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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겨울 날씨, 북극 영향이 클까? 열대 태평양 영향이 클까?…고민 깊어지는 기상청

[취재파일] 올겨울 날씨, 북극 영향이 클까? 열대 태평양 영향이 클까?…고민 깊어지는 기상청
오늘(30일) 아침 서울의 기온은 0.7도까지 떨어졌고 파주와 철원 등 중부 내륙과 남부 산지의 기온은 영하 떨어졌다. 특히 설악산의 기온은 영하 8.0도까지 내려갔다. 서울에선 올가을 첫얼음이 관측되기도 했다. 갑자기 가을이 사라지고 겨울로 넘어간 것이다.

초겨울 추위가 10월이 다 지나기도 전에 일찍 찾아온 것은 한반도 5.5km 상공에 영하 25도의 한랭핵(Cold core)가 자리를 틀고 있는 사이 지상에서는 만주 북부지역에서 계속해서 찬공기가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때 이른 초겨울 추위에 올겨울 한파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올겨울은 한파가 얼마나 일찍 시작될까? 또 한파는 얼마나 혹독할까?

현재 지구상에는 한반도 겨울철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북극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온현상이고 다른 한 가지는 열대 태평양에서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현상이다.

● 녹아내린 북극 해빙 – 북극 고온현상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북극 해빙(sea ice) 면적은 지난 9월 19일과 23일 459만 제곱킬로미터로 올 들어 가장 작았다. 인공위성 관측을 시작한 지난 1979년 이후 역대 6번째로 해빙 면적이 작아진 것이다. 이후 북극 해빙 면적은 다시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올해는 늘어나는 해빙 면적에 예년과 다른 점이 감지되고 있다. 해빙 면적이 늘어나는 속도가 한없이 느리기만 하다. 특히 10월 중순부터는 해빙면적이 역대 가장 작았던 지난 2012년보다 오히려 더 작은 상태다(아래 그림 참조). 러시아 동쪽 북극해인 동시베리아해와 척치해 등 북극 곳곳에 평년보다 최고 8도 이상 높은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9월 한 달 내내 척치해 부근에 머물고 있는 상층의 블로킹(blocking, 저지고기압)이 동시베리아지역으로 따뜻한 남풍을 끌어 올려 고온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자료:극지연구소)
북극 해빙 면적 변화 추이 (자료:NSIDC)
문제는 북극에 고온현상이 이어질 경우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에는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극의 고온현상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질 경우 북극에 갇혀 있던 찬공기가 중위도로 쏟아져 내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 상공에 만들어진 블로킹이 지속될 경우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평년에 비해 추운 겨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극지연구소의 주장이다.

극지연구소는 다만 올해 나타나고 있는 북극의 고온현상은 혹독한 한파를 몰고 온 러시아 서쪽 북극해인 카라해와 바렌츠해의 해빙 감소 형태와는 달라 동아시아 지역에 극단적인 한파를 몰고 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 뜨거워지는 열대 태평양 - 엘니뇨 발달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열대 태평양도 문제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월 현재(10월 7일~13일)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Nino 3.4 지역 : 5°S~5°N, 170°W~120°W)의 해수면 온도는 27.3℃로 예년보다 0.7℃나 높다. 기상청과 세계기상기구(WMO)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는 지구촌 곳곳에 기상 이변을 몰고 오는 엘니뇨로 발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해수면 온도 편차 (10월 29일, 자료:NOAA)
엘니뇨가 발생하면 겨울철 한반도 지역에는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기상청은 특히 초겨울인 12월에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만 고려할 경우 올겨울, 특히 초겨울이 상대적으로 포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극의 고온현상을 보면 한반도에 극단적인 한파는 아니더라도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뜨거워지고 있는 열대 태평양을 보면 한반도에 이상 난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올겨울 한반도 날씨를 놓고 북극과 열대 태평양이 한바탕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북극 고온현상의 영향과 엘니뇨의 영향이 한반도에서 충돌할 경우 한파가 나타날지 아니면 고온현상이 나타날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니 두 영향이 상쇄돼 이상고온이나 한파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가능성도 있다. 북극과 열대 태평양의 영향이 시간 차이를 두고 나타날 경우 한반도에 고온현상과 한파가 널뛰기 하듯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깊어지는 기상청의 고민

기상청은 11월과 12월 기온전망에서 월평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가 있겠고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다는 것은 북극 고온 현상의 영향과 엘니뇨의 영향이 월평균으로 볼 때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도 있고 또 북극의 영향과 엘니뇨의 영향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이상 고온과 한파가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변동성이 크다고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데 있다. 북극의 고온현상으로 해빙이 녹아 내려도 육상에서 블로킹이 어디에 발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날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우랄산맥 부근에 블로킹이 발달하면서 한반도 지역으로 북극의 찬공기가 쏟아져 내려 한파가 발생했다. 하지만 같은 블로킹이더라도 우랄산맥 부근이 아니라 유럽 쪽으로 치우쳐 발달하면 한반도 지역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아니라 이상 고온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북극의 찬공기가 쏟아져 내리는 지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척치해 부근에 계속해서 고온현상이 이어지고 블로킹이 지속적으로 머물 경우 북극의 찬공기가 북미 대륙으로 내려가면서 12월경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보다 북미 대륙에 강력한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의 강도와 시기도 문제다. 만약 엘니뇨가 예상보다 약하게 발달하면 영향이 적어 북극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고 또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져도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 겨울철 날씨는 북극과 열대 태평양의 영향이 전적으로 지배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을 수는 있지만 변수는 수없이 많다.

한국과 일본, 중국, 몽골 등 동아시아 지역 기상청과 학계 전문가들은 11월 초 서울에 모여 동아시아 지역 겨울철 기상전망에 대해 토의한다. 올겨울 날씨가 북극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인지 아니면 열대 태평양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인지, 두 영향이 상쇄될 것인지, 두 영향을 교대로 받아 날씨가 널뛰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인지 판단을 해야만 하는 기상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11월 23일 겨울철 기상전망을 발표한다.

<참고문헌>

* 기상청, 2016 엘니뇨 백서
* 기상청, 3개월 기상전망
* 극지연구소, 극지 기후변화/기상재해 예측시스템[KPOPS]을 활용한 2018 한반도 겨울철 기후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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