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무위로 끝났습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어서, 보수 언론에서도 '정치적 자해'나 '정치적 자폭'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탄핵 공세를 자초했다는 겁니다.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장관도 불과 석 달 전에는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고 계엄설을 일축했는데, 이 말을 뒤집고 서슬퍼런 카드를 꺼내면서 준비가 허술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미스터리'입니다.
"계엄은 시대적으로 안 맞다"던 김용현의 돌변
지난 9월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제기한 계엄 발동 가능성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라고 일축했습니다.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지금 이런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 그러면 어떤 국민이 과연 용납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습니까? 저는 안 따를 것 같아요, 솔직히. 그래서 계엄 문제는 지금 시대적으로 좀 안 맞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9월 2일
민주당 의원들이 계엄령에 대해 집요하다시피 물었지만, 김용현 당시 후보자는 '아니'라며 여러 차례 부인했습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김 장관 후보자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회동한 것을 지적하며 "계엄령 이야기 안했냐"고 따졌고, 김용현 후보자는 "정치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어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거짓 선동하고 정치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9월 2일
계엄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건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인데요,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지난 8월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입니다.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를 바랍니다. 계엄령 준비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습니다.
-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8월 21일
당시만 해도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며 민주당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석 달 사이에 왜 입장 바뀌었나?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저희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면서 괴담이라고 일축한 겁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습니다. 날조된 유언비어를 대한민국 공당의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 9월 2일
석 달 만에 반전이 일어났는데요, 괴담으로 치부됐던 계엄령이 현실이 됐습니다. 게다가 계엄령을 건의한 것도 '걱정 말라'며 강하게 부인하던 김용현 국방장관이었습니다.
국방부는 비상계엄령을 김용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게 맞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이 석 달 사이에 돌변한 이유가 뭔지,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상계엄 배경에도 김건희 여사?
김 최고위원은 "가장 큰 핵심적인 동기가 '김건희 감옥가기 싫다'였다"고 봤습니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가결을 우려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법적 처벌을 막기 위해 계엄을 급작스럽게 밀어붙였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핵심적 동기는 '김건희 감옥가기 싫다'입니다.
(중략) 결국 진실이 규명되면서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자들의 자기 보존을 위해서 사고를 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우리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동기가 존재하고..
-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윤 대통령 내외의 공천개입 의혹을 촉발한 '명태균 사태'를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명 씨가 특검을 하자고 하는 건 사실상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적극 제공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이라며 "이미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면 윤 대통령이 첩보를 입수하고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버티지 못하겠구나'하는 판단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명태균 씨의 이른바 황금폰에 담긴 윤 대통령 부부와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될 경우 파급력이 크고, 이걸 막기 위해 비상 계엄 카드를 쓴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특검을 하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본인(명태균 씨)이 갖고 있는 자료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이 아니냐. 그래서 그런 것들, 그리고 또 이미 검찰 측이나 아니면 다른 주체에다가 그런 부분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그런 첩보를 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입수하고 '이건 도저히 여기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버티지 못하겠구나', 이런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이렇게 범야권에서는 인식하는 의원들이 좀 있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