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필요한 부분만 '찰칵'…늘어나는 서점 얌체족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6.08.21 15: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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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나드는 사람들로 쉴새 없이 여닫히는 출입문. 넓은 내부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선선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한 켠에 마련된 의자와 테이블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계단이나 바닥에 주저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습니다. 사람은 많지만 비교적 조용한 이곳.
이곳은 어디일까요?

①    은행
②    도서관
③    서점
④    카페

정답은 ‘③ 서점’입니다.

그런데 ‘서점’을 은행, 도서관, 카페보다 훨씬 무책임하게 이용하는 ‘얌체족’이 늘고 있습니다. 서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 카페보단 서점, 시간 때우는 사람들

더운 여름날 카페보다 붐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점입니다. 최근 서점의 모습은 피서지를 방불케 합니다. 더위를 피해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내부에 카페와 휴식 공간까지 구비한 대형서점이 늘면서, 서점은 ‘문화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책을 구매할 목적으로 방문하던 과거와 달리, 약속 시간 전에 시간을 때우거나 지나가다가 잠시 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서점 방문도 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얽매었던 아이들이 서점에 방문하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죠.

또한 책은 연령이나 성별 제한 없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가족이 함께 방문하기 좋습니다. 카페는 음료를 주문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를 준다는 이유로 서점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책을 읽는 건 좋지만…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에 대해 서점 측도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고객들이 서점을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록 잠재 고객이 유치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고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진열된 책을 꺼내 읽으면서 훼손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실수로 책이 찢어지거나, 마시던 음료를 쏟아도 모른 체 하는 서점의 ‘얌체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필요한 내용을 보려고 책 포장 비닐을 뜯는 경우도 다반사죠. 잡지나 여행 정보 서적에 포함된 쿠폰만 찢어가는 고객도 있습니다. 아동 서적 코너에는 낙서된 책들이 바닥에 나뒹굽니다. 부모가 함께 방문했는데도, 훼손된 책을 그대고 방치하고 간 겁니다.

책이 훼손되면 서점에서는 해당 책을 판매 하지 못해 영업 손실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서점 직원들이 책을 읽는 모든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없는 상황이죠. 책을 훼손하는 고객을 찾아내기도 어렵지만, 찢어지거나 구겨진 책을 그냥 두고 가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책을 진열대에 다시 꽂아 두면, 일일이 꺼내보지 않는 이상 훼손 여부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움에 뜻이 있는 사람은 돈이 없어 책을 훔치더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죠.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를 높게 평가한 말입니다. 하지만 서점에서 책 내용을 훔치는 ‘얌체족’의 모습은 이 말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서점에서 책 내용을 훔치는 방식은 각양각색입니다. 필요한 내용을 공책이나 노트북에 베끼는 것은 양반이죠. 직원들은 서점에서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스마트폰으로 찍어가는 ‘셔터족’에 혀를 내두릅니다. 특히 수험서 코너의 직원들은 1년 내내 셔터족과 전쟁을 치릅니다.
수험서 한 권을 다 볼 때까지 하루 종일 서점에서 문제를 풀거나, 수험서와 해설서가 따로 있으면 수험서만 구매하고 해설서의 풀이를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점 측은 셔터족의 행위를 금지하는 푯말도 설치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책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책과 같은 저작물은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해야 하죠. 하지만 셔터족의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책을 판매하는 서점에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해당 저작물의 정보를 취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위배됩니다.

‘모두’의 문화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은 서점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돈을 지불한 ‘내’ 책이 아닌 ‘서점’의 책이라는 이유로, 훼손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은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감까지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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