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장·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은?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3.06 09:07 수정 2019.03.06 16: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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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늘(6일)은 부산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에 6일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은 2017년 2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세먼지 농도도 크게 높아져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3월 1일 이후 6일째 연속해서 '매우 나쁨(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76㎍/㎥ 이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일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35㎍/㎥을 기록했다. 연평균(25㎍/㎥)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201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지난 1월 14일 129㎍/㎥까지 올라갔던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50일 만에 다시 갈아 치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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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상 고기압과 일본 쪽 저기압 사이에 낀 한반도

이렇게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반도 주변의 기압배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최근 한반도 주변의 기압배치를 보면 중국 남부에서는 고기압이 아주 느린 속도로 서해상으로 다가왔고 동쪽인 일본열도 부근에는 저기압이 강하게 발달한 상태였다(아래 그림 참조).
한반도 주변 기압계와 초미세먼지 농도 분포(출처:earth.nullschool.net)중국 남부에서 서해상으로 다가온 고기압에서는 바람이 시계 방향 즉, 중국에서 한반도 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에 대륙에 쌓여 있던 미세먼지를 한반도로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최근 지속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들어온 이유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일본 열도 부근에서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다. 저기압에서는 고기압과는 달리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반시계 방향, 그러니까 일본과 동해상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보통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번에는 일본 열도 부근에서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서해상으로 들어는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 됐다. 고기압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다. 동풍이 불어오면서 한반도에 쌓인 미세먼지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그리고 중국에서 들어온 스모그가 한반도에 계속해서 쌓이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이유다. 서해상 고기압과 일본 열도 부근에서 발달한 저기압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에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쌓인 것이다.

● 약해진 동아시아 바람…북극에 갇힌 찬바람

고농도 미세먼지는 지난달 중반부터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나쁨(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36㎍/㎥ 이상)'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지난 2월 20일부터 시작됐는데 2월 28일 하루를 제외하고 3월 5일까지 13일 동안이나 '나쁨'에서 '매우 나쁨'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다. 오늘(6일)까지 포함하면 14일 동안이나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렇게 고농도 미세먼지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은 조금 더 큰 그림에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기상청이 분석한 최근(2/25~3/3) 북반구 지역 850헥토파스칼(hPa, 약 1.5km 상공) 바람을 보면 북극 주변의 바람은 평년보다 강해졌고(붉은색 계통) 중국과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의 바람은 평년에 비해 크게 약해진 것을 볼 수 있다(푸른색 계통, 아래 그림 참조). 극진동 지수(AO index) 등을 볼 경우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월 중순부터 계속되고 있다.
최근 북반구 850hPa 바람 및 평년과 차이(자료: 기상청)최근 동아시아 지역의 바람이 평년에 비해 크게 약해졌다는 것은 그동안 중국과 한반도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로바로 확산하지 못하고 많이 쌓여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장기간 많이 쌓여 있던 중국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 남부에서 서해상으로 다가오는 고기압의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들어오고 일본 열도 부근에서 이례적으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에 쌓인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서면서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 최근 중국 배출량은?

여기서 또 한 가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최근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다. 기상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가 쌓이면서 고농도가 나타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중국에서 다른 해와 달리 배출량이 늘어났거나 계획했던 것만큼 감축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배출한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다른 해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한 자료가 없어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다만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예상만큼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는 여러 차례 나왔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하면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고 일찌감치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기 정체로 국내에서 배출한 미세먼지가 쌓이고 중국 등 국외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 고농도 미세먼지, 밤부터는 점차 누그러진다지만…

고농도 미세먼지는 일단 오늘 밤부터는 점차 누그러질 전망이다.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에 비가 내리고 서울과 경기지역에도 낮 한때 비 소식이 있다. 강원 산지에는 밤부터 제법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비의 양이 많지 않아 미세먼지를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비가 내린다는 것은 그동안 빠져나가지 못하고 서해상과 한반도에 머물러 있던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가고 기압골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당연히 바람도 불게 되고 바람 방향도 서풍이 아니라 북풍계열로 바뀌게 된다. 일단 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는 큰 고비를 넘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반도 주변의 기압 배치가 일시적으로 바뀔 뿐 며칠 지나면 또다시 대기 정체와 함께 중국발 미세먼지를 몰고 오는 이동성 고기압이 다가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강한 바람이 북극 주위에 몰려 있고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은 바람이 평년보다 약한 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기상 상태를 지배하는 큰 틀은 당분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지, 또 일본 열도 부근에 한반도를 통과하는 고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서는 강력한 저기압이 또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주를 비롯해 당분간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개인 교신> 예상욱 교수,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