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103세 최고령 화가 "앞으로 더욱 '칼라풀'한 작품 나올 겁니다"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작성 2019.04.10 18:01 수정 2019.04.10 22: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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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103세 최고령 화가 "앞으로 더욱 칼라풀한 작품 나올 겁니다"
"그림 몇 개 걸어놓고 전람회 한다고 이른 아침에 이렇게 많이 와줘 감사합니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검정 베레모 차림으로 도착한 노화백은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1916년 4월 10일 生. 103회 생일을 기념하는 개인전에는 백 살이 넘어 그린 신작도 11개나 나왔습니다. 103세 현역 화가가 신작으로 개인전을 여는 일은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화백 스스로도 "피카소도 92살까지 그림을 그렸다"면서 의기양양해했습니다.
관련 사진김병기 화백굵은 검은 선을 이용한 수묵화 느낌의 추상화를 많이 그렸던 화백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곱게 물든 감나무 가지와 함께 노란색과 붉은색 등 화려한 색깔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유를 묻자 "색채에 대한 욕망이 일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더욱 '칼라풀'(컬러풀)한 작품이 나올 겁니다."라면서 "내가 지금 몇 살인데 '앞으로'라고 하면 죄송한 말씀이긴 하다"라며 웃었습니다.
관련 사진관련 사진지난해 완성한 여성의 누드화도 나왔습니다. 직접 모델을 보고 그렸다는 누드화에 대해 "한국 여성이 세계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우리의 삶을 극복해온 조상은 할아버지가 아니고 할머니,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들"이라고 설명합니다.
관련 사진김병기 화백은 1934년 일본 아방가르드양화 연구소에서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를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추상화가 1세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고희동, 김관호와 함께 서양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김찬영이 아버지입니다. 김병기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1965년에는 이응노, 김창열, 박서보 등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명을 이끌고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커미셔너로 참가하는 등 활동하다가 돌연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그 후 국내에서는 잊혀졌습니다. 일흔이 넘어 국립현대미술관장인 미술평론가 윤범모의 도움을 받아 국내 화단에 복귀했습니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유영근 등 한국 미술계의 거목들과 어울리며 교감한 현대 미술사의 산증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이중섭은 고향도 같고, 평양종로보통학교 6년 같은 반 단짝입니다. 무연고 행려병자로 세상을 떠난 이중섭의 시신을 수습한 이도 김병기 화백입니다.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친했던 친구들이지만 이중섭의 들러리처럼 나오는 건 불만이다. 나는 나대로 주역이다. 나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고 장거리 선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인생처럼 작품에는 완성이 없다."라고요.

<김병기 개인전 '여기, 지금 (Here and Now)' 5월 12일까지. 가나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