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랑쉬굴은 4·3 당시 군경의 무차별 토벌과 피난 생활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중요한 4·3 역사의 현장으로 평가됩니다. JIBS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동굴 피난처를 처음으로 확인했는데요. 수많은 피난 유물과 함께 다량의 뼈들도 확인돼 제2의 다랑쉬굴로도 평가되고 있습니다.
김동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중산간.
숲 속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봤습니다.
수풀을 헤치며 들어간 지 10여 분.
나무 사이에서 작은 구멍이 확인됩니다.
높이만 3m가량 되는 수직 동굴 입구입니다.
사다리를 설치하고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폭 3m가량의 공간 안쪽으로 또 다른 입구가 확인되고, 그 안쪽에 커다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동굴 안쪽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건 깨진 항아리들로, 수십 개에 이릅니다.
제주 4·3 당시 피난민들이 사용했던 항아리들입니다.
또 동굴 구석마다 조각난 뼈들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그동안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던 4·3 피난처로 추정됩니다.
동굴 안 너른 공간 안에서는 이처럼 4·3 때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뿐만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뼈들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유물 등을 토대로 최소 20명이 넘는 4·3 피난민들이 이곳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 4·3 학살 현장인 다랑쉬굴이나 큰넓궤 만큼으로 평가될 정도입니다.
[한상봉/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 다랑쉬굴과 동광 큰넓궤 처럼 여기는 뼈도 보이는 것 같고, 이렇게 대규모로 발견된 것은 제가 조사한 바에서도 처음이거든요.]
특히 이 동굴 안에서는 탄피뿐만 아니라, 탄두까지 육안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학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박성훈/마중물(4·3 유물조사단) 회원 : (토벌대가) 총으로 먼저 위협을 하고 안에 사람이 있으면 직접 들어가서 총을 쏘는데 이렇게 탄두와 탄피가 대량으로 발견됐다는 건 이 안에서 학살이 있었다는 하나의 정황으로 볼 수 있어요.]
JIBS는 이 현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간이 발굴 조사 없이 현장을 그대로 보전한 상황입니다.
이곳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4·3 유해 발굴과 체계적인 진상 조사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윤인수 JIBS)
JIBS 김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