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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의 "뭐요?"와 이채연의 "탄핵 지지" [스프]

[주즐레]

강경윤 주즐레 썸네일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걸그룹 출신의 한 가수가 있다. 20대 중반의 이 가수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여론이 높아지자 소셜미디어에 탄핵 지지에 목소리를 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걱정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 가수는 "정치 얘기를 할 위치가 아니라고? 정치를 얘기할 수 있는 게 어떤 위치인데?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알아서 할게. 연예인이니까 목소리 내는 거지. 우리 더 나은 세상에서 살자"라고 답했다. 아이즈원 출신 가수 이채연의 이야기다.

이채연의 글은 정파적인 표현이었을까. 미국 대선 당시 쏟아졌던 팝스타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11월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팬들에게 적극적인 투표를 독려했다. 실제로 스위프트의 공개 지지 선언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합을 벌이는 주에서 투표인단 등록이 줄을 이었다. '스위프트 효과'가 일어난 거다.
굿모닝연예 03. 이채연
잠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현실을 돌아보자.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은 데뷔 전 연습생들에게 이른바 '방송용 언어'를 위한 스피치 교육을 받도록 한다. 언론 인터뷰가 잡히면, 그 전에 소속사는 예상 질문지를 뽑아서 그럴듯한 대답을 미리 연습한다. 인터뷰 스피치 수업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성 문제 등 사생활에 관련된 건 물론이고 일본, 중국 등 국제적인 이슈에 대한 언급을 조심하도록 한다. 정치적인 내용은 특별히 주의시킨다.

아티스트와의 인터뷰란, 질문과 대답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과정에서 의견을 표현하는 게 목적일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우 정교한 조율과 준비가 필요한 '일'의 연속이다. 인터뷰의 목적이 훼손된 게 아닌가 실망스럽다. 연예기획사들은 현실적으론 어쩔 수 없단다. 연예인들은 팬덤을 기반으로 수익 활동을 하기 때문이란다. 쉽게 내뱉은 단어 하나, 말 하나가 큰 화를 부른다는 게 그들이 이런 준비를 하는 이유다. 그런 산업 환경에서 아이돌로 데뷔한 이채연이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게 '용감하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그런가 하면 계엄 사태 이후 연예계에서는 또 다른 일도 벌어졌다. '뭐요?' 두 글자가 불러온 파장은 실로 컸다. 가수 임영웅이 지난 7일 한 누리꾼과 나눈 소셜미디어상 대화가 공개되면서 큰 구설에 올랐다. 전말은 이렇다. 임영웅이 이날 소셜미디어 계정에 반려견 생일 축하 게시물을 올렸고,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 하냐'고 메시지를 보낸 게 발단이었다. 임영웅은 두 글자를 보냈다. '뭐요?'
임영웅
이 말 뒤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메시지가 공개되자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로 난입하는 장면을 보고 놀랐던 사람들에게 임영웅의 냉소적인 '뭐요'에 또 다른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임영웅은 이 말을 주워 담지 않았다.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자신의 '말'에 대해 한마디씩 의견을 밝혔던 이채연과 임영웅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그만큼 대중이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민감하다는 반증이다. 정치적인 발언은 어떤 방향이든 구설에 오르니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다는 결론에 쉽게 이르게 된다.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대중의 관심으로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연예인들 또는 연예 산업자의 입장에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고 만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 발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연예인들의 입을 틀어막는 소위 '입틀막'으로 작용한다. 최근 가수 아이유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아이유는 지난 13일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의도 국회 인근의 베이커리 카페와 떡집, 국밥집 등 5곳에 빵 200개, 음료 200잔, 떡 100개, 국밥 300그릇을 선결제하고 팬들은 편하게 먹으라고 배려했다. 그러자 아이유에게 난데없이 종북몰이가 시작됐다.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북으로 가라", "좌파 아이유", "북한 가수를 해라" 등 근거 없이 비난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더 나아가 아이유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며 미 중앙정보국(CIA)에 아이유를 신고하는 극우·보수 지지자들도 있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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