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규원 검사는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 청와대 관련 의혹 팩트체크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19.04.10 09:22 수정 2019.04.12 11: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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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규원 검사는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 청와대 관련 의혹 팩트체크
요즘 법조계에서 가장 핫한 검사는 단연 이규원 검사입니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건이 핫하다고 파견 검사가 이만큼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검사와 관련된 여러 극적인 사건, 그리고 이 검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이규원을 법조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수사대상으로 권고된 곽상도 의원이 이 검사의 실명을 언급하며 청와대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검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이 취재파일에서는 과연 이규원 검사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에 실체가 있는 것인지 팩트체크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세한 내용을 쓰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것 같아 분량이 길어졌으니, 숨 한 번 돌리고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이규원 검사, 무슨 일을 했나

우선 이규원 검사와 관련해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일을 꼽아봅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은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과 관련해 대검과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충돌한 사건입니다. 지난 4월 4일 경향신문은 "[단독] 김학의 '심야 출국 시도' 이틀 전…대검, 출금 요청 거부했다"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이 심야 출국을 시도하기 이틀 전,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검사가 대검에 출국금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대검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사실과 다르다"는 대검의 반박, 조사단 측을 대신해 기자회견에 나선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위원 김용민 변호사의 재반박이 이어졌고. 나중엔 대검이 관련 문건까지 공개하며 적극 반박한 끝에 지금은 진실공방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이 사건에서 등장하는 조사단 파견 검사, 즉 대검에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필요성을 밝혔던 인물이 바로 이규원 검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차관이 갑작스럽게 출국을 시도할 때, 긴급출국금지로 김 전 차관을 막은 인물도 이규원 검사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는데, 김 전 차관이 22일 밤 나가버렸다면 진실 여부를 규명할 기회가 사라질 뻔했으니, 이규원 검사 덕분에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정상적인 수사가 가능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 검사는 또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맡기 이전에도 다른 사건에 관여하면서 쟁쟁한 검찰 선배들과의 마찰을 무릅쓰며 조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명하복의 문화와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검찰 조직에 속해있는 검사로서 쉽지 않은 일은 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 곽상도 의원의 의혹 제기…"靑 인사가 추천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정작 이 검사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곽상도 의원 때문입니다. 곽 의원은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보고를 받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사건 관련해 수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검찰에 권고한 대상입니다.

「※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의 관계 설명

법무부와 검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법무부/검찰의 과거 잘못을 규명하고 바로잡기 위해 민간인이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와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입니다.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에서 조사할 의혹을 선정하면,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이 의혹들을 직접 조사하는 구조입니다. 이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보고하면,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가 내부 논의를 거쳐 검찰에 수사권고를 할지 말지 결정합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사 위원회는 법무부 산하에 설치돼 있고,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대검찰청 산하에 설치돼 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경우 2019년 3월 25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에 보고했고, 같은 날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과 2013년 경찰 수사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이중희 변호사에 대해 수사권고했습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곽상도 의원은 2019년 4월 5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이규원 검사의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배경에 청와대의 추천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과 과거 같이 민변에서 활동했고,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가 파견을 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광철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진상조사단 파견검사로 추천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검찰 과거사위가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및 민정비서관을 특정해 수사권고 한 것이 과연 과거사위가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자는 것인지, 정권의 입김에 보복성 표적수사 지시를 위해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조사해야 합니다."라고 발언한 것입니다.

곽 의원은 자신에 대한 수사 권고 자체가 보복성 표적수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검사와 청와대의 관련성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곽 의원은 4월 8일에는 대검찰청에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대한 감찰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 과거 동료 2명 모두 문재인 정부 청와대 근무

곽 의원의 의혹 제기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요? 먼저 곽 의원이 "이규원 검사의 파견을 추천했다는 말이 있다."라고 언급한 이광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에게 물어봤습니다. 이광철 선임행정관은 2008년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 때 구속된 인사들을 변호했고,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당시 김선수 대법관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대리했던 진보 성향 변호사 출신입니다. 이 선임행정관은 "개별적으로 기자님들 접촉은 하지 않는지라 (청와대) 춘추관이나 대변인실 통해 문의해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답을 해왔습니다.

청와대에 물어봤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곽 의원의 주장은 황당한 허위주장"이라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규원 검사의 조사단 파견을 추천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청와대 개입설은 완벽한 허구라는 답변입니다.

그렇다면 곽 의원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곽 의원은 의혹의 근거로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선임행정관이 과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에서 함께 활동했고,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사실일까요?

우선 두 사람이 함께 민변 활동을 했다는 대목부터 확인해봤습니다. 이광철 선임행정관이 민변 소속이었던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이규원 검사 역시 검사로 임관하기 전 2년 정도 변호사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검사가 변호사 시절 민변 활동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민변 관계자는 "2012년 이전 민변을 탈퇴한 회원에 대해서는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규원이라는 변호사가 민변 회원이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곽 의원의 주장 중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과거 같은 법무법인에 근무했다는 대목은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2007년 연수원 수료 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창신'이라는 법률사무소에서 함께 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8년 법률사무소 '창신'이 법무법인 '정평'과 합쳐질 때도 두 사람은 함께 정평 소속으로 적을 옮겼습니다. 이광철 선임행정관과 이규원 검사가 과거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는 곽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고, 상당한 친분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사실일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그런데 곽 의원이 말하지 않은 것이지만 취재 과정 중에 알게 된 의미 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창신'이 법무법인 '정평'과 합쳐질 때 함께 적을 옮긴 변호사는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선임행정관과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3의 변호사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조동환 변호사로 확인됐습니다.

이광철 선임행정관-이규원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동환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도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이광재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에서도 일하다가 문 대통령 집권 후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달 전 청와대를 떠났다고 합니다.)

즉, 이규원 검사가 법조인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을 옮길 때 함께 한 연수원 동기 변호사 2명은 모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한 인물인 것입니다.

● 이규원 검사 파견 과정 미스터리 : 도대체 누가 추천했나?

그러나 곽 의원의 주장처럼 과거의 인연만 가지고 '이규원 청와대 추천설'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친하다고 해서 무조건 누군가를 어떤 자리에 추천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규원 검사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로 추천된 과정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습니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대검과 관련된 기구이기 때문에, 대검이 조사단 파견 검사에 대한 인사 의견을 제시하고 법무부가 승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파견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내가 부임하기 이전에 결정된 일이지만) 대검이 파견 검사 명단을 법무부로 보낼 때 이규원 검사는 없었다고 보고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법무부가 이규원 검사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로 임명하자고 추천한 것일까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관련 업무를 담당한 법무부 고위간부인 이용구 법무실장에게 물어봤습니다. (※ 이용구 실장 역시 非검찰 / 민변 변호사 출신입니다.) 이용구 실장은 "대검에서 과거사 위원회에 파견 검사 명단을 보낼 때 이규원 검사의 이름이 없었던 것은 맞다"면서 "그런데 과거사 위원회에서 다시 대검에 자신들이 원하는 파견 검사 명단을 보낼 때는 이규원 검사의 이름이 들어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규원 검사는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에서 추천한 것이 팩트"라는 게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의 주장입니다.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 위원들에게 물었습니다. 과거사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위원장을 맡았다가 지금은 물러난 변호사나, 현재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교수 모두 "파견 검사 관련 논의를 한 기억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 위원도 "(이규원 검사 파견 경위는) 과거사 위원회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검은 자신들이 추천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법무부 핵심 관계자는 과거사 위원회가 추천했다고 주장하고, 과거사 위원회 측은 정작 자신들은 파견 검사 논의를 한 기억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이규원 검사의 파견을 추천하고 결정한 것일까요? 곽 의원의 말처럼 정말 청와대일까요? 지금까지 확인한 팩트로는 누가 이 검사를 추천했는지 밝힐 수 없었습니다.

혹시 이규원 검사 본인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검사에게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그러나 2019년 4월 6일부터 진상조사단 관련 공보 업무를 맡지 않기로 했다는 이규원 검사는 7차례에 걸친 전화통화 시도와 문자 메시지 발송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 조사 시도도 없이 급히 발표한 이유는?

곽상도 의원의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이규원 검사와 청와대 인사들의 친분에 대해서는 검증해봤습니다. 이 검사의 추천 경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팩트체크해봤습니다. 그렇다면 곽 의원이 애초에 이규원 검사와 청와대 인사의 인맥을 거론했던 진짜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곽 의원은 조사단이 자신에 대해 표적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사실일까요?

곽상도 의원을 수사대상으로 권고한 행위 자체를 보복조사 또는 보복 수사권고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2013년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를 담당했던 전·현직 경찰 관계자로부터 광범위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에 관여했던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은 2013년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조사단에서 진술한 경찰관계자 중 일부를 직접 인터뷰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경찰관계자가 민정수석실의 외압을 주장했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민정수석실의 외압이 사실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사단은 강제조사권이 없고, 수사에 착수할 권한도 없습니다. 재판에 넘길 권한인 기소권은 당연히 없습니다. 김학의 사건 이전에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조사해서 보고한 내용과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가 수사권고를 한 내용도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만큼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사를 시작할 정도의 의혹은 발견됐으니 수사를 해보시오'라는 정도가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가 가진 권한과 능력의 한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진술과 의혹을 기반으로 곽 의원에 대해 수사권고를 한 것을 보복수사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곽 의원에 대한 수사권고를 한 것 자체를 잘못이라 말할 수 없다 하더라도, 발표에 이르기까지 조사단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했느냐 점은 논란이 있습니다. 달리 말해, 수사권고 발표 시점에 대한 논란입니다.

곽상도 의원은 수사권고가 있기 전까지 조사단이 한 차례도 자신에 대해 조사를 시도하거나 타진해온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곽 의원과 함께 수사 권고 대상이 된 이중희 변호사(2013년 당시 민정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조사단은 함께 수사권고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조사 요청 사실을 언론에 공개까지 해가면서 출석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다른 의혹 사건에서도 대부분의 수사권고 대상자에게는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직접 조사단에 나와 조사를 받거나, 서면으로라도 질의에 답변해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당연한 절차입니다. 여러 진술과 증거에 근거해 의혹이 제기되면,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의혹 당사자를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사단은 유독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에 대해서는 이 상식적 절차를 밟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만약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상황이어서 수사권고를 한 것이라면, 김 전 차관에 대해서 수사권고를 하고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에 대해서는 아래 설명할 다른 사람의 경우처럼 좀 더 조사하고 수사권고를 하는 것이 적절했을 겁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혐의와 곽 의원/이 변호사의 혐의는 서로 별개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사단은 3월 25일에 조사 시도조차 하지 않은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에 대해서도 수사권고를 했습니다. 왜 꼭 3월 25일이란 시점에 서둘러서 수사권고를 했는지는 여전히 큰 의문으로 남습니다.

2013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곽상도 의원, 이중희 변호사와 함께 근무한 조응천 의원이 수사권고 대상에서 빠진 것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2013년 수사에 관여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이중희 변호사뿐만 아니라 2013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의 행적 역시 여러 곳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수사권고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3월 23일 KBS는 "[단독] "VIP가 관심이 많다"…朴청와대, 김학의 발표 앞두고 경찰 압박"이라는 기사에서 당시 경찰 수사 실무 책임자 인터뷰를 방송했는데, 그 내용은 당시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의 부하였던 박관천 행정관이 경찰청을 방문해 수사 착수를 우려하는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공직기강 비서관이 담당하는) 청와대 검증 이후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업무 소관이 아니라 전혀 아는 바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조응천 의원의 해명은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의 해명과 마찬가지 내용입니다. 같은 해명을 하고 있는데 조응천 의원은 수사대상에서 빠지고,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만 수사대상에 들어간 셈입니다.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세 명이 있는데 무엇이 구체적으로 같고 다른지 당사자들을 조사해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변호사는 수사권고 대상이 됐고 여당 의원인 조응천 의원은 수사권고 대상에서 빠진 겁니다. 정치적 논란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의 김학의 사건 담당 주무위원인 김용민 변호사는 3월 25일 수사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2013년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한 부분은 크게 두 덩어리다. 한 덩어리는 (김학의 차관) 임명과 관련된 부분이고, 또 하나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된 부분이다. 오늘 수사권고한 부분은 당시 경찰 수사 방해와 관련된 부분이고, 임명과 관련된 부분은 추가로 조사가 더 필요한 사항이라 수사권고를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에 제기된 조응천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단에서 구체적 진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역시 왜 역시 당사자 조사 시도조차 하지 않아 분명히 조사가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는 곽상도-이중희에 대해 서둘러 수사권고를 한 이유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을 통해) 더 조사를 해 본다고 하니 앞으로 조응천 의원이 관련된 의혹이라고 알려진 '김학의 전 차관 임명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약촌오거리 변호사'의 내부 비판

그런데 조사단의 수사권고가 발표된 지 며칠 뒤 조사단 내부에서 의미 심장한 내부 비판이 나왔습니다. 영화 '재심'으로 만들어진 '약촌오거리 사건' 등으로 유명한 재심 전문 인권변호사 박준영 조사단원의 비판이었습니다. (박 변호사는 얼마 전까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팀에 소속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변호사는 2019년 3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사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리고 조사를 지켜보면서 사건 속 다양한 이해관계를 봤다. 이익이 되는 사실을 부각하려 애를 쓰고 반면에 모순을 애써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모습도 봤다. "라고 털어놨습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때론 세간의 의혹과 기록으로 확인되는 사실의 괴리도 확인했다. 이걸 알거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의혹을 키우고 활용하는 '염치없는 자기목적성'도 보게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마도 일부 조사단원으로 추정되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염치없는 자기목적성" 때문에 의혹을 키우고 활용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박 변호사는 어떤 사건을 두고 이 같은 말을 한 걸까요? 박 변호사의 글 속에 답이 있습니다: "여성의 몸과 성이 여러 형태로 이용되고 착취당하는 현실. 한국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적폐다. 이런 문제를 사건을 통해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지시도 이런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건에 담긴 여러 이해관계와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계셨다면 그 지시를 함에 있어 신중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본다."

대통령이 수사 지시한 과거사 진상조사단 사건, 즉,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언급이었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박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아예 사건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윤중천과 김학의의 잘못, 장자연 사건의 가해자들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반드시 정의롭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단, 사건 속 여러 이해관계를 냉철히 살펴보고 정의로운 해결의 '절차와 방식'을 고민했으면 한다."라고 글을 맺고 있습니다.

● 정의는 실현되어야 한다…하지만 "자기목적성"은 감시받아야 한다

박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은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이해관계를 가지고 의혹을 부풀리거나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다는 조사단 내부의 고발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박 변호사의 말대로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가해자들은 처벌받아야 합니다. 반드시 정의로운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두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염치없는 자기 목적성"(박 변호사의 표현)을 추구하는 것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글에선 조사단 파견 검사인 이규원 검사를 중심으로, 논란의 이유와 배경에 대해 팩트체크 형식으로 검증해봤습니다. 그 결과 전혀 합당하지 않은 주장이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대목도 있었고, 사실인 대목도 있었고, 석연치 않은 의혹이 남아 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조사단 활동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진 이유도 짚어봤습니다.

조사를 받는 대상인 조직을 이끌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밝혔듯이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실체가 드러난 의혹에 대해 수사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사람들을 위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상조사단의 모든 활동이 감시나 비판해서는 안 되는 불가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은 진상조사단의 활동이 보다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진상조사단을 비판한다고 모두 진상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비판은 '악(惡)'이 아닙니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활동은 5월 말 종료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두 달도 채 남지 남았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정치적 논란을 모두 극복하고 국민 대다수가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바랍니다. 서초동 어딘가의 검찰 기록 창고 속에서 썩고 있던 정의가 밝은 태양 아래에서 마침내 빛을 보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