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 카펠라호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오늘(20일) 보도자료에서 "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포항에서 동쪽으로 50㎞ 이내에 자리 잡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석유공사는 아직 대외적으로 첫 탐사시추 해역의 좌표를 공개한 적은 없습니다.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첫 탐사시추 해역은 북위 35도 52분 57초, 동경 130도 00분 37초입니다.
가장 가까운 해안인 구룡포에서 동남쪽으로 약 42㎞ 떨어져 있습니다.
석유공사가 임대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9일 부산외항에 입항해 기자재 선적 후 16일 밤 부산을 떠나 17일 오전 시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인근 해저면 시험 굴착 등 준비 작업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1㎞ 이상 드릴을 내려 해저 지형을 뚫고 들어가 암석을 채취할 계획입니다.
시추 작업은 앞으로 약 40∼50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시추 작업 종료 후에는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내년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시료를 통해 암석과 가스 등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업무는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Schlumberger)가 맡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깜짝 발표'를 해 '윤석열표 사업'으로 여겨지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시작되게 됐습니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20%의 성공 확률을 고려해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 1차 시추에서 뚜렷한 가능성이 나와야 추가 사업 동력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원래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와 거리가 있는 석유공사의 자체 대륙붕 개발 사업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이 사업의 잠재성이 크다는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이례적으로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자청해 국민적 기대감을 키우면서 윤 대통령의 직속 사업처럼 여겨졌습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 내부에서는 대왕고래 사업을 본인의 치적으로 남기고자 했던 윤 대통령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번 사업의 성공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영향 없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 원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석유공사는 정부 지원 없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한 번에만 1천억 원가량 드는 사업비를 온전히 마련해야 합니다.
석유공사가 아직 자본 잠식 상태이기는 하지만 현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 원, 8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도 1조 2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돼 석유공사가 정부 지원 없이도 첫 번째 시추를 하는 것은 가능할 전망입니다.
다만 석유공사는 1차 탐사시추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외자 유치를 추진하려고 해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한 국책 사업화가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합작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이번 시추는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탐사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추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