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는 한 번 불이 나면 끄기도 어렵지만, 거기서 나오는 유독가스도 문제입니다. 소방 당국이 실험한 결과 유독 가스에서 발암 의심 물질도 검출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최승훈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 8월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차량 87대가 탔고 주민 23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가 나고 한두 달 뒤까지 안구 충혈과 피부 발진 등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박현수/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 : 매일매일 아내는 '피부가 따갑다'고 하고 막 발진이 나오고 저는 눈이 충혈되고….]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제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입니다.
여기에 불을 붙여서 어떤 물질이 나오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배터리 셀에 열을 가하자 약 2분 만에 부풀고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폭발합니다.
화염을 내뿜으며 온도는 금세 섭씨 700도까지 치솟습니다.
소방관이 물을 뿌리자 연기는 더 많이 뿜어져 나옵니다.
기체를 분석해보니 '불산'과 '헥사클로로에탄' 등이 검출됐습니다.
모두 독성 물질로 들이마시면 기침이나 호흡곤란, 심하면 폐부종이 일어날 수 있고, 피부나 눈에 닿으면 자극을 일으킵니다.
특히 헥사클로로에탄은 암을 일으킬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입니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 불산은 세포를 그대로 파괴해버려요. 헥사크로로에탄은 피부를 굉장히 심하게 자극하고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물질….]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시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무리하게 불을 끄려고 하기보다는 우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조언합니다.
[양철규/경기양주소방서 화재조사관 : 운전 중이나 또는 주차 중에 발견하시면 일단은 현장에서 빨리 이탈하시고 119에 신고하시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입니다.]
소방당국은 이번 실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화재 대응 매뉴얼 개정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최혜란)