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염소 먹은 독수리들, 왜 죽었을까?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9.04.04 17:38 수정 2019.04.04 18: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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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들이 있다. 시베리아 등 북쪽 번식지에서 추위를 피해 날아와 잠시 머물다 이듬해 봄 돌아가는 새들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의 주요습지 200곳을 동시 조사했다. 겨울철새가 얼마나 왔는지 해마다 알아보고 있다. 올 겨울 우리나라를 찾은 철새는 195종 146만9천860마리에 이른다.

단골손님인 가창오리가 약 35만 마리로 가장 많고, 쇠기러기(17만 마리), 청둥오리(15만 마리), 큰기러기(10만 마리)순이다. 황새, 두루미 등 멸종위기 1급인 희귀 새들도 9종 1천8백51 마리,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독수리, 재두루미 등 24종의 새들은 13만3천3백89 마리나 왔다.

겨울 철새들에게 우리나라는 안전한 월동지가 아니다. 농약을 이용한 독극물 밀렵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0일부터 지난달14일까지 농약중독으로 울산과 창원, 밀양 등지에서 까마귀, 큰고니, 청둥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등 모두 1백53마리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 하순 충남 아산 에서는 독수리 6마리가 폐사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독수리가 폐사한곳에는 모두 10마리의 독수리가 있었는데 6마리는 이미 죽었고, 4마리는 구조대원이 접근하자 날아갔다. 주변에는 죽은 동물들, 즉 독수리의 먹잇감이 없었다.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닌 죽은 동물을 먹는 독수리에게는 로드 킬 피해를 많이 입는 고라니, 너구리 등이 좋은 먹잇감이다. 먹이를 구하지 못한 독수리는 종종 축사주변을 찾아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배고픔을 달래기도 한다.관련 사진독수리 폐사체 6마리는 충남야생동물센터로 옮겨졌다. AI 간이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 폐사원인을 찾기 위해 일부는 부검을 했다. 독수리 몸 소낭<모이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염소로 추정되는 동물 발굽과 내장 등 부산물이었다. 새의 깃털이나 볍씨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독수리 폐사 체를 국립환경과학원으로 보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독수리를 인수한지 한 달 만에 구체적인 사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검사결과를 내놨다. AI는 아닌 것으로 나왔지만 농약중독으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농약중독으로 죽게 되면 보통 간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는데 독수리 간에서는 농약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정원화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질병이라면 겨울철이라 세균성은 굉장히 낮고 바이러스 가능성은 있다"며 보관중인 시료를 이용해 검사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날개길이가 1미터가량이나 되는 큰 몸집의 독수리 6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것은 흔치 않기 때문에 폐사원인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2월 충남 청양에서 독수리 14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검사결과 독수리 몸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치사량만큼 검출됐다. 환경과학원은 농약중독이 폐사원인이라고 밝혔다. 독수리 사체 주변에서는 고라니로 추정되는 뼈가 발견됐다. 누군가 고의로 고라니사체에 농약을 묻혀 독수리를 죽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번에는 고라니가 아니라 염소로 추정되는 먹잇감이 독수리 몸에서 나왔다. 그런데 농약검사 결과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치사량만큼 나오지 않아 농약중독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독수리를 포함 수천km를 날아온 겨울철새들이 따뜻한 월동지로 알고 우리나라에 내려앉았다가 독극물로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독수리 폐사원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아야한다. 질병검사와 함께 다른 독극물 반응검사도 해야 한다. 원인을 찾아야 처벌을 할 수 있고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