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우주 굴기' 꿈꾸는 일본…"지구 3억km 거리 소행성에 인공 크레이터"

소행성 지하 암석 노출은 세계 최초…탐사선 하야부사2호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19.04.08 16: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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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오전 10시 56분, 지구로부터 3억 km 떨어져 있는 소행성 '류구' 상공.

류구 지표면에서 500m 높이에 떠 있는 탐사선 '하야부사2'에서 직경 30cm 정도 크기 원통 모양의 장치가 본체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폭약 5kg을 탑재한 이 원통형 장치의 이름은 '충돌 장치(SCI, Small Carry-on Impactor) '. 소행성 류구의 표면에 금속탄을 발사해 인공적으로 '상처(크레이터)'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충돌 장치는 하야부사2로부터 분리된 뒤 정확하게 40분 뒤에 탑재한 폭약을 터트리도록 설계됐습니다. 폭발의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하야부사2는 마치 알을 낳듯 충돌 장치를 분리한 뒤 전속력으로 소행성 류구의 반대편으로 이탈했습니다. 하야부사2의 광각 카메라(ONC-W1)은 출발과 거의 동시에 충돌 장치의 분리 상태를 촬영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야부사2 충돌 장치 분리류구 상공에 홀로 남겨진 '충돌 장치'는 옆면과 윗면이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고 류구 표면을 향하고 있는 아랫면은 구리로 되어 있습니다. 분리 후 40분 뒤에 예정대로 폭발할 폭약의 힘이 아래 구리판으로 집중되도록 설계됐습니다. 평평했던 구리판은 폭발 충격으로 구(球)의 모양으로 변하면서 초속 2km의 빠른 속도로 류구 표면으로 돌진했습니다. 별도의 '금속 탄환'을 하야부사2에 싣지 않아도 충돌 장치의 밑바닥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구리 탄환이 하야부사2의 표면에 충돌해 암석이 튀어 오른 장면을, 이미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있던 하야부사2의 분리형 카메라 DCAM3가 촬영했습니다.
하야부사2, 류구에 인공 크레이터 생성 추정일단 이번 '충돌 장치'의 동작 성공으로 일본은 또 한 번 환호에 휩싸였습니다. 무엇보다 1차 '터치다운'보다 더 어렵고 공이 많이 들어간 작업이 성공을 했으니까요. 충돌 장치(SCI)가 하야부사2 본체에서 떨어질 때의 자세가 실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야부사2의 바닥 면에 병뚜껑처럼 붙어 있던 SCI는 결합 당시의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분리됐는데 이 둘을 연결하는 스프링(일본 비행기 요코하마공장 제작, 직경 27cm)이 SCI를 초속 20cm의 속도로 느리게 밀어냈습니다. SCI는 스스로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추진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때 SCI의 밑면이 정면으로 류구 표면을 향하지 않으면 폭발 후 생성된 탄환이 류구 표면을 맞추지 못하고 빗나갈 수도 있습니다. SCI의 정확한 분리가 실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상당한 난관이었다고 합니다.

폭발 충격으로 SCI의 바닥 면을 류구로 날리는 폭약부 역시 1차 '터치다운' 때와는 달랐습니다. 그때는 단순 충격을 가해 암석을 류구 표면에서 '튀어 오르게만 하면' 성공이었지만 이번에는 '얇고 넓은' 크레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2차 '터치다운'을 통해 지하에 있던 암석(폭발로 표면에 드러난)을 채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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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의 발표에 따르면 하야부사2는 지난 5일의 실험에서 원격 충돌 장치로 류구 표면에 인공 크레이터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번 작전의 결과로 어떤 크기와 모양의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는지는 이달 말에 하야부사2가 해당 지역 상공에 도달해 관측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암석 부스러기는 피어올랐지만 2차 착륙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류구의 지하 암석을 채취하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번 실험을 통해 태양풍과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소행성 지하의 암석을 밖으로 노출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세계 최초의 일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하야부사2가 5월 이후 충돌 지역에 두 번째 '터치다운'을 실시해 표면에 드러난 지하 암석을 채취하는 데 성공한다면 하야부사2는 지상과 지하의 암석 샘플을 모두 품고 지구로 향하는 세계 최초의 탐사선이 되는 셈이죠. 물론 말씀드린 대로 '인공 크레이터'가 착륙 가능한 상황인지가 중요하고, 2차 '터치다운'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모든 실험에 다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3억 km를 거슬러 다시 지구로 성공적으로 돌아오는, 가장 중요한 미션이 남아 있습니다. 

* 2014년 12월 가고시마 현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하야부사2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지구 귀환을 시작해 내년 12월 도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JAXA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