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시작 '#미투'…무분별한 패러디에 '몸살'

SBS뉴스

작성 2019.03.11 09:32 수정 2019.03.11 13: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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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고발을 시작으로 정치계, 예술계, 스포츠계 등에서 사회 전반에 숨어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힘겨운 폭로는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이나영/사회학과 교수 : 폭로하고 드러내는 자들의 위치를 꼭 물어요. '피해자 됨'의 적절함을 묻죠 우리 사회는….]

피해자에게 피해 이유를 묻는 사회 속에서 미투 운동은 폭로가 끝이 아니라 연대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수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의혹 사건이 터지자 일부 언론에서는 '빚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폭로가 잇따라 나오자 빚투라는 용어를 많은 언론이 그대로 따라 쓰기 시작했는데요, 같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고 그 고발이 연속적이라는 점에서 '미투' 용어를 패러디한 '빚투'라는 용어가 나온 겁니다.

빚투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만 4천여 개, 한 언론사에서는 수십 개가 넘는 관련 기사 제목으로 빚투를 사용했습니다. 빚투에서 시작된 미투 패러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피트니스 업계에서 몸을 키우기 위해 본인 스스로 약물을 투여했다고 폭로하는 '약투', 그리고 연예인으로부터 과거에 학교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하는 '찐투'라는 단어 등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위근우/칼럼니스트 : 미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하고 언론으로서 책임감이 굉장히 부족하다고까지 얘기할 수 있겠죠.]

미투 운동의 맥락을 지워버리는 언론의 무분별한 패러디의 비슷한 전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커밍아웃'은 성 소수자가 억압된 사회 분위기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었지만 현재 커밍아웃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성 소수자의 용기를 떠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패러디된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언론도 그 의미를 훼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위근우/칼럼니스트 : 좀 무분별하게 이런 매체들에서 전유해서 썼다고 생각합니다. 좀 쉽고 빠르고 간결하게 헤드(제목)를 뽑아야하니까.]

언론의 본분은 편리하고 빠른 것보다 소수자, 약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 아닐까요.

▶ 언론사의 #미투 패러디 대체 왜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