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형 공기정화기' 효과는 있을까?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3.14 16: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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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병원, 공공건물 옥상 등 도심 유휴공간에 설치한다는 공기 정화 시설인 '한국형 공기정화기'는 환경부가 기대하는 대로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묘책이 될 수 있을까?

지난 7일 환경부 장관의 발표대로 지금까지 전문가 검토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하지만 환경부가 구체적으로 내놓은 자료가 없어 한국형 공기정화기의 성능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나와 있는 다른 공기정화기의 성능이 어느 정도 인지 보면 한국형 공기 정화기의 성능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 스모그 프리 타워 효과는?

우선 스모그 프리 타워의 성능에 대해서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공과대학(Eindhoven University of Technology)의 연구 결과가 있다(Studio Roosegaarde, 2017). 연구 결과를 보면 바람이 없는 조용한 날 스모그 프리 타워 주변 지름 20m 정도 내에서는 미세먼지(PM10)가 최고 45%까지 줄어들고, 초미세먼지(PM2.5)는 최고 25%까지 줄어든다고 되어 있다. 스모그 프리 타워를 제작한 Studio Roosegaard 측은 오염된 공기가 일단 스모그 프리 타워 안으로 들어오면 공기 중에 들어 있는 미세먼지(PM10)는 최고 70%까지, 초미세먼지(PM2.5)는 최고 50%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바람이 강해지면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아래 그림은 에인트호벤 공과대학이 스모그 프리 타워의 성능을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타워 주변 2m 이내에서는 미세먼지(PM10)가 50% 이상 줄어들고 반경 10m 정도에서도 미세먼지가 20~30% 정도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스모그 프리 타워 미세먼지 제거 성능 (자료: Studio Roosegaarde)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스모그 프리 타워의 효과가 지극히 국지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모그 타워 주변 20m를 넘어서는 지역이나 고도가 2m를 넘어서는 지역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모그 프리 타워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설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반도 전체에는 스모그 프리 타워를 몇 개나 설치해야 전국을 뒤덮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을까? 비용이 6천만 원이 넘게 들어가는 공기 정화기를 집집마다 적어도 하나씩 설치할 수 있을까? 스모그 프리 타워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공기정화 장치는 결코 한반도 전체를 뒤덮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방향이 다르다. 만약 스모그 프리 타워를 야외에 설치한다면 실제로 도시나 한반도를 뒤덮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될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 중국 시안 대형 정화 탑 효과는?

중국 시안에 설치된 대형 공기 탑의 실질적인 공기 정화 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정화 탑을 만들 때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정화 탑을 만든다고 시끌벅적하게 소문을 내고 과학 잡지 네이처에서까지 기사를 썼지만 1년이 되도록 아직까지 연구 보고서나 논문은 나오지 않고 있다. 1년 정도 가동해 보니 효과가 좋아 대형 정화 탑을 대대적으로 설치한다는 소식도 물론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시안의 대형 정화 탑에 대한 이야기는 설치 초기에 일부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 시안 정화 탑 유리 온실 벽에 설치된 필터 (자료: 중국과학원)설치 한 달 정도 뒤인 지난해 4월 중국의 한 언론에 소개된 정화 탑의 성능을 보면 정화 탑은 여름철의 경우 하루에 1,600만 세제곱미터의 공기를 처리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여름철의 절반인 800만 세제곱미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는 500만 세제곱미터의 공기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Weida Li, 2018). 쉽게 예를 들어 보면 800만 세제곱미터 공기는 가로 200m, 세로 200m 그리고 높이 200m 안에 들어 있는 공기 부피와 같다. 겨울철에는 정화 탑 1개가 하루에 이 정도의 공기를 처리한다는 뜻이다. 500만 세제곱미터의 공기는 가로 200m, 세로 200m, 높이 125m 안에 들어 있는 공기다. 언론은 특히 정화 탑 주변 10제곱킬로미터 지역에서는 초미세먼지 입자 수가 11~19%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 측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가정할 경우 중국 시안에는 적어도 몇 개 정도의 정화 탑을 설치해야 나름 공기 정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언론은 시안에 적에도 1,000개 정도의 정화 탑을 설치해야 나름 공기 정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한 도시에 적어도 축구장 절반 면적의 정화 탑 1,000개를 설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중국 시안에 설치된 정화 탑을 서울에 설치한다면 적어도 몇 개를 설치해야 정화 효과를 본다고 할 수 있을까? 중국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단순히 중국 시안과 서울의 면적을 비교할 경우 적어도 주요 지역에 60개 이상의 정화 탑을 설치해야 한다. 단순히 정화 탑의 처리 용량을 고려해 고도 200m 이내의 서울 공기를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1만 5천 개가 넘는 정화 탑을 설치해야 한다. 축구장 절만 면적의 정화 탑 1만 5천 개를 설치해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는 지표 부근에만 쌓여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철에도 적어도 500m 이상 고도까지 미세먼지가 퍼져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높이가 555m인 롯데타워도 시야에서 사라지는 이유다. 여름철에는 미세먼지가 퍼져 있는 고도가 더 높아져 1,000m를 크게 넘어선다. 이 같은 미세먼지 분포 고도까지 고려할 경우 도시에 설치할 정화 탑은 위에 계산한 것보다 훨씬 더 늘려 잡아야 한다. 도시 전체의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천 개, 심지어 수만 개가 넘는 정화 탑을 설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기 정화 탑을 이용해 도시 전체의 고농도 미세먼지 해소나 한반도 전체의 고농도 미세먼지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미세먼지● 국민은 고농도 미세먼지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원치 않는다

한국형 공기정화기의 대기 질 개선 효과는 어느 정도나 될까? 아직 설치된 것이 아닌 만큼 한 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 시안의 정화 탑이나 네덜란드의 스모그 프리 타워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으로 한국형 공기정화기 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근본적으로 공기정화기는 밀폐된 공간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고 광활한 야외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지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공기 정화기를 야외에 설치해 도시 대기오염이나 국가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잘라 말하고 있다. 단순히 연구나 실험을 해볼 수는 있지만 설익은 기술로 전국을 뒤덮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반응이다.

물론 다른 견해를 밝힌 학자도 있다. 환경부의 한국형 공기정화기 검토 작업에 참여했고 개발과 시범 사업에 동의했다는 한국기계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발 계획에 동의했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은 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용량이 부족하면 정화 장치 여러 개를 묶어서(clustering)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이 연구원도 한국형 공기정화기가 전국을 뒤덮는 고농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실제로 널리 보급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시범 사업과 확대 보급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들은 고농도 미세먼지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을 원치 않는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비용이 들어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배출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배출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고농도 미세먼지 해결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중국과의 문제 해결뿐 아니라 국내 대책을 위해서라도 학계와 정부는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또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하든 아니면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든 아니면 다른 기술을 이용하든 한 번 대기 중으로 배출된 미세먼지를 하나하나 주워 담는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배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설익은 기술이나 대책으로 급하게 국민에게 무언가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국을 뒤덮는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취재파일] '한국형 공기정화기' 어떻게 만드나? 보러 가기

<참고문헌>

* Studio Roosegaarde, 2017: Positive results for world's largest smog vacuum cleaner, new smog free bicycle concept released in China.
https://www.studioroosegaarde.net/data/files/2017/10/101/smogfreeproject-roosegaarde-pressrelease-resultsandbicycle

* Weida Li, World's biggest air purifier' test results revealed in Xi'an, gbtimes, Apr 20, 2018. 4. 20
https://gbtimes.com/worlds-biggest-air-purifier-test-results-revealed-in-x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