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아우디 건물 지하에 '불법정비소' 운영…9년 동안 손 놓은 강남구청

백운 기자 cloud@sbs.co.kr

작성 2019.04.10 14:4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아우디 건물 지하에 불법정비소 운영…9년 동안 손 놓은 강남구청
● "꽁꽁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서울 강남 삼성역과 학여울역 사이 거리엔 수입차 매장이 즐비합니다. 그 한복판에 아우디 공식 딜러 매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엔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먼저 엘리베이터 층별 안내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자세히 써둔 다른 층과 달리, 유독 지하 4층, 한 층만 가려놨습니다. 차량용 엘리베이터도 지하 4층은 아예 버튼이 눌리지 않습니다. 직원 카드를 대야만 열리게 해 놨습니다
'지하 4층'은 없앤 층별 안내판'지하 4층' 버튼은 눌리지 않는 차량 엘리베이터계단을 이용해 지하 4층에 가봤더니, 입구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지문을 인식하거나 직원용 카드를 대야만 열리는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이 건물 지하 4층은 건축물대장엔 분명히 주차장이 있다고 나와 있는 곳입니다.

취재진이 점심시간에 찾아갔는데, 마침 안에서 나온 직원을 만났습니다. 도대체 어떤 시설이 있냐고 물으니 직원은 주차장이 있을 뿐이란 답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 지하 4층에 꽁꽁 숨겨온 대규모 '불법 정비소'

하지만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철문 뒤 세상은 직원의 말과 전혀 달랐습니다. 차량을 들어 올리는 장비인 리프트가 9대나 있고, 세차장까지 갖춘 1,338㎡ 면적의 대규모 정비시설이 있었습니다. 이 아우디 공식 딜러 매장이 구청에 정식 신고하고 사용하고 있는 지하 1층 서비스센터는 453㎡ 규모에 리프트 2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하 비밀 작업장이 신고된 곳보다 면적은 3배나 넓고, 리프트는 4배 넘게 많은 겁니다.
아우디 '비밀 작업장'이곳에서 일했던 정비사들은 리프트 개수가 곧 돈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리프트가 의미하는 건 돈, 매출을 의미하거든요. 그러니까 수용할 수 있는 차가 많으면 매출도 그만큼 많은 거죠." - 前 아우디 대치서비스센터 정비사 A 씨


아우디 매장이 있는 곳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설정된 지역입니다. 이 지역엔 판금이나 도색까지 할 수 있는 '종합정비업소'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부품 교체, 가벼운 수리까지만 할 수 있는 '전문정비업소' 신고만 가능한데, 그마저도 면적 500㎡를 넘으면 안 됩니다. 1300㎡가 넘는 이 건물 지하 4층은 애초에 정비업 신고조차 할 수 없는 겁니다.

"정비 공장을 지으려면 강남이나 송파는 허가가 안 납니다. 강남은 고정비가 높아요, 임대료가. 그런데 이 전문정비업에서 차량 한 대 수리해봤자 30~40만 원밖에 안 돼요, 매출이." - 코오롱 아우토(아우디 공식 딜러사) 관계자


결국 돈 때문에 이런 불법 정비소를 운영해온 겁니다.

이 불법 정비소는 지난 2010년 당시 아우디 공식 딜러사였던 '참존 모터스'가 지어 사용하다가, 2016년 지금의 공식 딜러사인 '코오롱 아우토'에 넘겨준 시설입니다. 둘 모두 불법이란 사실을 알고 운영해왔습니다.

이곳에 사용된 리프트 등의 장비는 모두 본사인 '아우디 코리아'가 내준 것들입니다. 애초에 500㎡까지만 신고할 수 있는 지역에 11대의 리프트와 1800㎡를 덮을 수 바닥 타일을 공급해달라는 신청이 왔는데도, 본사는 모두 내줬습니다.
아우디 '비밀 작업장'하지만 아우디 코리아는 이 불법 시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비 시설 물품을 공급했을 뿐, 인·허가 문제는 공식 딜러사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정기적인 업무 감사도 진행하고 있지만, 불법 시설을 밝히기 위한 제도는 아니라며 모든 책임을 딜러사에 넘겼습니다.

지난 9년 동안 이 비밀 작업장에서 얼마나 많은 차량이 수리됐는지, 그 매출과 관련 세금은 어떻게 처리됐는지도 불명확합니다. 기업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구청은 기록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 "단속 전 미리 알고 지하 4층 봉쇄 지시"
취재를 하며 놀라웠던 사실은 이 대규모 불법 시설이 지난 9년 동안 당국의 단속에 단 한 차례도 걸리지 않았단 겁니다. 심지어 코오롱 모터스가 아우디 코리아와 맺은 계약서엔 불법을 저지르는 등 '귀책사유'가 있다면 딜러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사실상 안 들킬 자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계약인 겁니다.

어떻게 이 큰 시설이 9년 동안 그대로 운영될 수 있었는지 참 궁금했는데, 이곳에서 일했던 정비사들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단속을 나온다는 얘기를 미리 들어서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죠. 내일 구청에서 사람이 단속 오니까 지하 4층 폐쇄해라. 그러면 직원들이 같이 출입문을 다 쇠사슬이라든지 철 그물로 묶어서 절대 물리적인 힘으로는 못 열게 다 봉쇄를 하고, 지하 4층은 아예 불을 꺼 놓고. 다음날 되면 아예 사람도 안 가고요." - 前 아우디 대치서비스센터 정비사 A 씨

"단속이 올 때쯤 되면 자동차 소음 나지 않게 하고, 차량 엘리베이터도 사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 前 아우디 대치서비스센터 정비사 B 씨


하지만 코오롱 아우토 측은 단속 정보를 미리 알 수도 없었고, 지하 4층 봉쇄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단지 이 시설이 불법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던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9년 동안 행정처분 한 차례 내리지 않았던 강남구청도 "단속 정보가 유출됐을 일은 결코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 "어차피 단속 못 해"…손 놓은 강남구청

매년 한 차례씩 모든 정비업소를 불시 점검하고 있다는 강남구청은 이 비밀 작업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어차피 형식적인 점검이라 이런 불법시설은 단속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점검을 나가도 한 10분 정도밖에 안 봐요. 사실 가서 그냥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거고. 일일이 뒤져보는 것은 없어요." - 강남구청 담당 공무원


'내부 제보' 없이는 단속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무등록 정비업소 단속엔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강남구청의 해명은 현실을 모르는 지적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수입차 정비사들은 강남구청이 기다리는 '내부 제보'는 꿈도 꾸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신고할 수가 없어요. 수입차 정비업계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 다른 데로 이직을 한다고 하면 여러 제한들이 걸릴 수 있죠 입소문 때문에." - 前 아우디 대치서비스세터 정비사 A 씨


내부자가 밥줄이 끊길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나서기 전에, 구청이 불법 시설을 잡아내는 게 당연한 순서인 것 같은데, 이런 상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강남구청은 취재진이 다녀간 직후에야 이 비밀작업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행정처분 등을 검토하겠다고 연락해왔습니다. 코오롱 아우토는 이번 달부터 지하 4층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