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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두기 비디오] - 공포영화의 계절

여름이 오면 극장가는 외화, 방화를 가릴 것 없이 공포영화를 잇달아 선보입니다. 올 여름 극장가도 벌써 [분홍신], [여고괴담4] 같은 한국영화와 [아미티빌 호러],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같은 외국영화가 줄줄이 개봉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여름이 오면 극장가는 외화, 방화를 가릴 것 없이 공포영화를 잇달아 선보입니다. 올 여름 극장가도 벌써 [분홍신], [여고괴담4] 같은 한국영화와 [아미티빌 호러],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같은 외국영화가 줄줄이 개봉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링] 시리즈나 [주온]으로 여름 공포영화 시장에서 짭잘한 재미를 봤던 일본 영화들이 올해는 별로 눈에 안 띈다는 점입니다.

영화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반갑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던 제목의 공포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목두기 비디오]라는 영화인데 독립영화 감독이 3천만원의 저예산으로 2003년에 만든 영화인데 서울의 한 예술영화 전용극장에서 개봉을 할 예정이라는군요.

영화를 꽤나 좋아하고 또 좀 안다고 다녔지만 페이크 다큐(Fake Documentary)라는 용어는 지난 해 이맘때 쯤 뼈에 사무치게(?) 알게 됐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찍은 극 영화를 지칭합니다. 허구의 내용을 다큐멘터리 처럼 표현하는 양식입니다. 미국 영화로는 [블레어 위치]나 피터 잭슨의 [포가튼 실버]같은 영화가 이 장르에 속합니다.

제가 이 용어를 접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본 [목두기 비디오]라는 독립 영화를 통해서입니다. 2003년에 만들어진 국내 독립영화인데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영을 해주더군요. 아주 늦은 시간에 방송되서 자주 보는 프로그램은 아닌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접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흥미진진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비밀이 하나 둘씩 풀려가며 공포감이 고조되는데 스멀 스멀 무서워지기 시작하다가 막판 반전에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한 여관의 몰카에서 방 한구석에 희미한 그림자로 잡힌 남자의 형상이 인터넷에 떠돌며 귀신이 나타났다고 떠들썩 합니다. (위 사진 오른쪽 윗부분에 동그랗게 표시한 부분입니다.) 이 사건을 접하게 된 다큐멘터리 PD가 호기심으로 취재에 나서게 됩니다. 동영상을 꼼꼼히 분석해 이 여관이 어느 여관인지부터 찾아내는데 여관 관리인은 인터뷰를 거부하고 부근 복덕방에서 그 여관 주인이 20년전 부산에서 발생한 끔찍한 일가족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흉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관 주인과 어렵사리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건의 전말을 듣고 제작팀은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취재하고 그리고 과거 사건의 관련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희생자가 남긴 그림을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하면서 하나 하나 실마리를 풀어가는데 사건의 실체에 점점 접근하면서 예상 못했던 비밀이 드러나게 됩니다.

영화는 [뉴스추적]이나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시사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합니다. 우선 우리 귀에 익숙한 성우가 나레이션을 맏았고, 흉가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에 실제로 나오는지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해 밤새 촬영을 한다든지, 사건 관련자를 끈질기게 찾아내 인터뷰에 성공하고 또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통해 인터뷰를 보여주는 등...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본 저로서는 비디오에 찍힌 귀신을 주제로 취재를 한다는 사실이 한심하기도 하고 또 참신하기도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점점 졸음이 달아나면서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더군요.

특히 양파껍질 벗기듯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나갈 때마다 '설마...'하는 의구심이 '진짜?'라는 확신으로 들어가면서 공포의 실체를 한껏 느끼게 해줍니다. 후반 부분에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늦은 밤 가족들은 잠들어 있고, 거실 불은 꺼져 있고...화장실 가기가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공포영화의 필수요소라고 할 만한 막판 반전도 빠지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나면서 (이 시점까지는 다큐멘터리라고 알고 있었음)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허탈하고 무섭기도 한 여운을 느끼고 있을때 엔딩 자막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데 좀 이상했습니다.

'여관 주인 - 000...' 이런 자막이 나오더군요. '다큐멘터리인데 왜 배역 자막이 나오지?' 하다가 혹시 이거 가짜 아냐?' 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MC가 나와 친절하게도(?)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극영화 즉,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해 주더군요. 영화속의 반전에 이어 또 한번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지요.

막판 반전에 한번 놀라고 이 작품 자체가 '페이크'라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영화 앞부분에 설명을 보지 못했고 또 신문에서 프로그램 안내 같은 것도 못봐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하지만 인터넷에 만연하는 몰래 카메라에 귀신이 찍혔다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럴 듯한 설정에서부터 시작해 미스테리를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작품의 구성이나 연출력이 뛰어납니다.

각종 영화제에 참여하기도 했고 인터넷을 통해 많은 네티즌들이 유료로 다운받아 감상하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몰카 유행과 겹쳐저서 인터넷 괴담의 하나로 자리잡기까지 했습니다. 어찌나 진짜 같았는지 감독에게 형사와 주간지 기자가 찾아오기까지 했다는군요. 모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을 보니 영화속에서 나온 폐가가 엉뚱한 장소에 있었다거나 인물들의 진술의 불일치를 지적하면서 가짜같으니 속지말라고 비분강개하는 네티즌의 글도 있더군요.

피칠갑을 한 얼굴이 불쑥 불쑥 나타나고 귀를 아프게 하는 기이한 비명들로만 무장한 그저 그런 공포 영화들에 식상하셨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색다른 공포를 느끼기에 제격이거든요 .

(*지난해 영국의 한 연구소 수학자들이 공포영화에서 공포 요소를 서스펜스와 리얼리티, 잔혹한 장면 등으로 분류한 뒤 각각의 세부항목을 추출해 계산하는 공포지수 공식을 발표했는데 이 공식대로 계산하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80년작 [샤이닝]이 1등을 차지했다는군요. 잭 니콜슨의 광기어린 연기와 고립된 공간의 폐쇄성, 또 실재와 환상을 오가는 부분, 막판 추격 장면의 역동적인 촬영과 편집 등 20년도 더 지난 영화지만 공포의 극한은 요즘 어느 영화도 견주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밤낮없이 타자기 앞에 앉아 작품활동에 몰두하는 남편 책상에 수북이 쌓인 종이 더미를 아내가 하나하나씩 넘기는 장면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 SBS 사이트에 기자 블로그가 오픈했습니다. 제 블로그 주소는 http://ublog.sbs.co.kr/ssna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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