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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워치 꺼내놓고 '3분에 1건'…밀실 예산 심사의 민낯

"하여튼 도와주십시오"…지역 민원 예산에는 '읍소'

<앵커>

보신대로 숨 가쁘게 때로는 답답하게 흘러왔던 예산 정국이 일단 마무리됐습니다. 그렇다면 내년도 나라 살림은 과연 잘 짜여졌을지 그것도 저희가 한번 꼼꼼히 따져보겠습니다. 예산을 논의하는 회의는 그 영상이 공개 되지가 않아서 저희 이슈취재팀이 회의록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깜깜이 예산, 밀실 심사, 졸속 처리 왜 이런 말이 매년 끊이지 않는지 함께 보시겠습니다.

최재영, 이경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기자>

공식적인 예산 심의 최종 관문인 국회 예결위원회의 소위원회 마지막 날 회의장에 '스톱워치'가 등장했습니다.

안건 하나 심사에 오전에는 5분을 넘지 않겠다고 하더니 오후에는 3분 이내로 줄였습니다.

[안상수/국회 예결특위원장 : (스톱워치는 스마트폰이었어요?) 그것(스마트폰)도 놨어. 그리고 옆에 스톱워치도 갖다 놓고…. 교섭단체 간 문제가 있어서 (예결특위) 소위 구성이 늦어졌어요.]

정부 예산을 깎을 때도 명분은 '빨리빨리'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억 원이 감액됩니다.

[조해진/전 국회의원(전 예결특위 위원) : 수박 겉핥기식이죠. 벼락치기이고… (의원들) 전문성이 부족하고 예산은 너무 방대하고 ….]

장사하듯 '흥정'하기도 합니다. 71억 원짜리 사업 예산이 절반 아래로 깎여 나가는데 사업 내용은 별반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산을 얼마나 깎을지 30억 원, 20억 원을 제시하다 중간인 25억 원에서 결정됩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겁니다.

[전 국회 보좌관 : 허탈하죠. (전문성 있는 논의는) 반쯤 포기해요. 분노할 에너지도 아까워요. 어차피 (예결위 소위) 의원들이 알아서 할 건데 하면서 예산을 (방치)하거나 포기하는 의원실들도 꽤 많아요, 처음부터.]

8일간에 걸친 예결위 소위 심사 시간은 고작 68시간, 665개의 예산 항목 가운데 37%인 249건은 보류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교섭단체 지휘부로만 짜인 비공식 회의체, 소소위로 넘어갔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초치기 공부하듯 하는 예산심사 부실할 수밖에 없었겠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환심 사려고 떼쓰듯 밀어 넣는 예산들 매년 되풀이돼왔습니다.

<기자>

도로 건설 같은 SOC 예산이 대표적입니다.

올해는 실효성을 따져 제대로 심의했는지 회의록을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사퇴하세요! 한글 못 알아먹어요?]

정부 부처를 윽박지르는 의원들의 익숙한 모습.

그러나 SOC 예산을 심의할 때는 민원인을 연상시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정적 결론이 나왔는데 설계비를 신설해달라고 부탁하는 의원, 초록은 동색 인양 지원 사격해주는 동료 의원, 자신도 지역 얘기하겠다, 고속도로 예산이 너무 적다 푸념하고 정부가 조목조목 반박하자 '하여튼' 도와 달라는 의원.

지자체 관리 도로라 국고 지원이 안 되는지 모르고 예산에 반영해 달라는 동료 의원 요청도 전합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 일단 예산을 걸어 놓으면 내년도에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지역 주민한테 가시적으로 뭔가 움직임이 있다는 걸 어필할 수가 있으니까….]

이날 국토교통위 소위 회의록에는 '부탁한다'는 표현이 9번, '도와 달라'하는 표현이 3번 등장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기록에라도 남으니 나은 편.

굵직한 SOC 최종 예산은 회의록을 남기지 않고 소소위에서 책정되고 원내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밀실 분배' 관행은 여전합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 마지막으로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조정해 늘릴 수 있는 그 자리가 소소위인 거죠. (거긴 공개가 안 되니까요?) 그렇죠.]

올해도 반복된 졸속 심사와 깜깜이 심사 예산의 타당성과 합리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이찬수, 영상편집 : 위원양·박진훈,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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