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친절한 경제] 1달러 1,500원 가는 길?…"원화 강세 요인 안 보여"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최근에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죠. 이게 금융 위기 이후로 가장 낮은 상태라고요?

<기자>

한동안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천450원을 훌쩍 넘어 있습니다.

어제(25일) 새벽에 마감한 외환시장에서 우리 돈의 가치는 1달러에 1천457.5원을 줘야 하는 정도까지 밀렸습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로 원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장중 한때는 1천460원 선도 쳤습니다.

종가를 계산하는 시각으로 삼고 있는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에 1천456.4원을 기록한데 이어서 이후로도 달러에 1.1원을 더 줘야 하는 수준까지 오른 겁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였던 지난주 월요일에 원화는 달러당 1천435원에 장을 마쳤는데요.

그 뒤로 열흘 동안 무려 달러당 22원 넘게 더 오르면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천450원을 넘어버렸습니다.

<앵커>

지금도 이미 많이 올랐는데 또 변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이거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딱 일주일 전인 지난주 목요일에 새롭게 등장한 변수가 있습니다.

미국의 움직임입니다.

미국은 지난 9월에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서, 지난주까지 최근 넉 달 동안 3번에 걸쳐서 기준금리를 1% 포인트 내렸습니다.

내년에도 이 정도 인하폭을 이어갈 거라는 게 그전까지의 전망이었고요.

그런데 지난주에 금리를 내리면서는 미국의 중앙은행이 하는 얘기가 내년에는 1년 내내 0.5% 포인트 정도 내리는데 그칠 것 같다.

금리가 지금 시장이 생각하는 수준의 절반 밖에 안 내릴 것 같다, 이런 전망을 새로 내놓은 겁니다.

이 소식이 들려오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데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돈 달러에 붙는 돈값이 얼마 전까지 예상보다 훨씬 더 느리게 떨어지게 될 것 같다고 하니까 당장 미국의 시장금리, 국채금리가 치솟고 있고요.

세상의 돈들이 달러로 몰리면서 주요국 통화 대비해서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지수도 급격한 오름세가 나타났습니다.

한 마디로 지난 일주일 사이에 세상의 웬만한 돈들에 비해서 달러가 다시 빠르게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요.

그 영향을 우리 돈 원화도 받은 겁니다.

<앵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건 올해 내내 이어진 흐름이었는데 우리나라가 특히 좀 타격이 큰 것 같아요.

<기자>

바로 그겁니다. 먼저 올해 주요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보면, 사실 달러보다 더 강한 흐름을 보였던 돈은 없습니다.

이 정도로 달러가 올해 나 홀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12월 들어서 그중에서도 가장 하락률이 컸던 나라를 보면 한국, 일본, 호주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2월 이후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실히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무 정지 이후에도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인상을 대내외에 주지 못하고 있는 게 12월 이후에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11월 초에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로 통화 가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진 나라들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미중 갈등이 격해질 때 우리가 그 불똥이 가장 가까이서 튀는 나라 중에 하나라는 게 지난 몇 년 동안 입증이 됐고요.

지금 예상대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른바 관세전쟁이 벌어질 경우에 수출 환경이 위축되면서 역시 우리가 제일 타격을 입을 걸로 꼽히는 영향이 크다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까 내년에 달러당 1천500원 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박상현/아이엠증권 전문위원 : 환율 보게 되면 (한국 기준금리) 못 내리는데… 올해 성장률도 11월에 수정한 것보다도 더 낮아질 것 같고, 1월에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도 원화엔 추가적인 약세 요인이고, 또 추경을 막상 하면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겠죠. 그것도 원화 약세(요인)예요. 대내외적으로 원화가 강세로 갈 수 있는 트리거(요인)가 사실 없습니다.]

물론 이대로 환율이 치솟지 않게 할 장치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세계적인 큰손 국민연금이 이 정도 환율 이상에서는 이른바 전략적 헤지, 그러니까 달러를 팔아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일정 수준에서 쓰게 돼 있기도 하고요.

이제 우리나라는 해외 순금융자산이 1조 달러 정도나 됩니다.

개인투자자들까지 달러를 워낙 많이 가진 나라가 돼서, 역설적인 얘기지만 달러가 빠져나갈 걸 걱정할 일은 거의 없다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달러당 1천500원이 새로운 저항선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할 정도의 환경이 됐다는 것 이게 새해를 앞두고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