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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몇 만 마리인데…" 인원은 1명, 장비는 재래식?

<앵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게 조류 충돌입니다. 국내에서 최근 4년간 발생한 조류충돌만 500건이 넘는데 문제는 무안공항 같은 지역공항은, 새떼를 쫓아내기에는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역 공항에서 쓰는 장비는 어떤 거고,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김민준 기자가 확인해 봤습니다.

<기자>

국내 일부 공항에서 쓰고 있는 이동형 조류퇴치 폭음기입니다.

새 떼가 보이면 사람이 그쪽으로 이동해 방향을 맞춘 뒤 LP가스를 터뜨려 쫓는 방식입니다.

한 대학교 항공학부가 사용하는 비행장에서 효과를 실험해 봤습니다.

새를 쫓는데 쓰는 이 폭음기 장비의 소리가 어디까지 퍼져 나가는지 제가 측정기로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100m 단위로 소음을 재봤더니 최대 300m까지 폭음기 소리가 퍼져 나갑니다.

실제로 폭음기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곳은 서산 간월호 주변입니다.

장비들로 이 새들을 실제로 어떻게 쫓을 수 있는지 직접 시연해 보겠습니다.

논밭에 앉은 기러기 떼를 향해 폭음기를 쏴 봤습니다.

순간, 모여 있던 기러기떼가 산산이 흩어집니다.

무안공항에도 폭음기는 11개가 있습니다.

문제는 모두 고정형이라는 것입니다.

[황상모/버드렉스 대표 : 공항에서는 한 방향으로 고정이 되어 있어서 수평 360도 그다음에 상하로 동작이 안 되기 때문에.]

바닥에 고정돼 있다 보니 새떼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폭음기를 너무 자주 쓰면 새가 소리에 적응해 둔감해지기 때문에 지향성 음향 퇴치기를 병행해 새들을 교란시키기도 하는데, 지향성 음향 퇴치기는 높은 비용 탓에 현재 국내 공항에서 이 장비를 쓰는 곳은 인천과 제주공항, 2곳뿐입니다.

폭음기로 쫓지 못한 새들은 조류충돌 예방요원이 달려가 엽총으로 공포탄을 쏴서 쫓아내야 합니다.

[정인승/엽사 : 한 50m 정도 반경이 됩니다. 혼자 하기에는 버겁죠. 조류가 이게 몇천 마리가 아니라 몇만 마리씩 이렇게 이동하고 그러니까요.]

조류충돌 예방요인이 맡은 공항구역은 통상 활주로를 포함한 주변지역입니다.

김포와 제주공항에는 조류충돌 예방요원이 20명이 넘지만 무안공항은 4명, 사천과 원주는 2명뿐입니다.

무안공항 사고 당시에는 1명이 근무했었는데 근무자 1명이 2.5km 길이 활주로, 최대 150m 고도까지를 책임져야 합니다.

고정형 폭음기 11대와 직원 1명이 엽총 한 자루 가지고 새 떼를 퇴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폭음기나 총포는 기러기처럼 높이 나는 새들을 쫓아내기 어려워, 유럽국가 공항에서는 최대 3km까지 도달하는 조류 퇴치용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항공기 운항에 방해될 수 있어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윤태호,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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