는 절대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하다 적발되면 대회 취재 신분증 격인 AD카드 (Accreditation card)를 압수당하고, 심지어 퇴장당하기까지 합니다. 요즘처럼 휴대폰이 마치 신체의 일부분처럼 돼 버린 시대에 휴대폰 없이 한나절을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휴대폰을 실내에 두고 나왔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안주머니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휴대폰을 못쓰게 하는 대신 대회 주최측은 골프장 곳곳에 공중전화를 설치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 마스터스 골프, 휴대폰 'No!'…'관중'이 아닌 '후원자'분명 불편한 일이지만 오거스타 측의 이런 정책에 불평을 하는 갤러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있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대회의 전통을 존중하고 자신들도 마스터스의 일부분, '한 가족' 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겠죠. 마스터스가 입장객들을 여느 대회처럼 '갤러리(Gallery)'라고 부르지 않고 '패트론(Patron. 후원자)'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취지입니다.
[취재파일] 마스터스 골프, 휴대폰 'No!'…'관중'이 아닌 '후원자'그런데 휴대폰을 못쓰게 되니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들여다볼 시간 만큼 더 선수들의 플레이를, 대회장인 오거스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함께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장점입니다. 그만큼 마스터스 자체를 더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이 마스터스가 '명인열전'이자 최고의 '골프 축제'로 불리는 이유겠죠.
(왼쪽부터)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지난해 화려한 부활에 성공해 당당히 '우승 후보'로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로리 매킬로이 등 볼거리가 풍성한 가운데, 마스터스의 인기는 올해도 뜨겁습니다. 암표상들이 며칠 전부터 대회장 밖에 진을 쳤는데, 마지막 연습라운드 입장권 1장이 제가 지켜보는 앞에서 우리 돈 3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원래 연습라운드 티켓 1일권은 75달러, 우리 돈 8만 6천 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 티켓은 그 가격에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지난해에 엄격하게 추첨을 거쳐 배당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8만 6천 원짜리 티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마스터스의 위상과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대목입니다. 현재 미국의 유명 온라인 티켓 거래 사이트에는 대회 전일권(1라운드~최종 라운드 관람)이 최저 7,850달러(894만원)에서 최고 15,000달러(1,710만원)까지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왼쪽) 연습라운드 티켓 1일권 (75달러), (오른쪽) 대회장 밖의 암표상김시우 선수마스터스는 우리 시간으로 오늘(11일) 밤부터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펼쳐집니다. SBS와 골프전문채널 SBS골프가 전 라운드를 독점으로 생중계합니다. 출전 선수 87명 가운데 한국 선수는 김시우가 유일한데, 골프 명인들의 불꽃 튀는 열전, 그리고 우리 김시우 선수의 멋진 경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