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람이 달리는 속도보다 더 빨리 불길이 번지면서 언제 어디서 산불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지역의 주민들도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진화 대원과 함께 물을 뿌리기도 하는데, 항상 안전에 신경 쓰시고, 위험한 곳에서는 미리 대피하기 바랍니다.
이 내용은 이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안동시 남선면의 한 마을.
이틀 전 큰불이 한 차례 지나갔던 곳인데, 마을 바로 옆 산자락에 매캐한 연기가 또 피어오릅니다.
이곳에는 오늘(27일) 새벽부터 산불이 다시 시작됐는데 주민들은 집과 터전을 지키느라 필사적으로 불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민 김기백 씨는 아예 진화대원들과 함께 낭떠러지 같은 언덕에 버티고 섰습니다.
[(호스를)조금만 더 올릴게요.]
불길 코앞까지 다가가 호스를 끌어주며 진화를 돕습니다.
[김기백/경북 안동시 남선면 : 저는 바로 여기 인근에 집도 있고 부모님 집도 있고 해서 힘들어도 해야죠.]
수십 년 이곳에서 살아온 어르신도 3일째 뜬눈으로 지새우면서도 산불 잡는 데 힘을 보탭니다.
[김철환/경북 안동시 남선면 : 잠을 제대로 못 자니까 다리가 후들후들거리는데. 밤새 되지도 않는 수돗물 가지고 계속 뿌리고, 아니 세상에 난리가 이런 난리가 어디 있어.]
불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바로 옆 마을 무릉리에는 대피를 안내하는 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주민분들은 산불로 인한 재난 피해가 우려되므로….]
하지만 주민들은 집과 논밭을 쉽사리 떠나질 못합니다.
[마을 주민 : (대피 안 하세요?) 안 하고 있을래요. 아직 대피할 정도는 아닌데.]
근처 또 다른 마을.
불과 500m 앞까지 산불이 근접했는데도 한 노인은 창고 지붕에 물을 뿌리며 불길이 방향을 틀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왜 물 뿌리시는 거예요?) 불씨 날아올까 봐.]
어르신들 대부분 대피시킨 마을 이장은 다시 피어오르는 불길에 한숨 돌릴 겨를조차 없습니다.
[김경란/마을 이장 : (어디로 가셔야 돼요?) 산불, 이거 주민들이 (진화)하고 있어서 왔다 갔다 하는 상태예요.]
현재 안동의 산불 진화율은 50% 안팎, 주민들은 꺾이지 않는 화마의 기세에 맞서지만 고통과 절망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