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엄 사태의 여파로 불안하던 우리 금융시장이, 어제(19일) 미국 중앙은행의 발표가 나온 이후 속수무책으로 휘청였습니다. 원 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후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했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소식은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미 연준이 돈을 푸는 속도를 늦춘단 소식에 달러는 초강세를 보였습니다.
어제 새벽 4시쯤 전해진 이 소식에 역외 시장 환율이 단숨에 1,455.7원까지 치솟았습니다.
17.5원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진정되지 못하고 1451.9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1450원대 환율은 IMF, 2008년 금융위기에 이은 역사상 세번째로 환율로만 보면 '위기'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계엄 선포 당일 밤보다 환율이 더 오른 건데, 정치적 불안과 저성장 등 기존 악재에 글로벌 강달러 충격까지 추가로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유정/하나은행 연구원 : 한국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또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고….]
당국은 급하게 진화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간 통화 스와프 계약기간을 내년 말로 연장하고, 한도를 종전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렸습니다.
또 달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연금 해외 투자자산의 10%까지 '환헤지'할 수 있는 임시조치도 1년 더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은행에는 기업들의 외화 결제나 외화 대출 만기를 조정해, 달러 수요가 연말에 몰리는 걸 억제해달라 협조를 구했습니다.
[김병환/금융위원장 : 외화대출 등 만기가 도래하는 부분에 대해서 결제 시기나 이런 부분을 좀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증시도 크게 부진했습니다.
고환율 여파로 외국인이 6600억 원 순매도 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95%, 1.89% 내렸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총 상위 10개 전종목이 모두 하락했습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장기 고환율 영향으로) 우리 가계나 기업들의 구매력이 낮아지는, 그래서 우리 이제 국민 소득 자체가 실질적으로 많이 위축되는 그런 악영향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금리차 부담을 덜고 다음달 한은이 내수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더 생긴 셈이지만,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물가 부담이 높아져 한은의 고민은 커질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조창현, 영상편집 : 최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