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기 범죄 피해자들이 직접 범인을 검거하거나 유튜버가 나서 사기꾼 신상을 공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력이 뒤처지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그 이유가 뭔지 이대욱 기자가 짚어 봤습니다.
<기자>
수개월 동안 사기꾼을 뒤쫓은 피해자들.
드디어 범인을 찾아내 경찰에 신고합니다.
[112 신고 녹취 : (캠핑장) 들어가자마자, 키가 190 이상이고 온몸에 문신이 돼 있을 거예요. (네.) 그 사람 잡으면 돼요.]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가 워낙 더디고 소극적이어서 직접 잡으러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사기 피해자 : CCTV를 수사관한테 확인을 해달라고 했는데 '얘가 ○○○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저한테 오히려 그런 식으로 묻더라고요. 경찰이 출동을 안 해요.]
한 유튜버는 사기를 당한 구독자의 사연을 전하며 사기꾼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사기꾼을 공개 수배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배범 얼굴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이렇게 한 이유 역시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해서였습니다.
[허진욱/차량 매매 사기 공개수배 유튜버 : (사기꾼에 대해선) 그냥 기소중지만 내릴 뿐. 그냥 정말 무슨 큰 범죄자처럼 이렇게 발 벗고 나서지는 않습니다.]
국내 발생 범죄 가운데 사기 범죄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검거율은 계속 하락해 2022년부터는 60%를 넘지 못합니다.
사기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는데, 수사력은 점점 뒤처지는 겁니다.
[정재민/변호사 : 저희가 지금 증거 다 찾아서 탐정처럼 일해요. 요새. 예를 들어 녹음파일 이런 거 다 저희가 직접 듣고 몇백 개를 듣고 발췌해서…그거 다 경찰이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경찰은 우리 보고 해 달래요.]
이런 현상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 보니 베테랑 경찰들이 수사 부서를 대거 떠난다는 겁니다.
[20년 경력 경찰 수사관 : 통합수사팀에 한 40~50명씩 있는데 이제 2년 된 사람이 최고참입니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악순환입니다, 악순환. 누군가 들어와서 견디지 못하고 사건을 쌓아놓고 나가고.]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도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임채원/변호사 : 하여튼 무조건 사기 치면 남는 장사죠. 300억 이상 사기를 쳤을 때를 보면 지금 (양형 기준) 기본 구간이 6년에서 10년밖에 안 돼요. 그래서 되게 교도소 안에서도 행복해하죠.]
사기꾼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